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다사다난했던 무술년도 이제 지나고 희망찬 기해년이 다가왔다. 황금돼지해라 일컬어지는 기해년이 국민 모두에게 행복을 안기는 한 해가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어느 해인들 지나고 보면 어렵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무술년도 국민들에게는 많은 어려움을 안겨준 한 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새로운 국가를 만든다면서 적폐청산에 올인 하였지만,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안긴 한 해였다고 여겨집니다. 예전 정부와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면서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니 인도 속담에 나오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내가 하면 충고고, 남이 하면 비난이다.”라는 말들이 생각납니다.

그런 와중에 금년에 16.5% 올리더니 내년도 임금인상률을 10.9%로 정하니,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중소기업들은 직원 수를 줄이니,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만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80%를 웃돌던 지지율이 점차 하락하여, 이제는 40%를 겨우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특히나 20대의 지지율이 20% 대로 떨어져서 여당과 정부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만, 좌향좌로 방향을 틀어 가속도가 붙는 시점이다 보니 고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 쪽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조정해야 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일부에서는 주말을 유급휴일로 하던 것도 임금계산에 넣자고 하니, 대기업들마저 난감해 합니다.

한편 작년 북한 핵문제로 일촉즉발의 위험이 감돌더니 금년에는 남북정상회담에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려 남북문제가 풀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으나 연말이 되면서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에서는 이렇게 실망스러운 일들이 연속 되었지만, 체육계에서는 우리 국민들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했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걱정을 안고 시작한 평창동계올림픽이 그나마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평가입니다. 북한 선수들이 남북해빙무드를 타고 참석한 것도 기억할 만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성화봉송주자로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국민들이 한껏 기대를 가졌던 러시아 월드컵에서 예선탈락이라는 쓰디쓴 결과를 얻었지만, 맨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최강 독일에 2:0 승리라는 예상하지 못 한 결과를 이끌어내 국민들의 시름을 달래 주었는가 하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청소년 팀이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연말에는 동남아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우리 모두 우리 일인 양 기뻐하였습니다. 특히나 베트남 국민들이 박 감독이 한국인이라고 태극기를 흔들며 열광하는 것을 보며 이제 우리가 베트남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하겠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또 골프에서는 김세영 선수가 72홀 최저타 신기록인 31 언더파로 우승하고, 추신수 선수는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현역선수로 52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을 세워 월드시리즈에서 일승도 건지지 못 한 유현진 선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우리 제주도는 진행하는 모든 일들이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닥쳐 암초에 걸린 양상입니다. 여러 해 동안 온 도민들을 분열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강정 해군기지 문제가 소강상태를 보이나 했더니, 제2공항 문제로 시끄럽고, 드디어 영리병원 허가 문제로 정점을 찍는 모양새입니다.

