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내렸던 비는 아침이 되면서 주춤한다.

오락가락 가을비는 금백조로를 달리는 동안 맑게 개였고 

강력하고 풍부한 바람이 머무는 '바람길 수산평'에는 

풍력발전기들이 쌩쌩 돌아가며 드넓은 초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한 발짝 그냥 스치기엔 하늘빛 미소가 아름다운 이국적인 풍광은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내듯 가을빛이 내려앉았다.

산책로를 덮어버린 내 키를 훌쩍 넘긴 억새

수면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태 '전주물꼬리풀'을 상상했지만

수생식물들은 물에 잠겼고 '수산 한 못'은 가을바람에 출렁인다.

'수산 한 못'은 수백년이 지난 오래된 곳으로

수산평(벌판, 초원)의 한 가운데 위치해 마장의 말과 소에게 물을 먹이고,

주민들의 식수로도 사용해 왔던 유래 깊은 곳이다.

'전주물꼬리풀'은 제주도 동부 지역의 습지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어

2010년 성산읍 수산리 자생지에서 개체를 채집하여

이곳 '수산 한 못'에 200여 본의 '전주물꼬리풀'을 복원하였다.

전주물꼬리풀은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북 전주에서 발견되어 전주의 지명을 따 '전주물꼬리풀'로 명명되었다.

물이 얕게 고여 있는 낮은 지대에 형성된 습지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물꼬리풀은 물가에 자라는 꼬리풀이란 뜻으로

꽃이 동물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전주물꼬리풀은 끝이 곧게 선 꼬리풀이 특이하고

마디에만 털이 있고 곧게 자란다.

가늘고 긴 잎은 선형 또는 넓은 선형으로

잎 양끝은 좁고 줄기를 중심으로 4장씩 돌려나기하고 잎자루는 거의 없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의 뒷면에는 잔털이 보인다.

키는 30~50㎝로 땅속줄기는 가늘고 길다.

밑부분이 옆으로 벋으면서 땅속줄기가 발달하고

줄기는 곧게 자라며 마디에만 털이 있다.

연한 홍색의 꽃은

8~10월에 원줄기 끝에 원기둥 모양의 이삭꽃차례에 달리고

꽃자루는 없고 꽃부리는 4갈래로 갈라진다.

10~11월 경에 달걀 모양의 흑갈색 열매가 달린다.

습지에 뿌리를 내린 '전주물꼬리풀'

수산 한 못 가장자리를 가득 채운 홍자색 물결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잘 견뎌내고 폭우 속 흙탕물에 빛을 발한다.

바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바람길 수산평

야생의 풀들을 만져볼 수 있는 수산 한 못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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