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약속드리겠습니다. 6월에 선거 끝나고 (제주도를) 오겠습니다. 앉아서 충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와 했던 발언이다.

▲지난 6월 10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왼쪽)이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마주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6월 10일 제주도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제주도지사 선거로 나선 문대림 후보를 돕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홍 원내대표는 시위를 벌이던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와 마주했다. 이날 민주노총 제주본부 임원과 조합원들은 홍 원내대표에게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두고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 최저임금 상승으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정범위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결국 이 법안은 지난 5월 28일 국회에 상정돼 통과됐다.

최저임금법 개정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 선언은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정책 후퇴로 회자되고 있다.

이같은 일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소상공인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이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할 과제로 최저임금법 개정을 택했다.

문제는 소통 과정이었다. 최저임금법 문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모두가 반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총은 이 법을 개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게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통은 미약했고, 홍 원내대표가 제주도를 찾자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피켓을 들고 그를 찾은 것.

▲지난 6월 10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6월 중에 최저임금법을 설명하기 위해 다시금 제주도를 찾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사진 김관모 기자

그러자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는 “6월에 반드시 제주에 내려와 민주노총과 토론을 할 것이고, 민주노총의 주장이 맞는다면 법안도 폐기하고, 원내대표직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한지 벌써 3개월이 넘었지만,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홍 원내대표 측에 문서도 보냈고, 유선에도 재차 요구했지만 여러 일정상 7월 중순 이전에 하겠다는 답변을 끝으로 아무런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반드시"라는 말까지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결국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던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더불어민주당의 이같은 행보는 문재인 정권의 반노동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현 정권과 여당에게 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문제를 비롯해 공무원노조의 해고자 복직과 전교조 합법화 등을 기치로 11월 추투(秋鬪, 추계투쟁)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추투에서는 민주노총이 오는 10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재참여할지의 여부에 따라 그 투쟁의 규모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아직 노정간 논의의 여지는 남아있다.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대 노총을 찾아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지원하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도 경사노위를 통해 노사정간 심도있는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노동계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서로 대립하는 구도가 된 상황에서 해법은 묘연해보인다. 경제규모가 작고 노동의 질이 전국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에 이같은 구도는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반드시 토론하겠다"던 홍 원내대표의 '거짓말'처럼,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 소통이 현황을 면피하기 위한 또다른 거짓말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