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가 블록체인에 ‘꽂혔다’.

원 지사는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 자링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이어서 지난 11일 열린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10주년 기념 제100차 특별강연회에서 블록체인 관련 특별 강연까지 했다.

원 지사는 이 자리에서 “제주도를 샌드박스형 글로벌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해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산업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인터넷 방식에 새로운 도전이 되는 것으로 세계적인 대기업의 판을 바꾸는 분산형 인터넷”이라고 정의하고 “정보 데이터 블록들이 꼬리를 만들어 연결되면서 아무도 위조할 수 없고 해킹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을 제주도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과 작전이 필요하다는 견해로 새로운 도정을 구상하고 준비한 것이 사실”이라며 “좋은 것을 잘 가려 우리 것으로 하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 광풍이 불면서 정부가 모든 형태의 암호화폐공개(ICO) 전면금지를 선언했다”며 “이로 인해 국내외 우수 기업이 해외로 몰리면서 인력과 기업 투자가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조건적인 규제를 하지 말고 엉터리 사기와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철저한 여과장치를 만들고 최소한의 규제 안에서 국내 우량기업들이 외국에 안 나가도 되게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블록체인과 관련된 원 지사의 최근 행보를 두고 도민사회와 도의회가 우려를 나타냈다.

도의회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은 12일 행정자치위원회 제주도정 2017년도 결산안 심사 자리에서 "지난 3∼4년간 지역 경제가 여유가 있었지만 세수가 정체되면 앞으로가 문제다. 그러니까 (지사가)블록체인 이런 얘기나 하고 도민들이 바보가 아니다"라며 "경기가 호황되는 거 같았지만 도민 삶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질타를 받으면서까지 원 지사는 블록체인에 올인하는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블록체인을 원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다시 부각시키기 위한 새로운 승부수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원 지사는 전국적으로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느 정도 선점 효과를 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입장에선 최근 원 지사의 블록체인 행보에 그리 고운 시선만은 아니다.

만약에 제주도를 샌드박스형 글로벌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하겠다는 원 지사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고 그 결과 블록체인 우량기업들이 제주에 들어와 암호 화폐를 발행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고 또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많아지면 제주는 블록체인 때문에 다시 한 번 뜨게 되고 원 지사는 자연스럽게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로선 여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 원희룡 도지사의 블록체인 행보에 불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제주를 특구로 만들어 주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이유다.

블록체인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일부 전문가를 제외하곤 이해도가 낮아 앞으로 도민사회와 정부를 어떻게 설득시키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이를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원 지사의 정치력에 달려있다.

경제도 살리고 대권 주자로의 입지도 세우는, 다시 말하면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원 지사의 블록체인 승부수’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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