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정이 너무 안 좋다. 살아가기가 팍팍하다. 서민의 한숨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자영업자 등 밑바닥 민심은 “못 살겠다”는 하소연뿐이었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게 나라냐”며 집권세력을 향한 볼멘소리에는 자못 분기(憤氣)가 탱탱하다.

설 명절 연휴를 포함 지난 일주일 사이의 대체적인 서민 마음이 그랬다.

큰 명절을 보냈지만 마음은 넉넉하지가 않았다. 포근하지도 않았고 아기자기도 없었다.

입춘(4일)이 지났지만 봄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날씨 못지않게 마음은 여전히 녹지 않은 살얼음판이다.

‘봄은 봄이로되 봄 같지 않은 봄(春來春似春)’의 서리가 서민들 마음 한 편에 켜켜이 쟁여있다.

따스한 온기보다 싸늘한 냉기였다. 그러기에 여야 정치권에 보내는 일반의 시각 역시 냉랭하다. 호의적일 수가 없었다.

문재인정권의 국정수행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은 실망을 뛰어넘어 절망적 상태다.

정치․경제․안보․교육․복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특히 경제는 파탄 지경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설 연휴 전 통계청이 발표한 ‘연간 산업 활동 동향’에서는 각종 경제지수가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국은행도 2019년 1월 기업경기 실사 지수 및 경제 심리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모두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이렇게 악화된 통계지표가 아니더라도 국민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영하권이다.

주머니는 곤궁하고 먹고 살기가 고단하다. 삶의 무게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경제 무능을 넘어 책임회피에 여념이 없다. 무책임의 목도리를 두르고 ‘야당의 발목 잡기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한심한 작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권부(청와대)에서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 같은 각종 의혹과 여당에서 터져 나오는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이 ‘경제위기 상황’을 덮어버리는 아이러니 현상을 빚고 있다.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희한한 꼴’이다.

청와대 전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폭로했던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 등과 특검 수사 중인 드루킹 사건 수사내용 불법 조회지시 의혹,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이주 의혹 등 청와대 관련 기강은 무너진 지 오래다.

여기에다 여당 국회의원이 재판거래 의혹, 땅 투기 의혹, 대통령 측근 1심 법정 구속 등 청와대와 집권여당 안팎의 악취는 예사롭지가 않다.

특히 사법부 재판에 대한 ‘집권 여당의 무도한 공격’은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고 법치를 짓밟는 독선과 오만”이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는 바로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현상’을 부르는 일일 수도 있다.

국정에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은 경제 파탄 상황을 살펴 경제를 살리고 추스를 생각은 아예 없는 듯하다.

경제위기의 눈을 다른 데로만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서다. 무책임의 극치다.

경제파탄의 악역을 떠맡지 않으려고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석학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종교와 달리 정치는 필요하면 악역까지 도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책임정치의 구현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인에게 신념과 책임이 중요하지만 신념보다는 책임의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현 집권세력은 신념도 없고 책임도 없다. 권력 눈치 보기만 있을 뿐이다. 권력의 입맛에 따라 입을 다시고 있는 꼴이다.

예를 든다면 의혹을 받고 있는 여당의원은 집권당 원내 대표를 옆에 세워놓고 이름도 희한한 ‘셀프 탈당’ 쇼까지 벌였다.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다.

전임 정권하 사법부를 ‘사법농단 적폐세력’으로 매도하면서 자당 소속의원의 재판 청탁의혹은 “오냐 오냐” 감싸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역시 전임 정부의 댓글에는 추상같은 적폐청산 철퇴를 내렸다. 그러나 댓글여론조작으로 구속된 대통령 측근을 구하려고 집권당 전체가 동원돼 ‘재판 불복’ 등 헌법유린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다.

선동적이고 악의적인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속어)’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설 연휴 민심흐름이 차돌같이 차갑고 얼음장처럼 싸늘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민생을 외면하고 대통령 눈치만 보는 집권여당, 경제파탄의 책임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여당에 보내는 국민적 분노는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폭발직전 상황일 수 있다.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일찍이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지만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 한다’고 정의한 바 있다.

프랑스의 전 대통령이었던 조르주 퐁피두도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는 정상배’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은 “정치가인가“, 아니면 ”정치꾼 인가“.

감히 말하건 데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치인은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욕심을 부리고 거짓말하고 국민혈세만 빨아먹는 정치꾼만 득실거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은 없고 정상배(政商輩)만 있을 뿐이다.

“힘들고 못 살겠다”. “앞으로 나라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설 명절 연휴 민심의 흐름을 요약하여 정리하면 이렇게 간단하다. 정치지도자가 아니고 오히려 고만고만한 서민들이 경제를 걱정하고 나라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적 ‘정치꾼’들이 만들어 놓은 망국적 수치이자 덫이다. 스스로를 묶어버리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기도 하다.

집권여당 의원이든, 야당 의원이든, 무릇 정치한답시고 우쭐대는 모두가 국민 앞에 무릎 끓어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 앞에 구색을 갖추어 문재인 대통령도 함께 자리한다면 국민 마음이 좀 풀릴 수 있을까?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