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앞 제2공항 반대 농성 천막들.(사진=김재훈 기자)

민중당 제주도당 소속 청년민중당이 7일 밤 농성천막을 설치하며 제주도청 앞은 현재 녹색당, 민중당의 천막과 두 개의 소형 텐트가 설치된 상태다. 제주도와 제주시 당국이 도청 앞 천막 등을 철거했으나 오히려 제2공항에 반대하는 도민들의 분노를 더 키운 꼴이 되었다.

난산리 주민 김경배씨의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이 21째에 이르렀음에도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는 원희룡 지사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들은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한 책임을 물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희범 시장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도 했다.

언론을 동원해 제2공항 반대 시민들과의 충돌 장면을 연출하려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언론 종사자들마저도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목숨 건 단식과 원희룡 지사의 면담 불응,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갈등 국면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제2공항성산읍반대위는 물론 영리병원 반대 투쟁 진영에서도 도청 앞 농성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원희룡 도정 전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한 데 모이면 원희룡 지사 퇴진 운동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크다. 도청 앞 농성에 대한 원 도정의 무리한 대응은 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 짚고 넘어가자. 제주도에는 도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땅한 광장이 없다. 박근혜 탄핵 촛불정국 때도 도민들은 제주시청 주차장과 주변 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얼핏 제주에 수 많은 광장이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1호광장, 2호광장, 3호광장 등. 넓은 교차로들을 광장으로 부르는 탓이다. 거기에 탐라문화광장도 있는데, 탐라문화광장은 명칭만 광장일 뿐 공원에 불과하다.

그러면 제주도에서 도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민주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광장으로 가장 어울리는 공간은 어딜까. 바로 제주도청 앞이다. 도청 앞이야말로 도민들이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1호광장'으로 기능해야 한다. 어느 특정 진영이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생계를 우려하는 월정리 해녀들과 드림타워 건설현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도 찾아 호소하는 공간 아닌가. 도민 누구도 그 공간에서 배척되어서는 안 된다.

도민들이 마음 편히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 자리에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도 모자란 상황에서 이 겨울 길거리에서 단식농성 중인 사람의 천막을 통행 불편을 이유로 들며 철거하려는 시도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행인들이 지나다니기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상태이기도 하다. 박근혜 탄핵 이후 차가운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정치인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정치인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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