강정을 해군기지로 지정하면서 한 번 크게 혼났으면 제2공항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하여야 할 터인데, 도민들이 생각하기에도 엉뚱한 성산 지역으로 결정이 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을 추진할 때에는 먼저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얻고, 그 다음 어디가 가장 적합한가를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도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제2공항 설치에 대해 반대 여론이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민 설득을 소홀히 하고, 장소 선정마저 도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곳으로 정하였으니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장소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국토부와 타당성조사위원회가 자주 말을 바꾸니 도민들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녹지병원 문제는 우리 제주도민들에게는 별 영향도 없는 것인데, 도민들을 완전히 두 그룹으로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제주도개발계획에 헬스케어타운이 들어가 있고, 거기에 영리병원을 짓도록 되어 있는데, 중국의 녹지그룹이 헬스케어타운을 조성하면서도 병원 건축은 미적미적 하여, 제주도에서 병원을 빨리 짓도록 재촉한 사항이므로, 건축허가 사항에 어긋난 것이 없으면 당연히 개원 허가를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영리병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중앙에서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그룹들이 준공이 끝나서 직원들마저 다 뽑은 병원을 개원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들고일어나는 바람에, 마침 지방 선거가 임박한 시점이라 숙의형공론화 과정을 거치자고 원희룡 도지사가 제안하여 공론화과정을 밟았는데, 도지사의 예상과는 달리 불허 쪽으로 결론이 나는 바람에 진퇴양난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원희룡 도지사가 용단을 내려 조건부허가를 내주었으나, 시민단체들은 계속해서 도지사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숙의형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은 녹지병원이 영리병원으로 허가가 나면 재벌들이 우후죽순처럼 영리병원을 만들 것이고 그리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식코’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도민들을 선동하니, 영리병원이 무엇인지 자세히 모르는 도민들이 부화뇌동하여, 녹지병원 허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마치 매국노인양 비난하니, 욕먹기 싫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어 버려 결국 불허 쪽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보건복지부에서 설립허가를 내주지 않던가, 제주도에서 병원 건립을 재촉하지 않았다면 모르겠는데, 빨리 병원을 지으라고 재촉하고서 개원 허가를 해 주지 않았을 경우, 병원 건립과 일 년 이상 개원 허가를 기다리며 쓴 100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손해배상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영리병원을 반대하시는 분들의 주장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첫째는 영리병원이 떼돈을 벌게 되므로 재벌들이 너도나도 영리병원 건립에 몰려들 것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정부에서 정하므로(형식은 수가산정위원회에서 결정하나 그 위원회 구성이 1/3은 공급자인 의료보험공단이고, 1/3은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들을 포함한 의료인이며, 나머지 1/3은 소위 공익위원이라 하여 정부에서 위촉하는 분들이므로, 결국 정부 안대로 결정되고 있음)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여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할 경우 병원 발전을 위해 재투자할 여력이 없게 됩니다. 이 점은 시민단체들도 미국의 영리병원이 그리 좋은 병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듯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영리병원은 이익을 내려고 수가가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야 메디케이드나 메디케어에 해당되는 분들이 보험이 되는 병원에서 진료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 자기 돈을 내면서라도 영리병원을 찾지만, 우리나라처럼 거의 언제나 진료 받을 수 있는 체제에서 좋지도 않은 병원을 돈을 더 내면서 갈 얼간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환자가 없는 병원이 무슨 수로 돈을 벌 수 있나요? 돈을 벌 수 없는 영리병원을 설립할 재벌들이 있을까요?

