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통적으로 우리에게 어머니는 헌신과 희생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어머니 없는 가족을 생각할 수 없고, 또 가족 행복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치부해 왔다. 그래서 누구든 문득 어머니를 떠 올리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고마움과 죄송함이 겹쳐서 더욱 그렇다, 그렇게 우리에게 어머니는 영원한 정서적 지주이다.

요 며칠 필자는 2분의 어머니를 언론 기사를 통해 만났다. 한 분은 중앙일보 12월 18일자 기사에서였고, 다른 한분은 여러 언론을 통해서 널리 알려진 어머니이다. 한 분은 자식에게 살해 된 어머니이고, 다른 한 분은 부모보다 먼저 죽은 아들 시신을 보며 오열하는 어머니이다.

우선 중앙일보 기사 제목에서 보면, 자식에 살해 된 한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아들아, 옷 갈아입고 도망가라”였다. “직장을 꾸준히 다니지 않고 잦은 음주를 한다”는 꾸지람을 들었다고 분개한 아들이 아마도 순간적인 비정상적 심신상실로 욱 하는 마음에 어머니를 살해 한 것으로 보인다. 살인은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는 게 일반이지만, 존속살해는 더욱 그래서 징역 20년을 받았다.

다만 그 기사를 읽으면서, 어머니가 한편으로는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라’며 아들의 뺨을 때리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면서도 ‘옷을 갈아입고 도망가라’고 얘기하는 게 가능한지, 의아심이 들었다. 후자의 어머니라면 그렇게 쉽게 30대 아들의 뺨을 때릴 수 있는지, 필자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만약 후자의 어머니가 진심이라면, 존속살인의 아들 형량을 확정함에 있어서 어머니의 마음을 더 헤아렸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들의 폭행으로 죽어가면서도 ‘도망가라’고 힘겹게 말하는 그 어머니의 애틋한 자식 사랑 마음을 떠 올리면서 논물이 핑 돌 뿐이다.

죽은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다. 앞으로 평생 살아있는 아들에게 본인이 살해 한 어머니는 어떤 의미와 모습으로 남아있게 될 것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재판관도, 기자도, 필자도 다 곧 잊어버리겠지만, 그 아들은 20년 감옥 생활하면서, 어머니를 살해한 자신에 대해서 어떤 생각과 회한을 갖고 살아갈까. 쉽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죽은 어머니와 살아있는 아들 모두의 비극이다. ‘도망가라’는 그 어머니의 외침만은 한동안 필자의 머릿속에 남아있을 것 같아. 거듭 진심으로 그 어머니의 명복을 빌어마지 않는다.

또 한분의 어머니가 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4살 나이에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이 그 분이다. 24일 이 어머니는 숨진 아들만이 아니라 앞으로 수많은 아들들이 유사한 사고로 죽게 된다며, 국회를 찾아 이른바 ‘김용균법’이라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다녔다. 김미숙님은 아들의 죽음을 팔자소관이라든가 사고사니 어쩔 수 없다면서 그냥 주저앉아 있지 않는다. ‘아들을 죽게 한 환경, 그러한 나라가 바뀌어야 한다‘며,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어머니는 투사로 변신할 모양이다.

본인보다 아들이 먼저 죽은 마당에 살아있는 어머니가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저희도 같이 죽었다”는 김미숙님의 비통에 100프로 공감한다. 이제 마음의 평정은 없다. 다시는 이러한 억울함이 없도록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를 할 투쟁만이 있을 뿐일 게다. 아들이 죽은 후 현장을 찾은 그 어머니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죽음을 낳은 ‘사고의 양상’에 절규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책임 전가와 대책마련 부진은 예나 제나 다름없다. 그 점에서는 한국서부발전이나 국회나 청와대 모두 다 꼭 같다.

김용균 사망의 원인과 경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배치 3개월 만에 혼자 밤샘 근무하다가 컨테이너 벨트에 끼여 사망 그리고 의도적(?) 방치, 2인 1조 규정을 지켜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3년 전부터 열악한 시설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비용이 3억이나 들어간다며 이를 거부. 그렇다면 모든 걸 그대로 방치하면 또 다른 ‘김용균의 사망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여기서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의 다짐과 분투가 나온다.

김미숙님은 살아있지만 본인도 죽을 각오로 우리 사회 도처에서 신음하고 있는 ‘김용균들’을 살리고자 동분서주할 모양이다. 연 1천명의 산재사망으로 OECD 국가 중 일터가 가장 위험한 나라인데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표류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 제2의, 제3의 김용균이 나타날지 모르는 이 나라를 바꾸는 데 우리 모두 어떻게든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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