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기념관이 4.3유족에게 휠체어 제공을 거부해 불만이 제기됐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제주4·3. 70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많은 유족들이 세상을 떠났고 살아있는 유족들 역시 거동이 불편해 나들이가 쉽지 않다. 하지만 모처럼 4·3평화공원을 찾아가더라도 그리운 이름이 안치된 위령제단과 행불인 묘역을 편하게 이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휠체어를 제대로 구비해 놓지 않은 탓이다. 휠체어를 가져오지 않은 유족은 4~500m를 걸어야 한다.

4·3평화기념관이 비치하고 있는 휠체어는 모두 4대. 모두 실내 사용을 목적으로 비치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이 주로 찾는 곳은 4·3희생자들의 위패가 안치된 위령제단과 행불인 묘역이다. 이 두 곳은 4·3평화기념관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유족이 휠체어를 챙겨오지 않으면 4·3평화공원을 방문하더라도 위령제단이나 행불인 묘역에도 갈 수 없는 상황.

최근 4·3평화기념관을 방문한 김복희 씨의 제보에 따르면 4·3평화기념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복희 씨는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4일 아침 일찍 4.3기행을 온 일본 손님들을 모시고 4·3평화공원에 갔다. 손님 중 몸이 불편하셔서 지팡이 두 개를 짚고 걸어야 하는 분이 계셨다. 전시장만 둘러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위령탑과 묘역을 방문해 묵념을 하고자 했다. 휠체어를 빌리려 했으나 휠체어가 실내용이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복희 씨는 같은 날 위령제단을 찾고자 한 4·3유족 역시 마찬가지 대우를 받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복희 씨는 “한 젊은 분이 거동이 불편한 4·3유족과 함께 와서 위령탑 쪽 가시려 했다. 4·3평화기념관에 휠체어를 빌려서 다녀올 수 있겠냐, 하니까 안 된다며 특혜를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어머니 모시고 온 분이 너무 황당한 표정으로 유족 당사자인데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냐고 화를 내며 나갔다.”고 밝혔다.

또 김복희 씨는 “휠체어가 미비하면 구비해나가면 된다. 하지만 4·3유족이 찾아 왔는데 그런 대우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는 편의적인 자세다”라며 “4·3평화공원이 대체 뭘 하려고 만든 곳인지 모르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4·3평화기념관 관계자는 “현재 휠체어는 기념관 내부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오시는 분들은 휠체어를 갖고 오신다. 위령제단과 행불인 묘역은 인근 주차장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4·3평화기념관은 4·3유족들보다는 4·3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이들이 찾는, 말 그대로 평화기념관이다. 유족들은 4·3평화기념관이 아닌 그리운 이름이 안치된 위령제단과 행불인 묘역을 찾기 위해 평화공원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유족의 이동편의를 목적으로 한 휠체어는 단 한 대도 없는 셈이다. 유족 뿐 아니라 4·3평화공원을 찾은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 역시 4·3평화기념관을 제외한 외부 공간을 둘러보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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