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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터줏대감 '구실잣밤나무'
고은희 기자 | 승인 2018.11.11 07:32

 구실잣밤나무가 한창 피어나는 5월~

사계절 푸른숲을 이룬 도심 속 아름드리 가로수길

 제주여고를 지나면서 버스 유리창 안으로 살짝 들어오는 진한 향기에

코를 찡그리며 잠시 숨을 멎었던 옛 기억이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끙끙거리며 어디서 나는 냄새냐며 웅성거리던 이유있는 야유...

어른들은 이 나무를 '정자나무'라고 불렀다.

오름 주변으로 개간하지 않은 고사리밭과 목장지대

농로길 따라 걷는 내내 한 발짝 그냥 스치기엔

여름과 가을을 잇는 들꽃들의 매력에 가다 서기를 여러 번...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나면 흙길을 뒤덮은 무성하게 자란 풀밭이 이어지고

생각할 틈도 없이 초록시간이 멈춰선 듯 

하늘을 가린 오고생이 곱앙이신(고스란히 숨어있는) 

낭만이 있는 구실잣밤나무 숲터널을 만났다.

멈취진 초록의 시간, 드디어 신비의 문이 열린다.

밤꽃향기 나는 작은 도토리모양의 열매

열매가 밤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실잣밤나무'

구실잣밤나무는

참나무과의 상록활엽교목으로

남해안에서 제주도를 비롯한 해안지대에 이르는 난대상록수림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후박나무와 함께 활동력이 왕성한 나무다.

높이는 15m까지 자라는 키 큰 나무로 내음성이 강한 나무이지만

햇빛을 좋아하고 다습한 조건에서도 잘 자란다.

특히 공해에 잘 견뎌 가로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타원형의 어긋난 잎은 2줄로 배열되어 있고

잎의 표면은 윤기가 나는 녹색이지만

잎 뒷면은 갈색의 짧은 털로 덮혀 있어서 짙은 금빛을 띠거나

지역에 따라 흰빛이 도는 것도 보인다.

꽃은 5월 연한 노란색으로 풍성하게 피는데 암수한그루다.

수꽃은 밤꽃처럼 길게 늘어지고

밤꽃 향기처럼 강렬한 짙은 향기가 난다.

갸름한 열매는 해를 넘겨 다음해 가을에 익는데

열매껍질 안에는 도토리처럼 생긴 길쭉한 씨앗이 들어있다.

가지마다 매달려 있는 열매

아직은 덜 익어 단단한 총포(껍질)에 싸여 있지만

세 갈래로 벌어진 우둘투둘한 총포 사이로 짙은 갈색의 알맹이가 튀어나올 기세다.

껍질을 벗기면 잣모양의 하얀 씨앗이 나오는데

 날로 먹어도 고소한 밤맛이 난다.

떫은 맛이 없어서 날로 먹어도 고소한 밤맛이 나는 열매는

식용하고 껍질은 염료용으로 쓰인다.

번식은 열매로 한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떨어지는 열매는  

향기만큼이나 짙은 빛깔로 많은 열매를 달고 늦은 도시락이 되어준다.

제주에서는 '제밤낭', '조밤낭' 이라 부르며 옛날에는 흉년을 대비해 저장해 두었다고 한다.

구실잣밤나무 아래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땅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으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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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기자  koni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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