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요즘 우리 제주도에서는 소위 영리병원이라 불리는 녹지병원의 허가 문제로 시끄럽다. 심지어는 도지사의 퇴진운동까지 벼르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영리병원이 무엇인지, 이 병원이 세워지면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잘 알지 못 하기 때문에 불안한 심정으로 사태를 살펴보는 것 같다. 필자가 여러 차례 녹지병원 개원 허가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필자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영리병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원 지사를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도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영리병원이 처음 추진할 때부터 반대를 하였다. 정치가나 지금 영리병원을 찬성하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병원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운영될 수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개원허가를 해주지 않았을 경우 우리 도민들이 입게 될 피해가 너무 막심하기 때문이다. 허가를 반대하시는 분들이 주장하시는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적은데, 개원을 불허하였을 경우는 반대하시는 분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사항들이 필자의 판단으로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에 대한 논의가 노무현정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이 재벌들이나 외국 자본을 아껴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 했을까? 물론 아니다. 영리병원의 전개 과정을 아시는 분들은 결국 영리병원이 세워지지 않은 까닭을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세계의 자본가들이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녹지그룹도 이런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병원 건설을 주저했을 것이며, 개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불감청고소원(不敢請顧所願)으로 바둑에서 꽃놀이패를 두는 심정에서 공론화과정을 조용히 지켜본 것이 아닌가 하는 심정이 든다.

반대하시는 분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녹지병원이 영리병원으로 허가되면 우후죽순처럼 전국적으로 영리병원이 퍼져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무너지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측의 논리를 보면 그 중에서 모순이 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반대 측 인사들은 영리병원은 투자자들에게 이익 배당을 하여야 하므로 병원 재투자가 어렵고, 따라서 좋은 병원이 되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영리병원은 좋은 병원 20위 안에 들지 못 한다고 한다. 그렇다. 미국에서도 그런데 치료비가 미국의 1/10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투자자에게 이익 배당을 할 경우 좋은 병원이 될 수가 없다. 그런 좋지 않은 병원을 왜 갈까? 요금도 비쌀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어떤 정신 빠진 사람이 돈을 더 내면서 그런 좋지 않은 병원을 갈까? 환자가 없는 병원이 어떻게 돈을 벌까? 돈도 벌지 못 하는 그런 병원을 세우려는 멍청한 자본가가 있을까? 영리병원을 허가하면 전국적으로 퍼질 것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 한다. 돈을 벌어 이익을 배당하게 되면 자본가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하는데, 영리병원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를 알 수 없다. 지금 병원들 중 자본가들이 투자 매력을 느낄 정도로 수익을 내는 병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병원 경영을 해보지도 않은 분들이 상상에 불과하다. 2016년 통계를 보면 서울대학교병원은 100억 원 가까이 지원을 받고도 100억 원 정도 적자를 보았다. 일반 병원인 경우 200억 원 적자를 본 셈이다. 제주대학교병원이나 도립병원들도 마찬가지다. 병원들이 돈을 벌 수 있는데 이런 병원들이 이렇게 적자를 본다면 당연히 그 병원 원장들은 문책을 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병원들이 돈을 벌 수 없는 것은 야구 선수들은 많은 연봉을 받지만 정작 야구단은 적자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자꾸 미국의 ‘식코’ 사태를 영리병원과 결부시켜, 영리병원이 퍼지면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사태가 생길 것이라고 겁주고 있다. 필자도 ‘식코’를 보았는데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미국인의 비참함이 고스란히 담겼었다, 그러나 의료수가가 민간의료보험과 병원에 의해 결정 되는 미국과, 수가를 정부에서 정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는 것이 넌센스다. 또 의료소송이 빈발하며, 특히 징벌적배상제도가 있어 법적 경비가 많이 드는 미국과 아직은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 또한 견강부회다.

미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민개보험제도가 없다. 많은 나라에서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나 그렇지 못 하는 것은 이 법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제정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유신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었으니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법을 민주주의식으로 바꾸려고 하면 ‘촛불혁명’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다음 선거에서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법률개정에 찬성할까? 법을 바꾸려면 개정안 발의에 20명이 찬성해야 하고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법 개정은 고사하고 발의에 동참할 국회의원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인데 미국과 비교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러나 필자는 다른 형태의 주식회사형 병원을 꿈꾼다.

과거에는 개인의원을 하다가 돈을 벌어 병원을 차리고 개중에는 종합병원이나 심지어 대학병원으로 키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1988년에 국민개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로는 조상에게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지 않고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평범한 의사가 종합병원을 세운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여러 의사가 힘을 합쳐 종합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제주도 제1호 종합병원인 한국병원이 탄생했고, 지금은 한마음병원이 이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마디로 주식회사형 병원이다. 다만 의사만이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주식회사와 다르다. 필자가 꿈꾸는 병원은 병원 구성원 모두가 실질적인 병원의 주인이 되는 병원이다. 그래서 병원 직원들의 투표에 의해 원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구성되는 그런 병원을 꿈꾼다. 지금 한마음병원은 주주인 운영위원(의사들)의 투표에 의해 원장을 뽑고 있다. 이익이 생기면 분배해 가져갈 수도 있다.

그런데 공동사업자로 운영하다 보니 불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손실이 많다. 원장이 바뀔 때마다 40여 군데 되는 곳에 서류를 보내야 하고, 운영위원들이 들고날 때마다 법적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니 재투자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원장을 뽑을 때 일반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도 않는다.

지금 대정읍이나 한림읍에는 여러 명의 의사가 개업하고 있다. 이 분들이 힘을 합쳐 병원을 만들면 밤에도 진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나은 진료를 할 수 있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삼화지구에도 인구가 불어나니 종합병원이 하나 있으면 좋겠으나, 지금 혼자서 종합병원을 세울 수 있는 의사가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하고 있어서 앞으로 병원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는데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병원을 짓기가 어렵다. 주식회사형으로 병원을 만들 수 있도록 하면서 주주를 전원 의사로 하던가, 아니면 의료인을 50% 이상 한다는 조건으로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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