겉으로 보기에 일자리 디자인은 그럴 듯하다. 일자리 규모 역시 야심차고 거창하다.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 들여다 본 속살은 ‘눈 가리고 아옹’식이거나 ‘빛 좋은 개살구’다.

국민세금으로 공무원 수를 대폭 늘리고 공공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어서 그러하다.

민간 부분 역시, 화려한 장밋빛 ‘희망사항’으로 포장되었다고 여겨졌다.

제주도가 발표한 ‘제주 형 일자리 3만3천개 창출 계획’은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른 ‘속 빈 강정’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향후 4년간 3만3천개의 제주 형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매해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개 분야 44개 과제에 4조8천 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지난 30일 청와대에서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선 7기 첫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나온 일자리 정책 구상이었다.

핵심은 공무원 신규채용 2500명을 포함해, 도 출자․출연 기관 추가 채용 2500명, 어린이집 보육교사, 간호사 등 공공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5000명 등 공공부문에서 청년일자리 1만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민간 부문에서는 ‘블록체인 허브 도시 지정’과 ‘탄소 없는 섬 제주 구현’ 등 미래 산업 또는 신산업분야 등에서 1만5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다.

또 관광산업, 1차․2차 산업, 문화 산업 등을 망라한 분야에서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향후 4년간 3만3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대단한 일이다.

이러한 일자리 창출로 소득이 늘고 이것이 내수로 연결돼 제주경제가 활성화 되고 경제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빛나는 성공 수범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을 터이다.

이렇게 된다면 원지사의 입지가 탄탄해 질 것이다. 정치적 위상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향후 그의 ‘그랜드 플랜’을 짜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제주 형 일자리 3만3천개 정책’에는 함정이 도사려 있다.

순수하고 건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기보다 숫자 놀음으로 일반의 눈을 현혹시키는 ‘꼼수’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공부문 일자리다. 이는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매년 800명 이상씩 4년간 2500명의 공무원 수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도민 정서를 외면한 ‘세금 붓기 일자리 창출’이다.

무모하고 발칙한 일자리 정책 시도라 할만하다.

현재 제주도 공무원 수는 5500명 정도다. 여기에다 2500명을 채용하면 8000명을 넘어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구 146만 명의 광주광역시 공무원 수(7483명)나 인구 150만 명의 대전광역시 공무원 수(7349명)보다도 많다.

제주도 인구가 66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두 도시와 비교할 때 제주도 공무원 수가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인건비다. 매해 국민세금에서 나갈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4월 인사혁신처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일반직 공무원 9급 1호봉의 월평균 세전 소득은 184만원이다.

이를 적용한다면 공무원 등 공공분야 일자리 1만 명 인건비로 들어가는 국민 세금은 연간 2200억 원을 상회하게 된다.

이 같은 국민혈세 부담은 매년 ‘플러스 알파’로 새끼를 치며 불어날 수밖에 없다.

공직을 일러 ‘철 밥통’이라 한다. 20~30대 청년 공직 취업자들은 30년~40년 후 정년퇴임 때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직업이어서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 공무원 수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세금을 쏟아 부어 이 같은 ‘철 밥통 일자리 1만개’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도 여기서 비롯된다.

고전 경제학의 대표적 이론가였던 영국의 애덤 스미스(1729~1790)는 ‘집권자와 관리(공무원)들은 비생산적․소비적 근로자’라 했었다.

‘국민이 힘겹게 만들어 나라에 바친 근로 생산물로 유지되는 권력 행사자’라는 것이었다.

세금으로 공무원이나 공공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제주도정의 일자리 창출 정책도 (애덤 스미스의 말에 의지하여 독하게 말하면) 결국, 국민의 등골(세금)을 빼내는 작업이나 다름없다.

국민세금으로 너무 쉽게 가려는 공공부문 1만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심사숙고(深思熟考)가 필요한 이유다.

민간부분 일자리 창출 계획도 사실을 말하자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블록체인 허브 도시 지정’ 등으로 포장되는 미래 산업과 신산업 분야 일자리 1만5000개 창출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미래 예측은 화려하지만 공허하다.

그럴듯한 용어를 동원해 치장한 ‘희망사항’ 나열에 불과하다.

이는 차려 준 밥상을 걷어 차버리고 불확실한 것에 확실한 것을 배팅하는 어리석은 도박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제주의 산업구조는 튼실하지가 않다. 그러기에 민간 분야에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렇더라도 절벽은 아니다. 외자유치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좁은 국토에 부존자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지속적 경제 발전을 이룩했던 싱가포르가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외자 유치를 경제성장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제주도는 왜 그런지, 외자유치에 경기(驚氣)를 일으키고 있다. 피부를 긁는 ‘두드러기 반응’이다.

유독 ‘오라 관광단지 사업’에서 그러하다. 이는 5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제주외자유치 사상 최대 규모다.

오라 2동 일대 357만357여 평방m에 동북아 최대의 체류 형 융․복합 리조트와 첨단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서 1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8000명 이상의 제주도민 일자리가 보장된다. 제주도내 단일 사업장 사상 최대 고용시장이다.

그런데도 무책임한 도의회와 소신 없는 행정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폭탄 돌리기 게임’을 하고 있다.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에 이력이 난 것으로 비판받는 시민사회단체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서다.

‘옹졸하고 비겁한 고집’에 사로잡힌 책임회피식 이들 기관의 행태로 사업추진은 발이 묶였다.

조례 등 법적 구속력도 없고 유례도 찾기 힘든 이른바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 자본 검증 위원회(이하 자본검증위)’는 이들이 낳은 사생아나 다름없다.

그들이 어떻게, 유치되는 외자의 자본을 검증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 검은 돈이든 흰 돈이든 사업추진에 투입되고 제주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면 그만 아닌가.

지난해 12월 28일 출범한 ‘자본 검증위’는 지난 8개월 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허송했는지 알 길이 없다. 검증 작업은 하기는 하는 것인가.

사업자는 ‘자본 검증위’의 요구대로 투자의향서와 자원조달 방안 등을 밝혔다고 했다.

자기자본 1조원과 차관(외국인 직접투자) 3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보증차원의 서류를 제출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무디스․피치․스탠더스 앤드 푸어스)이 “양호하다”고 인정한 신용등급 평가서도 제시했다고 했다. 사실상 자본 검증을 담보 할 수 있는 자료다.

그러나 자본 검증위는 묵묵부답이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무슨 속사정인 지 알 길이 없다.

이를 챙겨야 할 제주도 당국도 침묵이다. 무소신 무책임 행정이라는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도정책임석의 눈치 보기 리더십으로는 제주의 미래를 견인 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1만 여개 이상의 일자리’는 걷어차 버리고 공상만화 같은 불확실성의 요지경 일자리에만 매달리는 것은 어색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다.

이미 외자 유치로 인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는 가까이에 있다.

2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람정제주개발(주)의 신화역사 공원이다. 2019년까지 총 고용인원 5000명 중 4천명을 제주도민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현재 1천937명이 채용됐다. 이 가운데 제주도민이 1천511명이다. 도민 고용율이 78%다.

듣도 보도 못한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자본검증’을 족쇄로 1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외자유치 사업을 묶어버린다면 황당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서 "제주 형 일자리 3만3천개 창출 계획이 허구이거나 말장난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3만3천개 일자리’의 진정성에 의아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