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화경/ 제주국제대 교수, 산업통상부 자체평가위원

올해 세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여러 장면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회담 개최 장소인 판문점과 평양이 상징적이고 의미가 있지만,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을 논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평화의 섬인 제주에서 개최되었다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메인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일산 킨텍스, 동대문디자인센터에 460개 내외신 기자 3,000여명이 모여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았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때 1,300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번이 국내 최다 취재 인원이었다고 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대규모 전시컨벤션 행사를 유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둔 셈이다.

컨벤션은 ‘함께’ 라는 의미의 라틴어 ‘con’과 ‘모이다’ 라는 의미의 ‘veine’이 합쳐진 단어로,‘다수의 사람들이 공통 주제를 가지고 한 장소에 모이는 회의’를 말한다. 인원규모나 회의방식에 따라 컨퍼런스, 포럼, 심포지엄, 워크숍 그리고 전시물이 있는 경우에는 전시회, 또는 박람회라고도 한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1월 5일간 열린다. 다보스는 비행기로 스위스 제네바에 내려, 다시 육로로 5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인구 1,300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알프스산맥 오지마을이었으나, 세계적 포럼 유치를 통해 가장 유명한 지역 중 한 곳이 되었으며, 60개국 정상급 리더 3천여명에다 수천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찾아오면서 지역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매년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소비자전자제품박람회’에는 전 세계 165개 국가 4천여개 회사가 참석하는데 전시 규모가 축구장 30개 정도로, 참가 인원만 20만명 가까이 되고, 2천억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한다고 한다.

프랑스는 패션, 와인, 식품, 농기계, 보석, 항공, 자동차전시회 등 연간 약 450개의 국제전시회가 열리며, 16만여개의 출품업체와 1,3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세계적인 전시컨벤션 국가다.

이처럼 프랑스가 전시컨벤션 강국이 된 것은 전시장과 교통, 호텔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데다 ‘프로모살롱’(프랑스국제전시협회)이라는 단체가 큰 역할을 했다. 프로모살롱은 1967년 프랑스 대외경제무역부, 파리상공회의소, 프랑스전시회연합회가 공동으로 창설한 민관 합동기구로 프랑스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 전시회의 해외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전시컨벤션에 참가하기 위해 프랑스를 찾는 방문객이 1인당 항공, 숙박, 식사, 관광 등으로 100만원씩만 쓴다 해도 무려 13조원에 이르며, 6만 8,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여기에다 항공, 호텔, 식당, 관광 등을 포함하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2016년 한 조사에 의하면 일반 관광객이 평균 180만원을 쓴다면, 미팅이나 컨벤션에 오는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의 1.8배인 320만원을 쓴다고 한다. 이처럼 전시컨벤션 산업은 일반 관광산업에 비해 훨씬 부가가치가 높아 국가들마다 컨벤션산업의 몸집을 키우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동안 컨벤션 개최장소가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유럽이나 북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투자자본이 몰려 있고 개최비용이 적게 드는 싱가폴, 중국, 일본, 한국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시아국가 사이에 컨벤션 센터 몸집 키우기와 유치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2015년 3월 상하이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일산 킨텍스 전시공간의 5배 크기인 상하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컨벤션센터를 오픈하는 등 컨벤션산업 분야에서도 중국굴기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주를 포함하여 11개 도시에서 16개의 컨벤션센터를 운영 중이나, 세계적 규모의 시설이 없다 보니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상위권이지만, 정작 돈이 되는 대규모 행사는 싱가포르나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다. 또한, 주변에 대규모 쇼핑, 공연, 레저시설이 없고, 다른 지역과 연계한 관광이나 휴양상품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시컨벤션 산업 육성을 위해 프랑스의 ‘프로모살롱’같은 민관 공동 마케팅 기구 설립 등을 통해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체계적 해외 홍보활동 등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필요성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시아에서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지 않은 K-팝, K-드라마 등 한류가 있다. 이러한 강점을 전시컨벤션 산업에 가미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되지 않겠는가.

서울․수원․성남 등 수도권, 울산 등지에서 대형 컨벤션 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등 국내에서도 전시컨벤션 산업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제주 역시 전시컨벤션 산업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17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총회, 2018년 세계리더스보전포럼을 개최하는 등 그동안 각계에서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말고 컨벤션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전시컨벤션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에 낙수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다보스포럼 같은 국제적 규모의 신규 컨벤션 유치, 민관 합동 홍보활동, 전시장 규모 확장 등 인프라 확충, 접근성 도내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천혜의 자연과 풍부한 관광자원을 연계한 ‘제주 맞춤형 전시컨벤션 산업’ 육성 등 차별화된 전략 수립과 제주만의 상품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