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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할망의 부활을 꿈꾸다 '사남굿 설문대 전' 17일 개최
김재훈 기자 | 승인 2018.12.16 17:02

난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설문대할망은 현재의 제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문대할망 신화를 토대로 한 전시·공연 프로젝트가 17일부터 23일까지 제주W스테이지에서 진행된다. 불휘공프로젝트로 명명한 이번 프로젝트는 설문대할망의 발자취를 찾는 순례인 동시에 병든 제주를 위로하는 사남굿의 의미를 지닌다.

'명주 한 동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설문대할망이 제주와 육지를 잇는 다리를 놓는 일을 중단했다는 설화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왕도 범도 못 난 섬’, ‘백 통을 채우지 못한 명주 99통’ 등의 표현에서 드러나듯 변방 콤플렉스를 부각한다. 부족하고 모자란 섬 제주. 그러나 불휘공프로젝트는 이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

불휘공프로젝트는 세계 곳곳의 거인 설화 속에서 창조의 소임을 마친 거인들이(혹은 신들이) 죽음을 통해 대지와 자연으로 화(化)하는 ‘사체화생 (死體化生)’ 모티프를 주목한다. 설화에 따르면 설문대할망은 다리 놓기를 중단하고 물장오리의 산정호수 속으로 사라졌다. 흔히 물장오리에 빠져 죽었다고 전해진다. 불휘공프로젝트는 설문대할망 역시 죽음을 통해 곧 제주도 그 자체가 되었다고 풀이한다.

설문대할망이 육지까지 다리를 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불휘공프로젝트는 “창조주인 나 설문대는 제주섬으로 화할 테니 영원히 나의 육신을 훼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새겼다는 것. ‘신이 만든 제주’가 아닌 ‘신=제주’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 따르면 제주의 자연을 파헤치는 것은 제주의 신성을 파괴하는 행위가 된다. 불휘공프로젝트팀은 “오늘날 제주섬이 파헤쳐지는 광경을 보라. 창조주의 육신을 도륙하는 것을 넘어 영성의 부활을 막는 파멸의 행위인 셈”이라고 현재의 제주를 우려한다.

한진오, 이도희, 유용예가 중심이 된 불휘공프로젝트팀은 근래 지역주민들에게서조차도 이야기 전승이 끊긴 설문대할망 설화지를 찾는 순례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2000년대로 접어들어 극심한 난개발로 제주의 자연은 물론 설문대 설화지 또한 이미 훼손되었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고 안타까워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설문대할망의 발자취를 찾는 순례인 동시에, 신성-자연성을 상실해가는 제주를 치유하는 굿판으로 기획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연출을 맡은 극작가 한진오(사진=한진오 제공)

이번 프로젝트의 총연출을 맡은 한진오 극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5년 동안 설문대할망 설화지를 찾아 다녔다. 설화지들은 근래 동네 사람들에게도 잊혀지고 있었다."며 설화지들을 추적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 작가는 "육지를 잇는 다리를 놓지 않고 제주가 되어버린 설문대할망의 신화를 사체화생의 관점에서 조망했다"며 "이번 작업은 통해 제주의 신성과 제주사람들의 정체성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설문대할망의 설화지를 찾는 순례이자 부활을 위한 굿판"이라고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프로그램은 영상 및 사진 전시, 퍼포먼스 등이다. 설문대할망의 설화지를 찾는 순례의 과정에서 진행한 이도희의 현장퍼포먼스를 유용예가 사진으로, 한진오가 영상으로 기록했다. 불휘공프로젝트는 ‘사남굿 설문대’는 영상과 사진이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일대기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사진 전시는 설문대할망 설화지와 더불어 난개발로 인해 파괴된 자연의 참상을 고발하며 진즉에는 제주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들춘다. 

영상에는 여신 설문대의 전설지와 제주4.3의 역사유적지, 개발로 인해 자연성을 상실한 도심에서 영성을 일깨우는 굿판이 담긴다. 영상 퍼포먼스 작업에는 배우와 연주자로 이도희, 고석철, 김현주, 이성희가 참가했다. 촬영과 사운드디자인, 레코딩 등 스텝으로 민경언, 박선영, 박성준, 박정근, 송동효, 오영섭이 참가했다.

17일 오후 5시 오프닝행사로 진행하는 퍼포먼스에서 이도희와 한진오가 듀엣으로 제주도굿의 오리정신청궤와 본향듦에서 착상을 얻은 작업을 선보인다. 사운드퍼포먼스와 제의적인 몸짓이 어울리며 제주W스테이지 안팎을 정화하는 의식을 갖는다.

21~22일 저녁 6시부터 진행될 스크리닝데이 이벤트에서는 유용예, 이도희, 한진오 세 사람이 개별적으로 창작한 영상작품 세 편을 선보인다. 세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참극인 제주4.3과 제주의 난개발에 대해 고발한다.

23일 오후 4시에는 이도희를 중심으로 고석철, 김현주, 이성희, 한진오가 함께 ‘사남굿설문대’의 타이틀을 오롯히 반영한 라이브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제주도 굿의 ‘소리’, ‘연물’과 이도희 특유의 ‘보컬라이징’과 전위적인 춤으로 관람객들과 함께 여신 설문대할망의 부활을 위한 굿판을 벌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진오(총연출), 이도희(퍼포먼스 및 시나리오–퍼포먼스아티스트), 유용예(사진 및 시나리오–사진가)가 주축이 돼 진행됐다. 이 외에도 문봉순(기획), 송동효(영상퍼포먼스촬영), 박선영(영상퍼포먼스촬영), 박성준(영상퍼포먼스촬영), 박정근(영상퍼포먼스촬영), 고석철(퍼포먼스/영상퍼포먼스출연), 김현주(퍼포먼스/영상퍼포먼스출연), 이성희(퍼포먼스/영상퍼포먼스출연), MUSA(사운드디자인/작곡), 오영섭(레코딩엔지니어), 신소연(의상디자인/설치디자인), 민경언(설치디자인), 양천우(전시디자인/디스플레이), 강경호(음향/조명), 볍씨학교(영상출연) 등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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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기자  humidtex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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