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에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했던 부동산투자이민제를 두고, 행정 미비와 중앙부처 간의 소통 부족으로 투자자들과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제주도와 정부가 야심차게 계획했던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부동산 투기 광풍과 거품 부풀리기로 갈등만 불거진 것이다.

◎"개발사와 도청, 정부가 투자자에게 사기 친 것"

지난 8일 <제주투데이>의 기사가 나간 이후, 아덴힐리조트주민자치회 헬스케어타운주민자치회, 오션스타주민자치회로 이뤄진 '제주도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자 연합회'에서 간담회를 요청했다.

▲연동의 한 사무실에서 제주도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자 연합회를 구성한 투자이민자들이 모여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지난 14일 연동의 한 사무실에 마련된 간담회에는 각 주민자치위원회 대표들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격앙된 모습으로 "제주도와 한국 정부가 사기를 치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들은 도청이 "<PASSPORT>에 적힌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중국에서도 부동산 관련 홍보책자는 엄중히 관리하는데, 한국이 이렇게 부실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투자이민자들은 올해부터 국세 감면 혜택이 폐지된다. 따라서 투자이민자들은 재산세가 시가표준액 70%의 0.25%만 부과하던 것을 4%를 부과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인상에 반발이 심해지자 도는 2022년까지 점차적으로 세율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연합회는 "4% 세율이 적용되면 1년에 600~80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도와 도의회에 진정서도 내고 상담도 자주 했지만, 이제는 임대를 내거나 매각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매각조차 쉽지 않다. 현재 살고있는 콘도미니엄 투자가 위축됐으며, 가격도 분양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서 큰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 지금은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고민이 많아 보였다.

현재 3개 주민자치위원회에 속해있는 중국인부동산투자이민자는 약 75명 정도.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처음 시행되던 2010년 당시만해도 수백에서 수천에 이르던 투자이민자들은 이미 제주도에서 등을 돌렸다고 한다. 제주도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의심만 늘어나는 상황이라는 것.

"국가 입장에 따라 법이 바뀌고 세금이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분양사무실이나 도청 홍보 브로셔를 봤던 내용과 사실이 너무 다릅니다. 세금이 이렇게 늘어날 것이었다면 세금 감면 기간이라든지 세금이 오를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연동의 한 사무실에서 제주도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자 연합회를 구성한 투자이민자들이 모여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단기임대 된다고 홍보했던 제주도...알고보니 임대는 절대 불가

투자이민자들의 불만이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동운 오션스타 주민자치회 대표는 2010년 당시 제주특별자치도가 중국인에게 배포했던 홍보 브로셔를 보여주었다.

이 홍보 브로셔 Q&A에는 투자이민자들이 F-2 비자를 취득하고 5년 체류기간 중, 휴양체류시설 임대할 수  있으며, 투자표준금액 5억 원을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는 매도저당을 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하지만 투자이민자들이 계약을 마친 뒤에는 전혀 다른 내용의 안내문이 그들 앞에 놓였다. '투자시설을 타인에게 임대하거나, 담보설정 또는 압류됐거나, 매매한 경우에는 투자요건을 상실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2011년 당시 부동산투자이민자들이 제주도로부터 받은 홍보 브로셔의 Q&A 내용@자료제공 제주도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자 연합회

당시 투자이민자들은 이 문제를 사업자에 따지자 그룹은 도청 소관이라고 돌렸다. 또, 도청에서는 출입국외국인청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다시금 책임을 돌렸다는 것.

결국 투자이민자들은 외국인청으로부터 애초 관광진흥법상 F-2비자 투자이민자가 부동산을 임대할 수 없다는 규정을 확인받았다.

아덴힐주민자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루 징(Lu Zing) 씨가 자신의 상황을 예로 설명했다.

"제주도가 좋은 점은 중국보다 공기가 너무 좋다는 점이고, 또다른 하나는 국제학교예요. 학교시설이나 교육이 너무 좋아서 아이들 영어 교육을 목적으로 왔었죠. 하지만 중국에 집이 있기 때문에 제주도 집을 비우는 동안 임대라도 받을 수 있었으면 했어요. 제주도 브로셔에 그런 내용이 있어서 투자한 것이고요. 그런데 미래를 봐도 더 제주도에 묶을 이유가 없어졌어요."

▲루 징(Lu Zing) 아덴힐주민자치위원회 대표가 자기 고민을 하소연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제주도는 왜 이런 브로셔를 올렸던 것일까. 이미 당시 상황을 담당하던 공무원은 보직이 이전됐거나 퇴사한 상태여서 자세한 상황을 아는 직원은 없었다. 다만 기존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15년 이전 자료에 이런 Q&A를 담은 브로셔가 제작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자세한 답은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서 들을 수 있었다. 

외국인청의 한 관계자는 "2011년 5월 체류관리과 지침에 투자시설의 장기임대 6개월 이상, 담보 설정, 매도 등으로 투자여건을 상실할 경우 체류자격이 불허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6개월 미만에는 임대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제주도가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따라서 6개월 미만의 임대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외국인청은 2014년 10월에 투자시설에 대한 일체의 임대가 불가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이 관계자는 "설마 6개월 미만의 임대가 발생할까 싶어서 외국인청이 이를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 같다"며 "단기임대는 된다고 오해할 수 있어서 지침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초기 부동산투자이민 활성화를 위해 도청이 지침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선심성 혜택을 난발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부동산투자이민자들이 받았던 홍보책자들@사진 김관모 기자

◎광풍 몰고 온 투자이민제...지역 발전 없고 소송과 갈등만

2011년부터 시작했던 제주도 부동산투자이민제도는 2013~2014년 정점을 찍고,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667건 4,531억원이었던 콘도 분양은 2017년 37건 926억원까지 급감했다. 

낮은 세금과 각종 혜택을 홍보하는 제주도와 시공사의 홍보에 많은 중국인들이 제주도에 투자했다.

하지만 많은 중국이민자들이 처음 약속과 다르다며 제주도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또한, 각종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값 거품이 생기면서 부작용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국제학교의 질 높은 교육시스템을 기대하며 제주도에 몸을 담았던 외국인들도, 영어생활권이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제주도에 실망하고 있다. 많은 중국인 학생들이 이미 국제학교를 떠나 홍콩이나 싱가폴로 옮기고 있었다. 

▲헬스케어타운 콘도미니엄의 모습@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시행할 당시부터 계속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홍영표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실제 부동산 거래비용보다 비싼 콘도를 분양하도록 하고서 영주권을 주는 것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행위"라며 "지역 상생이나 고용을 높이는 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투자이민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도정은 전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홍 대표는 "원희룡 도정이 들어오고 나서 투자이민제가 정점을 찍었고 이제는 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부작용은 결국 도정과 투자이민자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자 연합회'는 현재 변호사를 고용하고 정부, 제주도정과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청 홈페이지에 마련돼있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사진출처 제주도청 홈페이지

양병영 헬스케어타운주민자치위원장과 황 리 아덴힐주민자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헬스케어타운 입주자들은 녹지그룹과 계약 과정에서 법적 다툼까지 하고 있지만 이를 하소연할 곳이 없다"며 "지금 마음으로는 도청이나 정부에서 회사와 함께 짜고 우리를 설계하고 속인 것 아닌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정직하게 우리에게 세금이나 규정을 처음부터 설명했다면 투자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봤을 겁니다. 우리는 투자이민자이지만 선거권도 없고, 제주도에서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한 주민자치단체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법률이나 조례도 복잡해서 접근하기 쉬지 않습니다. 통합된 규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도나 도의회에 다시금 한 뒤 우리 입장을 정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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