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토론회와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특종내는 것처럼. 도지사가 아니라 특종만 내려는 언론 같습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 이하 환도위) 회의실에서 이런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21일 제주도의회 환도위 상임위 회의의 모습(사진제공=제주도의회)

바로 어제 20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에 따른 도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에 도의회 의원들은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제369회 임시회 환도위 상임위 회의가 열린 21일 자리에서는 공항확충지원단이 업무보고 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연히 이날 환도위 의원들은 하나같이 도지사의 담화문에 언성을 높이며 유감을 표했다.

◎"다음주가 토론회인데"...원희룡 지사의 강행에 도의회 일제히 비판

먼저 강성의 의원(화북동,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과 2019년 제주의 상황은 너무 많이 달라져 수요예측도 다시 해야만 한다"며 "최근에는 제2공항을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도가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따졌다. 

또한 강 의원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비용 대비 편의성(수익성)이 10.58점이었는데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1.23점으로 8배 편차가 났다"며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는데 도는 국토부의 조사자료만 보고 밀어붙이느냐"고 비판했다.

강성민 의원(이도2동을, 더불어민주당)도 "도의회에서 26일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사의 발언은 매우 유감이다"며 "지사가 도민과 도의회를 우습게 보고 무책임한 발언은 한 것"이라고 했다.

▲어제 20일 원희룡 지사의 제2공항 담화문을 두고 강성민 의원(오른쪽)이 추궁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도의회)

아울러 "대통령이 나서야 할 마당에 제 역할도 못하는 사회협약위원회에게 갈등해결을 하라니 도지사는 어느 나라 도지사인 거냐"며 "최근 자료만 봐도 도에서는 반대주민과의 간담회가 크게 줄어들었다. 대화를 이제 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궁했다.

김용범 의원(서귀포시 정방동·중앙동·천지동, 더불어민주당)도 "도지사가 결단을 미루다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때에 이슈를 터뜨린다"며 "주변에 기자출신이 많아서 그런지 특종이나 터뜨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도에서 도의회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다"며 "국토부와 도만 서로 협의해서 결정해도 되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강연호 의원(서귀포시 표선면, 무소속)도 "꼭 담화문 발표를 어제 해야만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좀더 숙의를 거치고 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금 도민사회가 흔들리고 있는데 해군기지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며 "반대측 주민을 지금이라도 더 많이 만나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강연호 의원(왼쪽)이 환도위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도의회)

◎"단기확충사업이면 해결되는데"...담화문 내용도 지적 이어져

도지사의 담화문 내용도 사실과 다르거나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봉 의원(노형동을, 더불어민주당)은 "원 지사가 매년 2,900만명 이용객이 드나들어서 만성포화상태라고 하는데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확충사업을 올해 완공하면 2,589만 명을 3,175만 명으로 늘리게 된다"며 "그러면 만성포화는 해결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사실이 아닌 것을 과장해서 표현하느냐"고 말했다.

또한, "영남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정밀조사, 현장조사 각종 기술조사 지반조사 등이 포함됐지만, 제2공항 조사용역에는 군공역 평가 누락했고, 후보지 오름절취 누락, 지반 정밀조사 생략 등 부실한 점이 많았다"며 다시금 재조사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원철 위원장(한림읍, 더불어민주당)도 "도가 국토부 기본계획을 그대래 강행할게 아니라 도가 중심이 되어서 자체적으로라도 내용을 같이 살피고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했다"며 "앞으로 도민과 싸우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박 위원장(삼양·봉개동, 무소속)은 "도정은 지난 강정해군기지 등 국책사업을 통해서 배운게 하나도 없고, 안 좋은 사례만 답습하고 있다"며 "공항 사업은 항만과 달리 바꾸거 도중 하차가 불가능한 사업인데, 그런 기본계획 용역을 6개월만에 끝낸다는 것에 대해 도가 한마디도 안 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처사"라고 추궁했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제2공항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도의회)

이에 실제 담화문을 쓴 공보 담당자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창남 의원은 "어제 발표한 담화문마저도 내용은 공보실에서 썼다고 하니 현 단장이 그 뜻을 읽어낼 수 없을 것"이라며 "실제 담화문을 쓴 담당자를 내일 불러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환도위에 요청했다.

안 의원은 "우리 제주는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강정으로 인해서 주민공동체가 파괴되고 그 아픔이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이런 문제가 터졌다"며 "영리병원도 그렇고 공항문제도 중앙언론과 인터뷰나 하면서 지역 무시하는 도지사의 의중부터 파악해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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