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양순/ 제주대학교 명예 교수, (사)제주 아동심리상담센터 소장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꿈을 지니고 삶을 살아간다. 그 꿈의 크기와 색상은 모두 다르고 나이와 함께 변화해 가기도 한다. 어린 시절 선생님이 되고 싶은 소박한 꿈에서 부터 청소년기의 원대한 꿈, 성인이 되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꿈의 모습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인간이 일생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삶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다.

나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라만차의 사나이-의 불가능 한 꿈 (Impossible Dream), 미국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연설- 나는 꿈이 있어요 (I Have a Dream), 이 연설 일부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를 즐겨 부르고 듣는다. 우리가 지닌 그 많은 꿈들 중에는 개인이 혼자 노력해야만 이루어 질 수 있는 꿈들이 있고 비틀즈의 Imagine 노래에서처럼 사람들이 함께 공동으로 노력해야만 이루어 질 수 있는 꿈도 있다. 내 꿈들 중 하나인 제주도에 ‘아동병원’을 세우는 일도 이와 동일하다.

외국 여행에서 차장 밖으로 스치는 아름다운 풍경과 건물들 사이에서 내 눈은 늘 가톨릭 성인들의 이름을 붙인 아동병원들 - St. Thomas, St. Jude, St. Vincent Children's Hospital - 에 머문다. 2001년 미국 텍사스 주 노스텍사스 대학교(UNT, CPT) 놀이치료센터에서 연구교수로 1년 동안 놀이치료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달라스 아동병원(Dallas Children's Medical Center)을 방문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 할 수밖에 없는 아동들은 가족들, 친구들, 자신이 좋아하던 애완동물들과 해어져 병원에서 힘든 생활해야만 한다. 아동들에게 병원생활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다. 병원에 입원한 아동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병원 내부의 일반 놀이시설은 한국 어린이 공원 수준이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전문적인 놀이치료실과 치료 전문가를 갖추어, 놀이치료,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모-자녀관계치료는 물론 동물보조 놀이치료까지 하고 있었다. 넓은 병원 홀에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아동들, 링거를 꽂은 채로 이동침대에 누어있는 아동들, 기브스를 한 아동들이 방문 중인 동물보조 활동(AAA/AAT) 봉사자들과 강아지, 고양이들이 함께 잠시나마 아픔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해 하던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유산을 지닌 섬이라고 한다. 점차 노년인구의 증가를 고려하여 노인 요양시설들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노인요양시설 뿐 아니라 아동들을 위한 병원을 함께 세울 수 있다면 제주는 세계에서 더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질 수 있을 것이다.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처럼 마음 안에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정신을 늘 젊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동들, 놀이치료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비영리 사단법인 제주 아동심리상담센터를 시작한지 벌써 8년이 되었다. 2001년 미국 달라스에서의 추억을 지니고 언젠가 제주 아동병원이 문을 열면 그 병원 안에서 아동들을 만날 수 있는 꿈을 기억하면서 나는 오늘도 센터에 방문한 아동과 함께 놀이치료실에 들어간다.

작자 미상의 이 시는 내가 공부하면서 아동들을 위한 놀이치료를 인생의 사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 아동들을 위하여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백년 후에는

내가 은행에 돈이 얼마나 많았는지

어떤 집에서 살고 있었는지

어떤 자동차를 몰고 다녔는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한 아동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것 때문에

세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한 아동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줄 수 있는 제주 아동병원을 세우려는 내 꿈에 동참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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