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작하면서 소통과 투명한 공개를 강조했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제주 일정이 마무리됐다.

국토부 항공정책실은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도지사 면담을 시작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지면서 지난 제2공항 입지선정 사전타당성 재조사(이하 사타재조사) 결과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 내용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은 "제주의 항공 수요를 생각하면 제2공항 건설은 중단없이 나가야 한다"며 분명한 뜻을 밝혔다. 사타재조사의 검토위원회가 논란 속에서 끝났지만 "파행이 아니라 위원 간의 의견차가 커서 권고안을 받기 어려웠다"는 말만 남겼다.

제2공항의 공론화를 위한 공론조사위원회 구성이나 투표 여부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국토부의 견해를 '반대주민의 무시한 강행'이라고 바라본 반대주민들은 국토부의 주민설명회를 막아섰다. 결국 국토부는 설명회장에 들어서지도 못한채 다시금 성산읍을 떠났다.

▲14일 주민설명회를 갖기 위해 성산농협을 방문한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이 반대주민에게 가로막힌 모습@자료사진 제주투데이

15일 오전 성산읍사무소에서 열린 성산읍이장단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도 국토부의 제2공항 진행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이장들은 국토부가 공론화하는 것을 미루고 있어 주민 간 갈등만 커지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공론조사는 사실상 거부했으며, 설명회와 토론회를 통해 제2공항의 필요성을 알리겠다는 기존 견해만 되풀이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자 국토부는 마무리 일정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애초 제주상공회의소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범도민추진협의회와의 면담을 제주도청 부지사실로 급히 변경하고, 면담 내용도 비공개로 돌린 것.

면담 내용이 어떠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권용복 실장은 입을 열지 않았다. 

이후 권 실장 등 국토부 관계자들은 도청 공무원의 호위를 받으면서, 현관에서 시위 중인 주민들을 피해 도청을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한 주민이 국토부의 차량 앞을 막아서기도 했지만, 이내 제압됐다.

▲도청을 벗어나는 국토교통부의 차를 한 주민이 피켓을 들고 막아서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앞으로 국토부는 공개토론회와 설명회를 열고 오는 6월 용역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투명한 절차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이틀간의 일정에서 보였듯, 국토부의 의견수렴과 토론은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전제에 둔 전개였다. 

공론조사조차 거부한 상황에서 반대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 결국 이번 국토부의 방문은 절차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절반의 성과만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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