둘째는 미국에서 ‘식코’와 같은 현상이 생기는 것이 영리병원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13% 밖에 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미국의 의료수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논리적으로 합당할까요? 그러면 미국보다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이 더 많은 다른 많은 OECD 국가에서 ‘식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저는 영리병원 때문에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사법제도가 그 원인이라고 봅니다. 다른 나라보다 배가 더 많은 미국의 변호사들이 의료소송을 부추기니 병원이 지불하는 소송비용이 많아지고, 그것을 보험회사에서 감당하므로 보험회사에서 손해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으며, 거기다 민간보험회사들과 계약을 맺으므로 각 보험회사들과의 계약 조건이 다르므로 그걸 다룰 원무과 직원들이 터무니없이 많아지는데다, 의료소송에 걸리지 않으려고 진찰시간이 길어지고 불필요한 검사까지 마구 하다 보니 의료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되며, 그리 되면 의료보험료도 자동적으로 증가하니 돈 없는 사람들은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됩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메디케이드나 메디케어는 아무래도 수가가 낮으니 계약한 병원들이 적을 수밖에 없고, 그러니 여기에 해당 되는 환자들은 제때에 진료를 받을 수 없어 다급하면 영리병원을 찾게 되는 구조라고 봅니다. 즉 영리병원 때문에 미국의 의료보험 수가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의료제도 때문에 영리병원이 생겨난 것입니다. 영리병원이 있으니 그나마 돈 있는 사람들은 제때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는 영리병원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개보험제도가 무너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도 왜 다른 나라에서는 만들지 못 할까요? 그것은 이 제도가 갖는 비민주성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을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유신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니까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만들 수 있었던 법입니다. 오죽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성공하지 못 했을까요? 물론 민간보험회사의 로비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최진기씨가 동영상으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인의 절반을 넘는 직장보험과 개인보험에 이미 가입해 있는 중산층들이 의료보험료가 오른다고 반대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 법을 고치려고 하면 90% 이상 되는 국민들이 반대할 것입니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던 촛불 시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극렬한 국민의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법을 개정하려면 적어도 20명의 국회의원들이 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하여야 합니다. 이 발의에 참여하였다가는 바로 탄핵이 되든가 다음 선거에서는 떨어지는 것이 너무나 확실한데 그렇게 할 국회의원들이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 녹지병원이 세워져도 도민들에게 별 도움도 되지 않고 폐해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100여 명 정도 되는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정도겠지요. 그런데 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1000억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도민들이 물게 되는데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반대파들이 많은 비난을 하였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역사의 죄인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언론에도 기고를 하고, 반대하시는 분들에게도 반대 논리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이-메일을 보냈으나 반론이 없어 무척 서운하였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활발한 토론을 통해 옳고 그름이나 더 좋은 정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터인데, 오직 자기들의 주장만 옳다고 우기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또 하나 난제가 발생하였는데 500명에 가까운 예멘 사람들이 무비자로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것입니다. 도민들 사이에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지적들이 나오던 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니 여론이 악화되었고 당장 추방하라는 주장까지 난무하였으나, 결국 정부의 결단으로 2명은 난민으로 인정되고 414명(85%)이 인도적 차원에서 체류허가를 받아 일단락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한 사람이 잠을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져 대퇴골 골절이 되었지만 저가 관여하고 있는 외국인평화공동체에서 난민을 돕기 위한 모금을 하던 참이어서 수술비용을 지원하여 수술을 할 수 있었고, 저희 병원에서 한 달 가량 입원 가료 후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들보다 더 제주도를 사랑하셨던 이시돌 목장의 제이 맥그린치 신부님과 김녕미로공원의 더스틴 호프만 교수께서 유명을 달리하신 것입니다. 이시돌 목장은 일찍부터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였으므로 별 문제가 없었고, 김녕 미로공원은 제자인 김영남 대표가 이어받아 장학사업과 노인복지사업을 계속한다니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는 이렇게 시끄러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보람되고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연세대학교의 명예교수이신 김형석님께서 쓰신 ‘백년을 살아 보니’를 읽어 보니 당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인생의 황금기가 60세에서 75세였다는 대목이 있는데, 저의 인생의 황금기는 65세에서 80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버겁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요양병원을 하면서 지난날들보다는 시간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 한결 행복합니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기억력이 감퇴하고 체력이 저하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또래들을 보면 저만큼 건강한 친구들도 몇 없어 자위하고 있습니다.

이제 입원환자도 정원의 85% 정도가 되니 적자 폭도 많이 줄어 시름을 덜게 됩니다. 지난 24일로 개원 2주년이 지났지만, 환기 시설이 잘 되어 있고 환자분들도 일주일에 한 번은 목욕을 시키니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아 환자분들이나 보호자들도 좋아하고 있습니다. 여러 봉사 단체에서 한 달에 두세 차례 위문공연을 와 주시니 오래 입원하시거나 일어서실 수 있는 환자분들이 무척 반기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지난 10월부터 라인댄스를 연습하여 한 달에 한 번 정도 환자분들 앞에서 솜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걱정하여 주시던 많은 지인들께서 요양병원을 지은 것을 칭찬하여 주시니 더욱 힘이 납니다. 그런데도 일부 환자 보호자들은 요양병원으로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합니다. 물론 병원의 실정을 몰라서 하는 것이겠지만 야속합니다.

