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실시간뉴스
편집시간  2019.4.19 금 18:39
상단여백
HOME 칼럼 제주담론
[양성자] 한 장의 사진양성자/ 제주4.3연구소 이사, ‘육지사는 제주사람’ 회원
제주투데이 | 승인 2019.02.09 21:00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지난 1년 간 서울 경기지역 중.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제주4.3 평화인권강의를 다녔다. 강의자료를 준비하던 중 4.3진상규명의 지난한 역사를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다랑쉬오름 11구의 유골이 화장되어 바다에 뿌려지는 장면을 담은 사진 .

이 사진은 당시 제민일보 기자였던 김종민씨가 찍은 것이라는 걸 며칠 전에 알았다. 구정명절을 쇠러 제주에 갔다가 제주4.3평화재단에 들러 최근에 나온 전시도록을 보다가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은 한 예로 많은 4.3의 사진들이 원 작가를 모른 채 흘러 다닌다. 이 사진은 MBC에서 캡춰한 것인데 도록을 보니 원래는 여성유족 옆으로 남자유족이 손을 뻗쳐 유골을 뿌리는 모습이 같이 담겨 있었다.

다랑쉬오름에서 유골이 발견된 1992년 3. 22일은 내가 큰애를 출산하고 두 달 쯤 되었을 때다. 그리고 노태우정권 말기로 여전히 공안당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다. 그 즈음 제주4.3연구소에서 4.3순례기행을 하는데 가장 열심히 참여한 분이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인가 안기부 소속 형사여서 황망한 적도 있던 그런 때다.

사진 속에서 그 당시의 구체적 상황과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바다에 유골가루를 뿌리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44년의 한 맺힌 말들이 검게 그을린 중년여성의 표정 속에 터져나오고 있다. 동시에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박종철의 죽음, 그 아버지가 유골을 뿌리며 ‘종철아 잘가거래이, 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 하시던 그 시대의 정황이 오버랩되는 것이다.

양성자/ 제주4.3연구소 이사, ‘육지사는 제주사람’ 회원

이 사진을 찍은 김종민씨는 발동선 배에 유족과 함께 올라탈 때도 경찰이 멱살을 잡고 읍장이 팔을 비틀고 저지하는 상황에서 유족들의 항의로 겨우 동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족 한 분은 어떻게든 안장을 하고 싶어 뼈가루의 1/11만이라도 달라고 했다고. 내가 서울에서 만난 한 유족은 불량위패 시비로 화형식을 할 때 자신이 몸이 그 속에서 타는 것 같더라고 했다.

사진 속 유족의 오열이 가슴을 후빈다. 뻣가루를 뿌리는 몸짓에는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가 원통한 마음으로 엉켜 거친 물살에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김종민씨는 발동선을 타고 갈 때는 잔잔했던 김녕 앞바다가 돌아올 때는 거센 풍랑으로 뱃전이 부서질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랑쉬굴의 시신을 처음 증언한 채정옥씨는 차라리 그때 좀 참고 나중에 발굴했더라면 수장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사진이 사실보다 더한 진실을 느낄 수 있게 할 때, 우연의 포착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사진은 11구 시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었을 당시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안장을 포기해야 했던 내밀한 고통을 안은 사람들, 그리고 아직 해원되지 못한 수많은 4.3의 넋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13
1
이 기사에 대해

제주투데이  webmaster@ijejutoday.com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김 다니엘 2019-02-10 15:26:39

    유족들의 애원을 ... 왜 그래야만 했을까요...?
    이 소중한 사진 한 컷에 리포터의 혼이, 아니 우리 도민의 영혼이...   삭제

    여백
    여백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제주투데이 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무로 1길 5 정도빌딩 3층  |  대표전화 : 064-751-9521~3  |  팩스 : 064-751-9524  |  사업자등록번호 616-81-44535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제주 아 01001  |  등록일 : 2005년 09월 20일  |  창간일 : 2003년 07월 23일  |  발행·편집인 : 김태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태윤
    제주투데이의 모든 콘텐츠(기사)에 관한,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제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ijejutoday.com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