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녹지병원 개원 허가에 즈음하여'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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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녹지병원 개원 허가에 즈음하여'에 대한 비판
  • 제주투데이
  • 승인 2018.12.1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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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전문의 전영웅.

이 칼럼은 '[이유근] 녹지병원 개원 허가에 즈음하여'에 대한 반론이다. 클릭하면 해당 글로 연결된다.<편집부>

원희룡 도지사가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병원을 허가했다. 그에 따른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수많은 찬반논리와 향후 한국의료 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이야기들이 생산되고 있다. 영리병원의 허가가 미칠 수 있는 국가 의료체계의 변화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찬성하는 쪽은 자본논리에 입각하여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이야기한다. 반대하는 쪽은 국가의료체계의 붕괴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격차발생을 우려한다. 서로 일리 있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의료보장체계에서 제주 녹지병원의 허가는 거대한 제방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는 조그만 균열로 생각한다. 원 지사는 국가의료체계의 심각한 변질을 초래할 수 있는 방아쇠를 당겼다.

현재 우리나라의 병원들은 의료인이 설립하고 운영하여 발생한 이윤을 병원에 재투자해야 하는 비영리병원이다. 영리병원은 일반 투자자들도 참여하여 이윤을 남기고 다른 사업에 투자하거나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돌려줄 수 있다. 사실 현재 한국 대부분의 병원이 형식만 다를 뿐 이윤을 추구하는 형태는 영리병원과 비슷하다. 국가의료체계에 귀속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발생한 수익까지 통제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료행위로 발생한 이윤이 의료 외의 다른 사업에 투자되지 않도록 강제되어 있다. 영리병원과 결정적인 차이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우려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병원 운영으로 발생된 이윤이 다른 사업으로 투자되거나 투자자의 배당금으로 돌아간다면,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의료서비스는 수준급이지만 저수가에 단련된 의료행위가 영리병원 도입으로 저수가에서 벗어날 길이 열리면 의료비용은 당연히 상승하게 된다. 즉 의료서비스 질의 하락과 의료비용 상승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비용과 서비스의 상관관계 측면에서 질의 하락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현상이다. 물론, 같은 서비스를 두고 누가 영리병원을 이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남지만, 시간이 흐르며 달라질 영리병원의 경쟁력은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영리병원은 민간보험과 연관돼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의 의료시장은 국내 자본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료수가만 국가정책으로 통제될 뿐, 의료기기나 제약분야는 자유경쟁 체제라 봐도 무방하다. 보험 역시 의무가입인 건강보험 외에 다양한 민간자본이 건강보험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국내 민간보험은 건강보험 적용항목을 포함해서 비적용 항목까지 거의 모든 의료비를 보장한다. 자본은 비영리라는 틀만 무너뜨리면 순식간에 의료의 영역을 삼킬 준비가 되어 있고, 그 시발점은 물론 영리병원 도입이다. 영리병원의 도입으로 의료비용이 상승하면 민간보험료의 상승이 초래되고, 자본은 보험을 통해 몸집을 부풀리는 데 결코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롯이 서민들의 몫이 된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찬성하는 입장의 한 인사는 한 ‘녹지병원 개원 허가에 즈음하여’라는 제하의 칼럼에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미국의 ‘식코’사태가 영리병원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썼다. 영리병원과 민간보험과의 연관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식코 사태는 미국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라는 의료보장 시스템에 포함되지 못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비싼 민간의료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어서 살인적인 병원진료비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민간보험과의 연관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인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짚지 않고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매도하려고 애쓰는 듯 보인다. 전문가의 책임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그 인사는 한술 더 떠 유럽이나 호주에 영리병원이 많음에도 왜 식코현상이 발생하지 않느냐고 따진다. 유럽의 영리병원은 느린 계단식 의료시스템에 비해 많은 돈만 내면 바로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료시스템을 자본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그 인사는 네덜란드는 영리병원이 전체 병원의 72%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네덜란드는 한국, 일본과 함께 민간의 병원경영을 허용하지만 영리병원은 허용하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오히려 2006년부터 국가의료보험을 민간보험의 자유경쟁으로 돌린 이후로 보험료의 상승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네덜란드의 영리병원 운운하는 것은 팩트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찬성을 위해 애만쓰는 꼴이다.

녹지병원의 내국인 진료 문제가 쟁점이 되며 영리병원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서 요동치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녹지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허가받는다 하더라도, 당장의 국내 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한다. 현재의 의료체계 안에서 굳이 비싸고 시스템이 불완전한 병원을 이용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이 작은 구멍은 공공의료의 둑을 무너뜨릴 수 있고, 국내 자본은 국가의료체계를 단계적으로 잠식시키고 결국에는 많은 부분을 장악할 것이다. 자본이나 권력이 앞서 만들어 낸 하나의 선례가 국가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그리고 그것이 국민 대다수에게 이득이 되지 않거나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어져 왔음을 우리는 항상 목격해왔다.

갯벌을 파괴한 새만금 사업의 현재가 그러했고, 민의를 거스르고 추진하려던 부안 방폐장이 경주로 가서 지진 위험지대에 만들어졌다. 그런 사업이나 선례를 찬성해온 사람들은 항상 결과만으로 이야기한다. 광우병 파동은 단지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아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거래의 이면으로 내동댕이친 국가의 기만에 대한 거대한 항의였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천성산 도롱뇽은 결과적으로 멸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차별적이고 파괴적인 개발에 저항하려는 인간의 의지로 바라보지 못한다. 영리병원 허가 문제도 그렇다.

만일 내국인 진료를 포함한 허가가 떨어진다면 이는 하나의 쐐기가 돼 시간이 흐를수록 우려가 현실이 되는 광경을 우리는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책임지지 않는 가벼움으로 그 결과를 논평할 것이다. 녹지병원 개원을 불허하여 발생하는 잠깐의 손실과 영리병원 허가 이후 파생될 의료비용의 변화가 주는 손실 중 어느 것이 클 것인지는 웬만큼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잠깐의 손실비용 치고는 좀 크겠지만, 장기적인 국가운영 비용과 비교하자면 차라리 지금의 손실이 나을 것이다. 원 지사는 영리병원 허용 이후를 책임지겠다는 대책없는 발언을 했다. 차라리 지금 당장 욕먹고 손실을 감수하는 쪽이 낫다.

앞서 말한 인사는 정치인의 표심까지 걱정하며 원 지사를 두둔한다. 그의 글은 서두와 말미에서 원지사의 용단과 표심을 의식하지 않는 진정한 지도자상을 이야기한다. 시작과 끝이 하나로 귀결되는 글의 구조는 아주 훌륭하다. 그의 글은 영리병원을 정말 찬성해서 쓴 것인지, 아니면 원 지사를 위한 응원의 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원비어천가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참고로 용비어천가는 1445년에 편찬되어 1447년에 간행된, 조선왕조의 창업을 송영한 노래이다. 조선 건국과 관련된 조상들의 성덕을 찬송하고 태조의 창업이 천명에 따른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후세의 왕들에게 보수와 영창을 빌고 있다. 한 나라를 세운 공덕으로 만들어진 노래에 비하면 원비어천가는 그 조건이 매우 부실하다. 연임씩이나 한 원 지사가 이룬 것이라고는 난개발 허가 말고는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리병원 허가라는 국가 시스템을 뒤흔들 아주 중요한 방아쇠를 당겼다. 좀 더 지켜보고 써도 늦지 않을 노래를 저 인사는 너무 일찍 쓴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니 논리도 팩트도 관점도 엉망이 되고 만 것이다.<외과 전문의 전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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