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광주형 일자리와 제주 블록체인 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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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 광주형 일자리와 제주 블록체인 특구
  • 제주투데이
  • 승인 2019.02.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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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다시 일자리가 화두다.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과 그래야 삶의 물적 토대가 주어질 수 있다는 인류 시대의 철칙 때문에 일자리 이슈는 앞으로도 계속 주요 화두가 될 터이다. 다만 인정하든 않든, 어떤 대단한 일자리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른바 인공지능 시대의 현실이다.

2019년 설맞이와 함께 광주형 일자리가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다. 지난 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간에 반값 임금과 임.단협 유예를 골자로 투자협약이 체결되어 정부와 업계 모두 이 모델에 희망을 걸고 있다. 자동차 부품으로 군산형 일자리, 전자에서 구미형 일자리가 운위되는 게 그 대표적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인공지능 시대에는 반값이 대세인 모양이다. 몇 년 전에 반값 등록금이 선거공약으로 등장하더니 요즘에는 의원 세비를 반값으로 하자는 얘기에 이어 바야흐로 광주형 일자리에서는 노동자의 임금이 주 44시간 근무에 연봉 3,5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반값 시대가 노동자 임금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것만큼이나 한국 노동시장의 취약성과 애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없다고 볼 것이다. 실업보다는 일자리가 낫다는 나름의 실리 앞에서 노동자는 숨죽여야 하는 게 요즘 한국 경제의 민낯이다.

당연히 민주노총 등 노동자 연대가 가만히 있지만은 않는다. 왜 노동자만 반값 임금인가에 대한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왜냐하면 광주형 일자리의 독일 모델인 폭스바겐의 ‘아우토(Auto) 5000’은 기존 생산직 임금의 80%인 월 5,000마르크인데, 왜 광주형 일자리에서는 그냥 반값인지? 아우토 5000이 노사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모델이라면, 광주형 일자리도 기업과 정부만이 아닌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와 삶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광주와 현대차 외에 노동조합도 같이 협약에 서명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써 온 광주시의 노고는 십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앞으로 광주에 이어 군산, 구미, 혹은 제주 등지에서 이와 같이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일자리 창출 협약을 이끌어낼 때 가장 협상력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반값이 아니라 2/3에 달하는 임금과 발언권을 주어야, 상생을 외치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2%가 아쉬운 가운데서도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제주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과 같은 제조업 공장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제주에서는 어떤 분야에서 제주형 일자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인지? 마침 문재인 정부가 원희룡 지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선정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향후 제주형 일자리는 블록체인에서 가능한 것인지? 제주연구원 고태호 박사의 연구에서 추산한 대로, 제주가 블록체인 특구가 됨으로써 최대 2,800억 정도의 생산유발 효과와 3,898-7,154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해도 되는지?

어떻든 기왕 정부가 제주도와 손을 잡고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했으니, 어떻게든 블록체인을 통한 제주의 미래 먹거리 찾기에 제주의 관산학민이 힙을 합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제주국제협의회(회장 양길현)는 제주연구원(원장 김동전)과 공동으로 제민신협(이사장 고문화)의 후원을 받으면서, 4차산업혁명과 제주의 미래 토론회도 갖기로 했다. 자동차를 통한 광주형 일자리도 좋지만,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혁명을 구성하고 있는 신기술을 어떻게든 제주의 미래와 연결시켜 나가는 게 미래지향적이고 또 가능하기만 하면 더 멋져 보이기도 한다. 쉽지 않아서 문제이지만,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볼 만 하지 않은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보다 발 빠르게 농업, 관광, 산업 등에서 제주의 현재와 마래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의 방책에 대해서는 토론회 때 더 자세히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로 하고, 여기서는 새로운 기술에 따른 고용구조의 변화와 관련하여 2월 22일 토론회 때 발제를 맡은 현대원 서강대 교수의 책 <초지능의 물결>(퍼플, 2018)에 실린 글 몇 구절 음미 하면서 끝내고자 한다.

1. 누구나 인정하는 바, 기술혁신으로 인한 실업은 이미 대세를 넘었다. 이는 “노동력을 절감하는 기술의 발전이 노동이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기 때문”(213)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따라서 지능정보 기술의 놀라운 발달로 인해 자동화가 보편화되고 있고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되는 흐름을 이제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약이 일부 미진한 가운데서도 ‘일자리의 양극화’와 그 결과로서 ‘중산층의 공동화’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나가는 수고이기에 박수 받을 만하다. 다만 이왕이면 광주형 현대차 공장이 국내 수요를 겨냥한 경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만이 아니라 수소차와 같은 좀 더 첨단 자동차를 생산하는 쪽으로 갈 수는 없는 지하는 아쉬움도 있다.

2.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의 고용구조 변화에 대해 실질적 해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조만간 이 점은 우리에게도 국가의 중요한 정책 아젠다가 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아주 작은 금전적 지불이 보조적으로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실업급여 지급방식으로는 문제해결이 불가”(218)하기 때문이다. 현대원 교수의 제언(218)처럼, GMI(Guaranteed Minimum Income, 최저수입보장)이나 UBI(Universal Basic Income. 기본소득), 또는 ‘빌 게이츠가 제안한 로봇세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험 중에 있는 UBI와의 연계’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시행해야 할 터이다. 바로 여기서 제주가 블록체인 특구를 통한 제주형 미래 먹거리 찾기에 이어 ‘기본소득 시범도시’로서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고용 불균형 문제에 대처해 나갈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해 나가는 특별자치도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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