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곳곳에 붙은 '대통령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대화' 참석 신청 안내 공고.(사진=페이스북)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나 해군기지를 둘러싼 정부의 과오를 사과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대화에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앞장 서온 주민들은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대화에 참석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참가 신청 받는다는 공고를 냈다. 강정마을회는 7일부터 8일 오후 6시까지 2일간 참가신청을 받았다.

마을회 공고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강정마을회는 이번 달 중으로 강정마을회관 1층에서 만날 예정이다. 이번 달 중이라고는 사실상 관함식이 개최되는 10일부터 14일 중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고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신청 자격. 강정마을회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을 '2007년 4월 이전부터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마을회 향약상 주민'으로 못 박았다. 다시 말해, 2007년 4월 이후 강정마을에 이주한 주민들에게는 참석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같은 신청자격을 적용하게 되면 문정현 신부 등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평화운동을 벌이다가 강정에 이주한 이른바 '평화 이주민'들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그러자 마을회의 결정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을회의 결정이 알려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11년 간의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앞장 서온 주민들과 함께 싸워 오면서 이제는 마을 주민이 된 '평화 이주민'들을 배제하는 결정이 온당치 않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

강정마을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바라봐 온 도민들은 SNS 상에서 "2007년 이전에 거주한 사람만 강정주민이더냐. 어디서 이런 몰지각한 기준을 내세우나?", "주민의 자격을 누구 멋대로 저런 식으로 정하나요?", "주민 중에서도 계급이 있군요. 하아. 청와대서 요구한 거겠죠."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청와대가 아닌 마을회가 내린 것"이라며, "원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고성수 강정마을 청년회장 등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는 대부분 해군기지에 찬성해온 주민들이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  강정 이주민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이번 결정에 대해 강동균 강정해군기지반대주민회장 등 일부 강정 주민들은 용인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 불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이벤트'가 강정 마을의 갈등을 치유하는 진솔한 대화의 장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마을회의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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