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허영준(許榮俊)/ 제주 대정출신, 서울시 초대공보관, 이사관, 수필가, 시인 풍시조문학상(2012) (현)제주국제협의회 부회장, 가락회보 편집장

간소개에서 <나의 인도>를 봤다. 바로 집 근처의 문고에서 구입했다.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펴낸 220쪽 분량의 책이다.

저자가 좀 특이하다. 박완서, 법정, 신경림, 이해인, 문인수, 강석경, 나희덕, 동명, 박형준, 김선우, 이재후, 이렇게 11인이다. 개인별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인도를 여행(순례)한 느낌을 쓴 글들이다.

편집인 함명춘씨가 이들의 작품을 모아 < 나의 인도>라는 제명을 달아 펴낸 책이다. 인도나라는 개인적으로 연관이 있어서다.

​‘문명의 속도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곳, 여행이 고행이 되고 다시 순례가 되는 곳, 그곳에서 그들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 인도!’ 글쓴이마다 인도 여행기간은 다를 것이나, 세계에서 7번째로 넓은 땅 인도를 순례한 느낌을 책 한권에 담아도 부족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11월 초순 7일 동안 인도를 다시 찾았다. 나의 아홉 번째 인도 순례였다. 가락종친 순례단 30여 명을 안내했다. 가락국시조 김수로왕비 허왕후(許王后)기념비 제막 제17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인도에서 거행했다.

가락국시조 왕비 허왕후와 관련하여 소개해야 하겠다. 고려 충렬왕때 승 일련이 지은 <삼국유사>의 한 부분에 <가락국기>편이 있다. 거기에는 김수로왕이 가락국을 창건(서기 42)했고, 48년에는 인도 아유타국 왕실의 공주 허황옥(16)이 먼 항해 끝에 가락국에 도래(김해)하여 김수로왕과 혼인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둘 사이에 왕자 열, 공주 둘을 두셨다. 장자는 김해김씨로 대통을 이어가게 하고, 아들 둘을 허왕후의 허씨로 사성했다. 이후 허씨에서 분적(分籍)된 인천이씨 등, 이렇게 김해김씨, 허씨, 인천이씨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직계 후손으로 번성하여 자손이 600만에 이르며, '가락종친회'라 하여 종중사업과 제례, 친목을 같이하고 있다. 이 정도로 나의 선조를 해설한다.

18년 전에 종친들이 성금을 모아 국내에서 허왕후기념비(대형 비석)를 제작한 후 인도로 보냈다. 인도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시조할머니 허왕후의 고향 아요디아에 그 기념비를 건립했다. 힘든 일이었다.

종친회 차원의 일이지만 인도 측에서 기념비공원 부지를 무상 제공했고, 매년 기념식 때마다 인도측 고위 인사의 헌화, 축사 등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도 두나라의 우호증진에도 기여하게 되었으니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

인도여행에 '타지마할'과 바라나시(갠지스강)는 꼭 가보는 곳이다. 앞에서 쓴 <나의 인도> 11인 가운데 '나의 시체를 미리 태운 바라나시'(작가 동명), '갠지스강에서의 이별'(작가 강석경) ... 두 작품을 읽으며, 바라나시를 아홉 번이나 찾아가 강물에 손을 적시며 인도인들의 굳게 믿는 힌두사상의 '환생'은 존재하는지에 공감했다.

갠지스강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하여 인도 중부지역을 관통하면서 벵골만으로 흐르는 2,460Km의 긴 강이다. 13억 인도인의 젖줄이요 행복이다. 강물은 흐르다 시바 신(神)이 있는 초승달 모양의 구부러진 곳으로 지나는데 곧 바라나시다. 3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힌두 성지 중의 성지다(도시).

이번에 가본 바라나시는 2001년에 처음으로 가본 바라나시와 꼭 같은 모습이다. 좁은 골목에 늘어선 작은 가게, 밀물처럼 들어오는 순례자들, 목욕과 빨래, 거지, 성자, 아이들, 길거리에 헤매는 소들, 지붕위를 넘나드는 원숭이 무리, 장작 타오르는 화장터, 온갖 배설물의 악취.

그들은 성스러운 강- ‘강가'Gang라 부른다. 강 자체가 신격화의 여신이다.

작가 동명은 작품에서 이렇게 썼다. "바라나시는 신들의 놀이터였던 것이다. 24시간 가동하는 화장터는 쉬는 법이 없다. 죽음은 끊임없이 불이 되어 신에게로 간다. 갠지스 강물이 바로 신이다. 새벽부터 물속에 들어가 물을 소중하게 퍼 올리면서 사람들은 기도한다. 바라나시에 오면 누구나 여행을 고행하고 고행을 여행한다."

작가 강석경의 글도 있다. "갠지스강은 인도 사람들에겐 성스러운 강입니다. 힌두교인 모두가 죽기 전에 한번은 오고 싶어 하는 곳입니다. 거지가 발목을 잡고 소들이 거리 아무데나 똥을 쌉니다.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면 죄가 씻어지고 다음엔 보다 좋은 세상에 태어난다고 믿습니다. 밤의 갠지스는 고요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글을 마치려 하자, 갠지스강 살리자며 줄줄이 단식하는 인도인. 기사를 봤다. 갠지스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 댐 건설을 철회해 달라, 모래 채취를 막아달라, 강물 정화를 하라.... 성스럽다는 갠지스강에 어둠이 드리운다.

그래도 나는 시조할머니의 나라 인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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