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20일 ‘2018 국공립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내놨다.

47개 국공립대와 46개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측정 결과였다.

여기서 제주대는 종합청렴도 3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측정 결과보다 1등급 하락했다.

연구 및 행정 분야 청렴도에서도 지난해 보다 1등급 낮은 3등급이었다.

제주대학 병원의 종합청렴도 역시 3등급이었다. 이 역시 지난해 보다 한 등급 낮은 것이다.

환자진료나 내부업무, 조직문화, 부패방지제도 부분에서는 4등급이었다.

3등급은 5개 등급 중 중간급이다. 4등급은 평균이하 등급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제주대는 “다른 대학 병원 등과 비교해 최상위 등급 이었다”고 자랑했다.

3등급을 받은 다른 대학의 경우는 치과 계열이다. 종합병원만을 걸러낸다면 3등급은 제주대 병원이 유일한 것은 맞다.

그러나 ‘최상위 등급‘이라고 우쭐할 일은 아니다. 되레 지난해보다도 등급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성할 일이지 폼 잡을 일은 아닌 것이다.

스스로 뽐내는 자화자찬(自畵自讚)이 향후 ‘대학운영의 덫’으로 작용 할 수도 있어서다.

그렇지 않아도 금년 들어 학생들에게 ‘갑(甲)질’을 행사해온 교수로 인해 제주대학 캠퍼스는 시끄러웠다. 청렴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결국 인권침해의혹, 성희롱 의혹, 연구부정 의혹 등 11개 사항의 비위혐의를 받았던 ‘갑질 교수’는 대학 징계위원회에 의해 파면처분 됐다.

제주대학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 가까이 병원직원 레지던트 등을 상대로 상습적 폭행 등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갑질 교수’는 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본인은 지난 13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저의 입장에서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 이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적 관심과 이슈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측이 청렴도 평가에서 ‘국립대 병원 중 유일하게 최상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물론 자랑하고 싶은 것은 인간심리의 속성이다. 자기현시욕(自己顯示欲) 발로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학집단의 자기현시는 앞뒤를 헤아리는 이성적 또는 지성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지식의 최고 전당이자, 학문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로 일컬어지고 있다.

교육과 연구와 사회봉사를 지향하는 대학의 역할은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른다는 점에서 교수집단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신뢰와 존경심이 ‘갑질’ 형태로 변질된다면 대학의 미래는 참담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비판의 과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대학 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크다.

대학은 더 이상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고 사유(思惟)하고 실천하는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는 비판도 거세다.

남을 짓밟고 출세하는 기술을 전수하는 곳으로 전락한지 오래라는 이야기도 있다.

자본의 돈 맛에 길들여진 대학은 기업의 입맛에 맞는 주문 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친 기업적 친 자본적 커리큘럼을 앞 다퉈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양성이라는 이름아래. 사회의 불의와 모순을 비판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 고심해야 할 대학에서는 더 이상 사유와 비판과 실천의 학문을 가르치지도 않고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

대학이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 차원의 과정에 불과하고 대학교육은 계층 상승의 통로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교수는 돈벌이 용역에 혈안이 되고 학생들은 각종 대중문화에 탐닉되어 버렸다. 이러한 암담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진단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거점대학인 제주대학이 변화와 혁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과의 상생발전을 위해 거점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대학 커리큘럼의 지역특성화, 실무 형 전문가 육성프로그램 개발, 맞춤형 일자리 및 인재 육성프로그램 등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대학 본연의 역할을 훼손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고도의 혁신적 체질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대학 구성원, 특히 교수들의 일대 각성이 필요하다.

지역사외와 학생위에 군림하려는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는 의식의 전환을 말함이다.

이러한 의식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강제할 수도 없다.

대학인의 치열한 자기반성과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이 전제되어야 가능성이 있다.

그래야 대학사회의 ‘갑질 문화’도 척결될 것이다.

‘청렴도 종합평가 3위‘를 훈장처럼 여기는 따위의 고루하고 안일한 자세는 대학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제주대학 청렴도 종합평가 3위와 ’두 명의 갑 질 교수 사례‘를 빗대는 이유도 ’대학 내 일각의 안일함‘을 지적하고 경고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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