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나팔수이자 권력의 하수인’이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KBS나 MBC 등 공영방송이 이처럼 국민적 우셋거리가 된지는 오래다.

특히 국가기간방송이라는 KBS에 대한 일반의 비판은 거칠고 맵고 싸늘하다.

보도행태나 시사프로그램 제작 운영에서 권력눈치보기에만 급급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언론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공정성․진실성․객관성’의 대원칙을 훼절(毁節)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보를 생산․왜곡하고 있어서다.

문재인정부에서 드러나는 공영방송의 ‘언론정신 훼절’은 참담하고 끔찍하다.

공영방송은 자율성 보장을 확보하여 국민에게 독립되고 공정한 정보와 양질의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송이다.

편집․편성권의 자율성과 보도의 독립성은 그 바탕이다.

공영방송 KBS는 여타 언론이 그러해야 하듯 국민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다양한 권력․이해 집단의 잘못을 비판하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소화해내는 공적 도구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사회적 역할이자 책임이다.

더욱이 KBS는 국민들로부터 준 조세성격의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거대 조직이다.

따라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진실에의 충성’은 KBS가 지켜야 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이는 공영방송이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함에 있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不偏不黨)과 사건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논평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작금의 KBS는 ‘편파 저널리즘’의 유혹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편향적 시각과 군중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감성적 선동정치에 편승한 여론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올바른 여론을 담아내야 할 사회적 공기(公器)가 권력과 결탁하여 불의한 사회적 흉기(凶器)로 둔갑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과 언론과의 어둡고 칙칙한 유착관행은 보수나 진보 정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폐단이다. 문재인 정부의 용어를 빌리자면 ‘청산해야 할 적폐’인 것이다.

80년대 중반 회자됐던 ‘땡전 뉴스’로 대표되는 권력눈치보기는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자 검은 역사다.

이로부터 3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80년대 ‘땡전 뉴스’와 비슷한 관행이 바퀴벌레처럼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다.

최근 진한 화장을 하고 나타나는 소위 ‘문비어천가(문대통령 찬양)’는 이러한 현상의 한 맥락이다.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소재다.

여기에 더해 ‘김비어천가(북 김정은 칭송)’ 방송 프로그램까지 등장하여 국민들을 실색케 하고 분노의 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사실상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틀이기는 하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공영방송의 수장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대놓고 갈아치우는 방송지배구조에서 언론의 자유를 말하고 기대하는 것은 ‘희극적 비극’일 수밖에 없다.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언론의 권력 눈치 보기’는 먹물 한 점이 전체 물그릇을 오염시키듯 민주주의를 오염시키는 바이러스나 독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권력의 언론 장악은 바로 독재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는 한 묶음이다. 그 반대쪽에는 언론탄압과 독재 권력이 똬리 틀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라는 격언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해 8월 15일 ‘보스턴 글로브’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비판하는 미국 내 신문 300여 곳의 ‘반(反)트럼프 사설 연대’ 사설에서 '부패정권이 국가를 떠맡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유언론을 국영(통제)언론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했었다.

작금의 문재인 정부 ‘언론장악행태’에 보내는 메시지처럼 인식되어져 얼굴이 화끈거렸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 하겠다’고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토머스 제퍼슨의 명언은 지금도 유효한 ‘언론 교훈’이다.

공영방송 KBS도 되새겨 들어야 할 경구(警句)이기도 하다.

KBS는 1990년 1월, 전 사원 명의의 ‘방송 강령’을 공표했다.

여기서 KBS는 자유언론의 실천자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과 정직, 그리고 균형을 바탕으로 한 공정방송을 성실히 수행한다고 했다.

‘직업윤리 준수, 품위 있고 책임 있는 방송, 보도제작의 자유, 방송의 완전한 독립성 보장, ‘내․외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배제하고 공정성․정확성․책임성을 바탕으로 진실만을 전달 한다’는 다짐이었다.

전문과 7개항의 총강, 43개 항목으로 구성된 ‘강령’은 언론의 기본업무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참 언론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런데 근간에 보여준 KBS의 몇몇 보도․시사 프로그램 행태는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방송 강령’이 한 번 해본 입에 발린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일 KBS공영노조는 ‘KBS 뉴스 9’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20여건의 목포 부동산을 투기했다는 의혹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무소속)을 ‘KBS 뉴스 9’에 출연시켜 ‘10분정도나 길게 일방적으로 해명토록 했다‘는 내용이었다.

‘손의원의 투기의혹에 대한 심층취재는 못할망정, 의혹의 당사자를 스튜디오에 출연시켜 의혹해소에 유리한 말만 하도록 하고 KBS 앵커는 손의원 앞에서 쩔쩔매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KBS공영노조 주장이 사실이라면 ‘KBS는 사실상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런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민적 분노의 감정에 불을 댕겼던 ‘KBS의 시사프로그램’은 또 있다.

지난 12월 4일 방영됐던 KBS 시사 프로 ‘오늘밤 김제동’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종북성향으로 알려진 ‘위인(김정은)맞이 환영단’ 김수근(이하 ‘김’)단장이 충연했다.

‘김’은 이에 앞서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공산당이 좋아요”를 외쳐 큰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다.

‘오늘밤 김제동’은 ‘김정은 찬양’ 일색의 ‘김’의 인터뷰를 가감 없이 그대로 송출했다.

“김정은이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경제발전이나 이런 모습을 보며 팬이 되고 싶었다”며 김정은 띄우기에 급급했다.

‘김정은의 정말 팬’이라고 자랑하듯 뽐냈다.

이를 시청했던 이들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현행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북의 수괴인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것도 방송이냐”, “KBS를 남조선 중앙방송으로 만들 셈이냐“, ”KBS를 해체하라“는 등의 격앙된 된소리도 거칠었다.

“분별없이 북한을 추종하고 김정은을 영웅시하는 일각의 비이성적이고 국민 일반의 정서에 반하는 움직임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찬양방송을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사례로 든 일련의 보도나 시사프로 행태는 공영방송이 존재 이유로 삼아야 할 균형감과 공공성․공익성과 책임감, 그리고 KBS가 공표했던 ‘방송 강령’의 다짐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KBS의 편향성과 무책임, 국민정서와 거리가 먼 사실 왜곡의 편파적 프로그램 운영은 국민의 ‘알권리’를 유린하는 야만적 행태로서 사회갈등과 국론분열만 가져 올 뿐이다.

이것이 ‘공영방송의 길’은 아니다. 공영방송의 탈을 쓴 얼치기 일 뿐이다.

아무리 ‘남북대화 국면’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북은 아직까지 비핵화 조치 등에 대한 진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북에 경도된 보도나 논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눈치를 보아야 할 대상은 정권이나 북의 김정은이 아니다.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지불하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편파 저널리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태는 그래서 정상이 아니다.

방송을 보고 듣는 국민들이 공영방송의 길에서 벗어나려는 KBS에 채찍을 들고 방향타를 바로잡아 줘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국민의 힘으로 KBS를 정신 차리게 ‘얼차려’를 시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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