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지방자치의 탈을 쓴 ‘짝퉁’이거나 ‘눈 가리고 아옹 식 꼼수’라고 했다.

지방분권으로 요란하게 화장한 ‘꼭두각시놀음’ 일 뿐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한 일각의 반응은 싸늘하고 반론은 예리하다.

원희룡제주도지사는 14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위원회(이하 행개위)가 제출한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전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행개위 권고안은 ‘기초의회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 ‘현행 2개 행정시를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시․서제주시 등 4개 권역으로 재조정’, ‘행정시장 정당 공천 배제’ 등이 골자다.

원지사는 “행정시장 직선제 시행차원에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위한 제도개선 동의안을 정식 안으로 도의회에 제출하는 등 사전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뜻도 피력했다.

도민 입장에서는 “왜 이 시점에 첨예한 논란과 도민 갈등이 불 보듯 뻔하고 도민 혈세를 빨아먹을 수밖에 없는 행정체제 개편안을 수용했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 할 수도 있다.

‘의회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 안’은 2013년 우근민 도정당시에도 밀어붙이다가 도민 적 논란과 갈등만 키워놓고 무산됐던 의제였다.

‘원희룡표 행정시장 직선제 안’은 사실상 ‘우근민 도정의 행정시장 직선제의 도돌이표’라 할 수 있다.

권고안 수용 시점의 모호성과 함께 뒤늦은 수용의도에 대한 설왕설래도 많다.

행개위 권고안은 민선 6기 도정 기간인 2017년 6월 29일에 제출됐던 안이다.

당시 원지사는 이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해 왔다.

그런데 민선 6기 마칠 때까지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 ‘침묵의 1년 5개월’을 보내고 지각 수용의사를 밝혔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는 의아심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림짐작으로는 원지사의 고민을 헤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민 참정권 회복을 위한 기초자치단체 부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제왕적 도지사 권한’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러기에 이를 타개하려는 수단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수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의 다층구조를 단일 구조로 바꾼 혁신적 조치였다.

2006년 7월 1일 중앙정부는 특별법까지 제정하여 제주도에 특별지위를 부여했던 것이다.

이러한 조건의 상황변화로 4개 시군 기초자치단제가 폐지 됐다.

따라서 기초자친단체 부활은 ‘제주특별법’ 뿐 아니라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별법상의 특별지위와 특례를 모두 포기하고 다시 다층구조의 행정체제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실익도 없고 무모한 일이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납득 시킬 명분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 자치단체 부활은 무망(無望)한 일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눈가림식 ‘행정시장 직선제’를 수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면타개용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인 것이다.

여기서 원지사의 ‘국면타개용 꼼수’를 시시비비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행정시장 직선제’와 ‘4개 행정시 체제’가 제주사회와 제주도민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본질이다.

현실성과 유용성과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한 의제인 것이다.

먼저 ‘행정시장 직선제’ 논란이다.

‘의회 없는 행정시장 직선’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다. ‘의회 없는 지방자치 단체’는 헌법이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자치재정권 등 법인격 없는 행정시장 직선은 무의미하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직선 시장의 임기를 보장 해주는 정도’일 뿐이다.

‘4개 행정시 체제’역시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주민혈세를 빨아먹는 ‘세금 빨대’일 뿐이라는 독한 비판도 거침이 없다.

지역 간 갈등과 분열로 인해 그동안 유지돼 오던 지역 공동체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새로운 행정시 출범을 앞둬 지역 간 시청사 유치 경쟁은 ‘지역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는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각종 시설 유치 경쟁을 비롯하여 청사 건설비용, 공무원 증원에 따른 인건비 등 모두가 주민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행정구역 광역화는 시대적 요청이고 흐름이다.

1994년 도농복합형 행정구역 개편이후 시군 통합도시가 늘어나고 있다.

1994년에서 1995년 사이만해도 전국적으로 41개시와 39개 군(郡이)통합돼 40개의 새로운 형태의 도시가 탄생했다.

행정의 중복성과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행정 관리 비용의 중복 지출과 이중 투자를 줄이고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위한 방안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되레 행정시를 늘리려는 발상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과거회기일 뿐이다.

어려운 과정의 특별법을 개정하거나 논란과 갈등의 불씨인 주민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라도 행정시장 임기보장․행정시 권한 강화 등 ‘행정시 문제 해결’은 가능하다.

도지사의 의지와 도의회의 기능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렇다.

행정시장 임기보장은 도지사의 인사권한이기 때문이다. 도지사의 시장임기 보장이 미덥지 않으면 도지사 선거에서 행정시장 러닝메이트 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의회 동의를 못 받으면 시장 지명을 철회 할 수 있도록, 엄격한 도의회 청문회 장치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 시 권한 강화부분도 그렇다.

‘제왕적 도지사 권한’이라면 이 권한의 일정부분을 행정 시로 이관 하면 될 터이다.

인사권과 재정권한, 도지사가 독점하고 있는 인․허가 사무를 과감하게 이양하고 적정하게 배분해주면 해결이 가능해 질 것이다.

도지사 하기 나름이고 도지사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만약 직선 행정시장을 뽑더라도 도지사가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마음대로 행사한다면 직선행정시장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행정시의 역할 역시 도의 조정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될 뿐이다.

따라서 이번에 도지사가 수용한 ‘의회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나 ‘4개 행정시 체제’는 이쯤에서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소모적 논쟁거리로 행정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행정력 낭비와 도민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