지난해에 지방선거도 있고 하여 일차 임기가 끝나는 제주도자원봉사협의회 회장직을 사임하려고 미리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후임자를 구하지 못 해 결국 연임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로 제주도 내의 봉사자 수가 16만 명을 훌쩍 넘어 인구 비례로 따질 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24%를 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인 50%는 아직도 요원한 느낌입니다. 지난 10월에 거행된 PGA CJ 나인브릿지 골프 대회에서는 30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대학생 육성프로그램인 HRA는 11기를 수료 시키고 12기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일본 유학생과 충남대학생이 함께하더니, 이번 학기에는 캄보디아 유학생과 충남대 및 목원대 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함께 참여하고 있어서 더욱 신바람이 납니다. 전학기 수업이 지난 12월 22일에 끝나고 내년 2월이 되면 3박8일(7박 8일인데 4일은 과제 준비로 잠을 못 잔다 하여 학생들이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간의 합숙 교육을 서울의 YLA 학생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여러 행사장에 갈 때마다 수료생들과 만나고, 그들이 임무를 슬기롭게 수행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저가 20년째 조직위원회수석부위원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제주국제관악제가 23회를 맞으면서 더욱 성대하게 열리게 된 것도 큰 기쁨입니다. 개회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씨와 양팔이 없어 발가락으로 호른을 연주하는 독일의 펠릭스 클리저씨가 개막공연을 빛내주었고 3000여 명의 관객들이 열띤 호응으로 응답하여 두 분 모두 만족하였다고 합니다. 또 작년에 처음 참여한 해녀 공연팀이 금년에 캐나다와 독일로 초청연주를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제주국제협의회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인터넷신문 제주투데이에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이름으로 고정 게재 되었던 글들을 모아 제주대학교의 양길현 교수와 함께 책으로 묶어낼 수 있었던 것도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또 어린이재단에서 30년 이상 계속 후원한 분들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고 있는데 형제가 함께 등재된 것은 유일하다 하여 특별 인터뷰를 한 것도 영광이었습니다. 막내 은희도 12년째 후원하고 있다고 하니 뿌듯합니다.

매년 발행하던 김영갑갤러리 달력을 금년에는 만들지 못 한 것은 무척 아쉽습니다.

큰딸 은선이가 번역한 ‘베어타운’으로 5명의 베스트번역가에 뽑힌 것도 무척 기쁜 일입니다. 더구나 40대 번역가로는 유일하다고 하니 기쁨이 두 배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맨 부커 상과 같은 것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장손 준수는 통역요원으로 뽑혀 내년 3월에 군대를 가게 됩니다. 덩치는 크지만 체력이 모자라 보여 체력훈련을 좀 하고 가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둘째 지수는 서울의대 테니스 부의 총무를 맡게 되어 무척 바쁜 모양입니다. 댄스동아리도 하고 있어서 내년 1월 중순에는 후배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한 공연까지 해야 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거절하지 못 하는 성격이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던 외손녀 다혜는 무사히 반장 임기를 끝냈고, 경찰대학을 꿈꾸는 막내 다윤이는 육상에 열심이더니 다시 유도 시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금년에는 좋지 않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다치지도 않았는데 오른 쪽 무릎의 반달연골의 뒤쪽 뼈에 붙는 뿌리가 끊어져, 수술해도 경과가 별로이니 한 달 반 정도 걷지 말라는 처방을 받아 하는 수 없이 저희 병원에서 입원가료 중입니다.

아들 종석이도 생각지도 않던 심근경색에 걸려 119로 병원을 가던 중 앰뷸런스 안에서 심정지를 일으켰지만 구급대원들의 적절한 조치로 소생하였고 아산병원의 신속한 처치로 스텐트삽입술을 성공하여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이었는데 두 아들이 마침 대학 행사로 M.T.에 참가 중이어서 준수 애미가 혼자서 부축할 수 없어서 119를 부른 것이었는데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만일 자가용으로 병원을 갔더라면 도중에 꼼짝없이 세상을 하직할 뻔하였습니다. 혈압이 좀 높고 고지혈증과 복부비만이 좀 있었지만 그렇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아마 운동 부족이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후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어서 이젠 장가갈 때에 입었던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산병원에 근무하고 있는데다 집이 병원 근처여서 덕을 보게 된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응급후송체계도 이제 세계에 자랑할 만하게 되었나 봅니다.

미국에서 대학 동기인 김철군이, 그리고 이곳에서는 고등학교 동기인 조건보군이 별세하여 이제 우리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를 생각하며, 언제 세상을 하직하더라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단단히 하여야 하겠습니다.

새해에는 문재인 정부가 초심을 잃지 말고, 정치의 참 목적을 되살려, 온 국민들이 좀 더 예측가능하고 화합하는 가운데 행복지수가 높아지기를 기원하여 마지않습니다. 북핵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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