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이번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사업장의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 사태를 통해 지방의회의 한계성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을 두고 찬성의원 명단 공개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한 공개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위의 사진은 제주도의회 본회의의 모습@자료사진 제주투데이

허창옥 의원은 지난 9월 17일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을 제안하고 21일 해당 발의안을 제주도의회에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허 의원은 자신의 발의안에 동의하는 '찬성의원' 22명의 연서(連署, 찬성 서명)를 받았다.

◎"찬성의원 명단 원래 명시 안 하던 일"

이는 지방자치법 41조에 따른 규정을 따른 것이다. 법규에 따르면 '조사를 발의할 때에는 이유를 밝힌 서면으로 하여야 하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가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허 의원의 발의안에는 '찬성자: 20명'이라는 내용만 적혀있을 뿐, 찬성자가 누구인지는 기록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실제 찬성자는 22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21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정작 이 발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13명 뿐이었다. 최소 9명 이상의 찬성 서명자가 갑자기 자신의 의견을 반대나 기권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어떠한 소명이나 의견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언론사와 도민사회에서는 연서를 했던 의원들의 명단을 밝혀달라고 도의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도의회 의사담당관실은 이를 거절하고 찬성의원 명단을 비공개로 돌렸다.

그 이유는 황당했다. 도의회 홈페이지에는 제안자와 발의의원을 명시하는 란이 있지만, 찬성의원을 별도로 표시하는 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제주도의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의안정보의 모습. 찬성자의 숫자만 명시하고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동발의와 찬성의 모호한 구분...선긋기와 책임회피만 초래

이는 지방의회에서 '공동발의의원'과 '찬성의원'을 분리하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다.

지방자치법에서는 법안(조례안)이나 요구서를 '발의(發議)'하는 것과 '찬성'하는 것을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법률에서는 '발의의원'을 명시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지만, 찬성의원을 명시하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지방의회에서는 찬성의원의 이름을 표기하는 여부는 사무처 재량인 상태.

그동안 이같은 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사무조사'라는 민감한 이슈에 직면하자 도의회는 법률의 헛점에 숨어버렸다. 21일 본회의 직후 의사담당관의 한 관계자는 "사무처의 입장이 곤란해진다"는 변명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6일 민주당 제주도의원들의 기자회견에서 박원철 의원도 "22명은 찬성의원이지 공동발의의원이 아니다"라며 분명한 선긋기를 한 바있다.

하지만 일반 주민도 아닌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업무와 관련된 발의안에 찬성 서명을 한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도의원들과 제주도의회는 "도의원들이 명단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행정상의 문제이니 검토해보겠다는 의견만 보이고 있다.

결국 <제주투데이>를 비롯한 일부 언론과 도민들이 찬성의원의 명단을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청구까지 신청한 상태다.

◎찬성과 공동발의 큰 차이 없어...투명한 공개시스템 요구돼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서울특별시의회나 부산시의회, 울산시의회 등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찬성자 의원의 명단도 함께 공개하고 있다. 전라북도의회에서는 '발의(찬성)의원'이라는 란을 만들어 발의의원과 찬성의원을 모두 공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른 지방의회의 의안정보 시스템의 모습. 이곳에서는 찬성의원의 명단도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의회도 이번 일을 계기로 공동발의의원뿐만 아니라 찬성의원의 명단도 명백하게 밝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찬성과 공동발의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사무조사나 조례안을 발의할 때에는 반드시 일정 비율 이상의 찬성의원 연서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공동발의를 할 경우에도 일부 의원들이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찬성 사인을 하는 것도 공동발의로 볼 수 있다는 것.

이에 도의회 의사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다른 지방의회의 사례도 있으니 이를 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과 의장에게 보고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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