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조성태/ 아라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지나가는 좋은 추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어요. 1년, 2년, 죽을 때까지 거창하지 않아도 작은 것들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시간의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지나간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원을 말해봐~’에 적은 손편지를 발표하기 시작한 한 중학생의 내용을 들으며 글솜씨와 또박또박한 표현력, 어려웠던 가정 생활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 시간의 가치를 벌써 알고 있다는 말에 놀랬다. 발표를 들으며 눈시울을 적신 사람들이 여럿이었다고 나중에 들었다.

‘소원을 말해봐~’ 는 올해 여섯 번째로서 아라동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 가정의 아동·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소원을 손편지로 받고 들어 주는 행사이다. 지난 5년 동안은 아라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아라동 관내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원을 말해봐~’ 를 진행해 왔다. 올해는 아라동주민센터가 주최하고, 주관은 아라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아라종합사회복지관이 공동으로 하여 민·관 협력사업으로 진행하였다.

올해는 학생들이 소원으로 쓴 것 들 중 컴퓨터, 노트북 등 가격이 많은 것도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정되어 해당 물품으로 선정을 하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소원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보고 기쁨이 컸다고 전해 들었다. 이전에는 학생 수가 많아서 가격이 많은 물품은 지원하지 못하여 상품권으로 전달하였었다.

소원물품을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지역 기업체들의 후원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고, 행사비 포함하여 1천여만 원이 되었다.

이번 행사는 민관 협력을 통하여 진행되어서 연계를 통한 힘이 발휘되었다. 소원전달식 장소인 JDC 대강당이 ‘소원을 말해봐~’ 참가자와 학부모, 후원업체 관계자 및 축하해주기 위해 참여한 내빈들로 열기를 띠었다.

소원의 내용들은, 일하느라 허리가 아프신 부모님을 위한 파스가 있는가 하면, 부모님과 자신의 건강을 위해 홍삼을 신청한 학생,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신청한 축구화, 학교 갈 때 이용할 자전거, 공부에 필요한 컴퓨터, 노트북 등으로 다양하며, 따뜻하고 즐거움과 보람된 것들이었다.

‘소원을 말해봐~’를 진행하는 공동주최·주관한 3개 기관은 각각의 역할을 나누어 담당하였다. 아라동주민센터는 저소득가정의 아동·청소년들에게 홍보와 손편지 접수 및 행사진행과 아라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은 지역의 기업체를 방문하며 후원금을 마련과 행사 준비를 하고, 아라종합사회복지관은 접수된 후원금을 집행하고, 원활한 진행을 같이 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아동·청소년들의 소원을 말하게 하고 지역사회가 들어주는 역할이 아라동 지역뿐만 아니라 전 지역의 아동·청소년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가 JDC의 후원으로 진행하였던 제주도 전역의 청소년들 대상 ‘소원 들어주기 편지 공모’ 행사도 같은 취지이다.

각 지역의 사회복지기관과 주민센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공동으로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앞에 소개한 중학생의 소원 발표 내용을 전하면서 필자의 어릴 적 꿈이 생각났다. 동네에 텔레비전이 한두 집에만 있었던 때이다. 저녁이면 동네 어른과 아이 모두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한 집에 가득 메우고 재미있게 보았었다. 텔레비전을 집에 사게 되어 좋아하다가 잠에서 깨고서는 아쉬움이 컸던 기억이 있다.

어른에게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 집이 없는 사람은 하루속히 내 집 마련을 하는 소원일 것이고, 병상에 누운 사람은 빨리 건강하게 되는 것일 것이며, 가족 간의 화목이 소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원의 내용이 물품으로 마련해주기는 어려울지라도 그 내용은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마음에 두고 있는 걸 말해보면 전달되는 감동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필자가 ‘소원을 말해봐~’에 참여할 기회가 된다면, 평양에 사회복지관을 짓겠다는 소원을 적고자 한다. 기독교이어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어 고통 받았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어려운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을 사회복지관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사회에서의 사회복지관 사업은 주민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잡도록 돕는다’는 말처럼 역량강화 교육에 비중을 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이상을 품고 있으면 청춘이라고 말한다.

소원 발표를 한 중학생에게 글도 좋고, 표현도 잘하고, 용기도 있었다고 말을 하였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 많이 하세요.” 라고 대답해 주었다. ‘소원을 말해봐~’ 와 같은 격려를 주는 복지사업을 계속해 가고자 하는 용기를 북돋우어 준다. 어린 아이의 손길에서도 어른들이 따뜻한 마음을 전달 받는다. 청소년의 한마디 말이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더욱 용기를 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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