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주년을 맞는 제주4·3평화재단이 4·3의 전국화와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여전히 4·3 해결이 미진하다는 점을 들어 재단이 해야할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제주4·3평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토론회가 14일 오후 제주아스타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제주4·3평화재단은 14일 오후 2시 30분부터 제주아스타호텔 3층 아이리스홀에서 '제주4·3평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4·3평화재단 10년의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4·3유족과 4·3관련 단체 등 2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4·3 70주년을 맞아 평화공원 방문객이 작년에 비해 갑절이 늘어 40만명을 돌파했으며, 올해부터 조사연구실이 신설돼 추가진상조사의 기틀을 다지게 됐다"며 "이번 기념토론회를 통해 4·3현안을 풀어가는 구심체로서 그 소임과 역할을 다했는지 성찰하고자 한다"고 이번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4·3과 통일문제 이제 본격 논의할 때"

이날 토론회는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장윤식 제주4·3평화재단 총무팀장이 발표를 하면서 시작됐다.

먼저 서중석 교수는 '제주4·3평화재단의 역사적 의미와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서 교수는 재단 설립 과정에서 나타났던 불협화음에 대해 지적했다. 서 교수는 "재단 설립과 기념관 개관, 평화공원 만들기가 함께 맞물려 진행됐지만 4·3영령의 뜻을 받들기보다는 외지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데 치중됐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일부 보수단체와 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4·3흔들기'를 하면서 과거사 청산 뒤집기의 위험성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서 교수는 "그럼에도 재단은 제주도와 시민단체, 유족회와 합심해 대대적인 활동을 거쳐 4·3 전국화에 큰 성과를 거뒀다"며 "특히 지난해보다 방문자가 2배 가가이 늘어났으며, 동백꽃 배지 유행과 국제포럼 등 큰 의미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제주4.3평화재단

특히 서 교수는 4·3의 정신과 진실에서 통일문제는 핵심사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서 교수는 "4·3봉기는 무장대가 '조국의 통일 독립과 완전한 민족 해방을 위해'라는 호소문이 큰 이유"라며 "이처럼 4·3과 통일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연구조사나 학술회의에서 거의 다뤄진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 교수는 "재단도 광복 직후 통일과 분단 문제에 대해 이제는 깊이 있게 들어가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서 교수는 4·3 70주년 사업과 4·3조사연구실 개설 등을 통해 앞으로 재단이 해야할 역할은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제주 시내에 있는 국공립 박물관과 달리 4·3평화공원은 찾기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다"며 "교통편은 물론 공원과 내부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재단이 기념관 쇄신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TV에서 4·3 관련 방영을 한 것이 크게 기여했지만 영상물을 앞으로 재단이 중심이 되어 제작해 유통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도청 하부기관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활동기관으로 거듭나야"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재단의 쇄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종합토론에서는 조성윤 제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양성주 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김은희 4·3연구소 연구실장,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 박찬식 4·370주년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강호진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제주4·3평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토론회가 14일 오후 제주아스타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먼저 양성주 4·3유족회 사무처장은 "올해 70주년 기념사업회와 재단이 함께 가지 못하고 따로 운영됐다"며 "이는 재단에 능력있는 인재가 많지만 괴리감이 심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햇다. 양 사무처장은 "재단이 인력과 예산이 있지만 항상 재단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려고 했으며, 소통 문턱마저 높았다"며 "예산을 가지고 사업목적에 맞게 적시적소에 쓸 수 있는 단체와 함께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은희 연구실장도 "2014년 이후 도 출자출연기관으로 편입되면서 도정의 대행사가 되었고 공무원이 모여있는 곳처럼 느껴져, 민간기구로서의 위상은 사라졌다"며 "4·3의 고민이 있지만 사안이 있을 때 재단이 함께 싸워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실장은 "재단 내에 직원들이 서로 무엇이 문제인지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100년을 만들기 위해 다른 단체와 소통하고 본연의 업무와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재단이 4·3관련 자료를 모으기 위해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내년 미국의 기밀문서가 해제되고 있는데 재단에서 몇번이나 갔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박효 등 개인이 혼자서 자료를 정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재단에서 공무원을 파견해서 자료 수집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단순히 4·3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여순사건 등 전국적으로 연계된 일과 함께 가는 것도 고민하면서 전국화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4.3평화재단 10주년 기념토론회에서 4.3관련자들이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강호진 집행위원장 역시 "재단이 추가진상조사, 추모사업, 유족복지사업, 문화, 학술, 교육사업, 국내외 평화교류 등 총 망라된 역할을 자신의 사업 영역을 총망라하고 있지만 4·3관련 단체를 빼면 공원 관리만 남는다"며 "재단은 행정하부기관이며 공원만 관리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강 집행위원장은 "재단이 4·3 문제와 제주의 평화인권을 다루는 ‘플랫폼’이나 ‘허브’ 기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제주4·3 추가 진상조사 사업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의제화가 되거나 현재까지 작성된 보고서가 공공의 영역에서 기 실효성과 공인된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재단은 2008년 제주4·3평화기념관 개관과 함께 설립됐다. 이후 재단은 4·3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인류평화의 증진과 인권신장을 도모함으로써 국가와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재단은 제주4·3평화공원 운영·관리는 물론, 추가진상조사, 추모사업 및 유족복지사업, 문화 및 학술·교육사업, 국내외 평화교류사업, 행정기관 위임 및 위탁업무 등을 맡고 있다. 올해 재단은 104억여원의 예산으로 4·3 70주년 기념사업을 위한 다양한 일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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