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두동에 4·3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4구를 발견해 안타까움과 함께 유해발굴 사업에 조금이나마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부족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제주공항 남북활주로의 유해발굴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특히 아쉬웠다.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부근의 유해발굴 2번 야적지 현장@사진 김관모 기자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3곳이나 팠지만...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평화재단 등은 제주고고학연구소와 함께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주변의 조사대상지를 3곳으로 정하고 추진했다. 조사대상지 선정 근거는 제주4·3연구소 보고서와 '지반투과 레이더 탐사(Ground Penetrating Radar, 이하 GPR)' 탐사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3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꼼꼼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4·3희생자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3곳의 유해발굴지에서는 더이상의 유해를 찾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4·3연구소 등은 결국 도두동으로 방향을 틀었고, 결국 이곳에서 4구의 유해를 발견했다.

지난해 4·3연구소가 발표한 '유해발굴 예정지 긴급용역 보고서 추정매장지'는 ▲뫼동산 인근, ▲남북활주로 서쪽 구역, ▲궤동산, ▲교차활주로 인근, ▲화물청사 동쪽 부근 등 총 5곳이었다. 

▲4.3연구소에서 작년에 발표한 ‘제주4·3행방불명인(이하 4‧3행불인) 유해발굴을 위한 조사용역 보고서’의 조사예상지. ①남북활주로 동쪽 뫼동산 인근, ②남북활주로 북단 서쪽 구역, ③동서활주로 서단 북쪽 구역 궤동산 인근, ④동서-남북활주로 교차구역, ⑤화물청사 동쪽구역@자료제공 4.3연구소

연구소 등은 제주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등과 긴밀하게 검토한 결과 뫼동산과 남북활주로 구역은 남북활주로를 폐쇄해야 하며, 궤동산과 화물청사 동쪽 부근은 동서활주로를 폐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연구소 등은 시간당 34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동서활주로 폐쇄는 어렵다고 판단해 이곳의 유해발굴은 사실상 포기했다. 반면 남북활주로는 사용량이 매우 적어 임시 폐쇄가 가능해 지난 3개월간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따라서 1번 지점은 보고서의 증언지점과 GPR탐사 신호를 토대로 36m×150m 면적을, 2번 지점은 증언에 따라 36m×100m 면적을, 2-1번 지점은 GPR 탐사에 의해 30m×30m 면적으로 확정했다.

▲올해 이뤄졌던 제주국제공항 4.3행방불명 희생자 유해발굴 지점@자료제공 제주4.3평화재단
▲조사단이 제주공항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제공 제주4.3평화재단

그러나 4·3연구소 등이 발견한 것은 1번 지점에서 탄두 1점과 기존에 사용됐던 구 도로의 흔적 뿐이었다. 

◎4.3평화재단이 자랑하던 최신 GPR 탐사 재기능 못해

박근태 제주고고학연구소 조사연구실장은 "지난 2007년 유해발굴에서는 4~5미터를 팠지만 이번에는 10~12미터까지 파내려간 곳도 있었다"며 "그러나 유해를 묻은 구덩이나 유해가 발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근태 실장은 이번에 도입한 GPR 탐사가 예상보다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이유도 설명했다. GPR은 땅 속에서 레이더를 반사하는 물체를 감지하는 기기인데, GPR로 반사신호를 보냈던 대부분의 물체가 암반이었다는 것. 특히 암반이 많은 제주도지역의 특성 때문에 GPR탐사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박 실장은 전했다.

▲제주4.3연구소가 유해발굴현장에 온 4.3유족과 기자들에게 발굴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박근태 제주고고학연구소 조사연구실장이 제주공항의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박 실장은 "매립층의 대부분이 GPR에서는 이상 물체를 감지했다는 신호로 오는 바람에 제대로 탐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최대한 유해구덩이나 증거를 찾기위해 노력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에 대해 유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이번 유해발굴에 최신 GPR탐사장비인 '3차원 GPR탐사 장비 STERAM-X'를 사용하고 있다며 크게 홍보해왔다. 하지만 GPR탐사의 맹점이 새롭게 발견되면서 좀더 실효성 있는 유해발굴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변두리가 아니라 핵심을 파야"...화물청사 부근 유해발굴 다시금 촉구

또한, 유해발굴의 가장 핵심인 동서활주로 부근의 유해발굴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핵심이 동서활주로인데 변두리인 남북활주로에서만 발굴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

이날 발굴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강창옥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유족회 이사는 "유해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다"면서도 "84만평 안에 6·25 동란 직후에 매장된 유해가 수백구에 달한다. 이번에는 조사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강 이사는 "당시 제가 14살 때인데 하귀에서 통학했는데 저녁에 갈 때는 그 지역이 평지였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동산이었다. 그곳은 해병 50대대 예비군 훈련하던 곳으로 80년대만 해도 풀만 있었다"며 "청사 동쪽에 살던 사람도 저에게 제 부모님이 그 장소에 묻혀있다고 전해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강창옥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유족회 이사가 이번 유해발굴 결과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4.3유족들과 기자들이 제주공항의 유해발굴 현장 2지점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따라서 강 이사는 "발굴을 한다면 화물청사 부근을 해야지 이렇게 변두리만 파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근태 실장은 "발굴은 하지 못했지만 조사단에서 동서활주로 주변도 GPR로 조사를 했었지만 별다른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며 "2~3m 정도의 심도가 얕은 지역에서는 일부 이상 신호가 확인되지만 심도가 10m인 곳에서는 반사신호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하지만 화물청사를 비롯한 동서활주로의 유해발굴은 비행기 운항 자체를 한달 이상 중단해야 하는 큰 일이다. 따라서 4.3유족회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유해발굴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선흘리, 북촌리, 구억리 등 제주공항 외부의 다른 세 곳 뿐이다. 10년만에 다시 얻은 유해발굴 사업이 큰 빛을 볼 수 있을지 다시금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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