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봉현/ 16회 외무고시 합격, 전 호주대사, 국립외교원 겸임교수, 제주대학교 초빙교수

간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는 오랫동안 철학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근대에 들어와 과학이 크게 발전하면서 인간에 대한 연구가 철학적인 측면과 함께 과학적인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두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컴퓨터의 기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향상되면서 인공지능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면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공지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대한 철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지만 동물에게는 없다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기독교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쫓아서 만들어졌으며 인간은 동물과 식물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적 입장에서 보면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의 뇌가 동물의 뇌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기능을 한다는 차이만이 존재한다고 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호모 데우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이러한 입장에서 인간을 기술하기도 하였다. 즉, “인간도 동물과 차이가 없다. 다만, 인간은 동물보다 훨씬 뛰어난 계산 능력을 가졌다는 차이점만이 존재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인간은 동물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지능의 작용으로 우리는 동물들이 도달하지 못하는 세계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하라리 교수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인간과 같이 느낌(감정표현)을 가질 수 있고, 이성도 가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을 훨씬 넘어서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예언도 곁들였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공지능의 차이가 계산 능력, 즉 지능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인간은 동물에 대하여,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논란이 될 수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두 생물체로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리차드 도킨스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과 동물 모두 이기적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고, 이기적 유전자의 발동에 의하여 활동하게 되어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두 생존이 가장 중요하며 생존한 후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확산시키고 이를 개량해 나가는데 집중하게 된다.

일부 철학자들은 인간은 이성 또는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기적 유전자의 발동을 통제하고 억제할 수 있으나 동물은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하여 왔다. 그러나 도킨스 교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의 이성이 작동하여 이기적 유전자의 발동을 이타적 행위로 만든다고 하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가 이타적 행위로 나타나는 것은 인간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계산하였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은 동물보다 지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계산하는 지능의 차이에 있다면, 인간은 동물들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 머리가 더 좋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 윤리적 규범으로 확립되어 있다. 나아가서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에 대한 입장, 부자가 가난한 자들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도 모두 인간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향유한다는 것이 윤리적 규범으로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지고 힘이 약한 동물을 학대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입장에서 동물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5월 동물학대를 금지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작위 또는 부작위에 의하여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국가들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훨씬 오래 전부터 동물학대를 금지하여 왔다. 뉴질랜드는 동물에 대한 학대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는 ‘동물복지법’(The Animal Welfare Act)이 시행되고 있다.

동물에 대한 보호는 결국 약자에 대한 보호와 같은 논리적 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육식을 금지하는 법까지로 발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단순히 지능의 차이에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더욱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면 앞으로 동물의 권리도 상당히 확대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계산능력으로 인간을 능가하게 되는 날이 오면 우리는 인공지능으로부터 약자로서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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