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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제주4·3 영령의 한을 달랜다'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호남지역 4·3관련 유적지 순례
김태윤 기자 | 승인 2018.12.04 20:40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회장 오정희) 호남지역 4·3관련 유적지 순례

제주4·3은 70년이란 기나 긴 세월의 터널을 지나왔건만 아직도 제주사람들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아픈 기억으로 깊이 남아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회장 오정희, 이하 부녀회) 회원 70명은 호남지역 4·3관련 유적지와 인권유린 현장을 순례하고 돌아왔다.

이번에 참가한 부녀회원들은 오랜 세월 저마다의 아픈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 온 분들이다. 6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나이에 친정아버지를 잃거나 시댁의 어르신이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들이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오랫동안 묻어둔 그들 마음속 아픈 기억의 실타래를 하나씩 꺼내야하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주형무소 옛터 방문

순례 첫 날 찾은 광주광역시 동계로1번 길 광주형무소 옛터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로 바뀌어 회원들의 마음을 머무는 내내 무겁고 착잡하게 만들었다.

현장을 둘러 본 어느 부녀회원은 “어젯밤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뒀던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영혼과 만날 수 있다는 묘한 설렘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곳에 와 보니 아무런 표석도 없어 가슴이 너무 답답합니다”라고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말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오정희 회장

일행들은 아픈 기억의 장소에서 간단한 의식 준비를 하면서 또 다른 생각에 잠겼다. 제를 지내는 회원들의 표정엔 오늘 이 자리가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오정희 부녀회장은 “이렇게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아와 보니 그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부모님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이번 방문으로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회원들의 그동안 품고 살아왔던 아픈 상처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이번 순례의 의미를 강조했다.

구천을 떠도는 제주4·3 영령들의 억울함을 누가 달래 줄 것인가? 이번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호남지역 유적지 순례’를 함께 하면서 참가자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참가자들의 아픈 마음은 조금 달랠 수 있었지만 또 다시 그 아픔을 간직하려는 몸부림은 더욱 커져 버린 것이다.

올해는 제주4·3 70주년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4·3을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있다.

문재인 정부는 제주4·3의 완전 해결을 위한 국정 100대 과제를 만들고 진상규명과 배·보상 및 명예회복으로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으로 인권이 살아 숨 쉬는 복지국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제주4·3 진상 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내용으로 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4·3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제364회 국회 정기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 2일 종료된 가운데 지난해 12월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은 다루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4·3특별법 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연초 개정안 통과에 대한 정부차원의 협력을 공식 언급하는 등 연내 처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특히 '4·3 70주년'과 제주4·3특별법 전면·일부 개정을 내용으로 한 3건의 개정안이 안건에 포함되면서 정가와 유족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져왔다.

하지만 본회의 상정은커녕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실감만 키웠다. 올해 3월에는 아예 심의 대상에서 빠졌고, 9월 심의에서도 유족 보상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국정감사가 끝난 후 재심의 하는 것으로 미뤘다. 11월 심의에서도 처리하지 못하는 등 해를 넘기게 됐다.

2000년 제정 공포된 제주4·3특별법은 4·3의 명예회복과 진상조사를 위해 큰 역할을 했지만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에 대한 법적근거나 4.3당시 이뤄진 군사재판 무효화 등 진상규명을 위한 현실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4·3특별법 개정안과 함께 안건에 올랐던 제주특별법 개정안도 법안심위에 상정되지는 못했지만 일몰법 등의 특수성을 감안해 본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입장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4·3은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다. 유족들의 한을 풀 수 있는 4·3특별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조속한 합의로 하루빨리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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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기자  kty09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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