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의 영향이 컸던 지난 지방선거는 진보정당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큰 기회였다. 제주도 역시 도지사 선거에서 제주녹색당 후보가 자유한국당 후보를 앞지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따라서 제주도의회에 진출하기 위해 진보정당들의 출사표도 이어졌다. 하지만 도의원 선거에서 진보정당은 정의당 제주도당의 비례대표 1명만 당선되는 것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진보정당들은 고은실 의원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유일한 도의원이라는 명함 때문에 고 의원의 책임이나 무게감이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

고은실 제주도의회 의원(비례대표, 정의당)을 만났다. 고 의원은 "해놓은 일도 없는데 인터뷰를 하게 돼 부담이 많았다"며 웃으면서 불편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사진=김관모 기자)

◎"유일한 진보정당 도의원, 무게감 크다...최선을 다해 담아낼 것"

-유일한 진보정당 도의원이 됐다. 소감은 어떠한가?

저는 시민단체의 활동가라기보다는 장애인 운동을 실천했던 경험이 전부다. 그래도 도의원으로 나서겠다고 했을 때는 장애인 복지에 대해서는 자리매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진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도의원이라는 직책이 무척 무거운 자리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다른 (동료) 의원이 한두 명만 더 있었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텐데(웃음). 최근에는 존재감이 없다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의 역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민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모든 민원을 해결할 수는 없다. 사안별로 받아 안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서 처리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만큼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민원이 많이 들어올텐데

방문해주시는 분들께서 20분 넘게 기다리셔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한번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민원을 듣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서 기다리는 분들께 점심을 대접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지난 10대 때 (진보정당의) 공백이 있다보니 자리잡는데 어려움이 많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이야기할 제주도교육청과 도청의 업무보고 자료를 보고 있는 고은실 의원(사진=김관모 기자)

◎"돌봄교사 문제 해결, 제주형 생태놀이터 설립 필요한 시점"

-도의원으로서 가장 큰 과제를 무엇으로 잡고 있나?

개인적으로 교육위원회 활동에 충실하고자 한다. 특히 제주도에는 장애인 돌봄이 전무한 상태다. 과밀학급이나 돌봄교실 등에 치중하고 있다. 최근 돌봄 전담사의 근무시간이 4시간에서 5시간으로 확정되면서 프로그램 강사 문제도 불거졌다. 돌봄교실이 5시간으로 늘었지만 제주도교육청이 특별프로그램을 폐지해서, 강사가 자리매김할 곳이 없어진 게 큰 숙제다.
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생태놀이터'다. 항상 자연을 지켜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정작 아무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교육감과 제주도지사가 공약도 했는데 실제 하고 있는 것이 없다. 현재 제주도에는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터가 없다. 어린이집을 8년동안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자리매김할 놀이터를 고민하고 있다. 

-생태놀이터는 생소한 개념이다. 어떤 모습을 생각하고 있나.

한국 사계절을 활용해서 자연물이나 놀이터 등 놀이환경을 만들어 주어서 자연에 대한 흐름을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평일에는 제주도 아이들이 놀게 하고, 주말에는 관광객도 활용하는 놀이터를 구상하고 있다. 그래서 마땅한 장소가 있는지 찾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 순천에 있는 기적의 놀이터인데, 눈여겨보는 곳은 서울시 양천구의 놀이터다. 이곳이 새로웠던 것은 공원에 있는 야외공연장을 생태놀이터로 개조하고, 지하 창고도 실내놀이터로 만들어서 유아교육자 2명도 배치했다는 점이다.
시흥시의 경우에는 미세먼지 문제를 고려해 국내 최초로 실내 생태놀이터를 만들었다. 이곳은 보건소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장애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2호로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전국에서 보건소가 가장 잘 된 곳 중에 하나가 제주도다. 제주 보건소의 장점을 생각해서 시흥시나 양천구의 장점을 담아내면 제주형 생태놀이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은실 의원이 생태놀이터의 보급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의 자연환경과 질높은 보건소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제주형 생태놀이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사진=김관모 기자)

◎갑질신고센터, 소상공인 문제 논의..."활동 많이 하는데 홍보 여전히 약해"

-제주도내 장애인 복지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중교통일 거다. 대중교통에 대한 장애인 시설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고 있다. 도가 좌상버스를 들여와서 시범운영하고 있다는데 경사가 너무 높거나 도로턱 문제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설사 버스를 탔다고 해도 더 가관이다. 버스 내에서 휠체어를 고정해야 하는데 그 장소에 좌석이 내려져있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곤란한 상황이 된다. 차비를 내는 창구조차 없는 버스도 많다. 그래서 정의당 장애인위원회에서는 '버스 타고 소풍가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과 함께 유모차, 휠체어, 보행 어르신과 함께 버스를 타고 소풍가기 체험을 하면서 실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점을 해결해야 할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정의당 제주도당이 잘 안보인다는 말이 많다. 현재 도당에서 하고 있는 중점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도당에서 나름 활동을 하고는 있는데 도민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먼저 도당은 지난 1월 '갑질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도내의 불공정한 행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벌써 센터를 통해 특별교사나 아파트 자치회장의 경비원 갑질 문제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중교통 버스기사들의 복리비 문제도 센터에 접수돼 논의하고 있다.
또한, 도당에서는 도내 소상공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만간 지역화폐 등을 활용한 소상공인 활성화 정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도 행정체제개편이나 영리병원, 제2공항 등도 함께 논의하지만, 정의당이 치고나갈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2공항 단식할 때도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정의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자주 받고 있다. 정의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인가 자주 논의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의 다른 점이 분명 존재한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지만 무조건 치고나가기도 곤란하다. 저 자신도 단식에 동참할지를 두고 고민했지만 주변에서 만류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천막에서 단식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많다. 도의회 일정 때문에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 도의원으로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정의당의 갑질신고센터. 최근 아파트 경비원 갑질과 특별교사 갑질 등의 문제를 이슈화하기도 했다.

◎"소통은 정성...제2공항, 영리병원 문제 도민 의견 듣는게 우선"

-말이 나왔으니 최근 이슈와 관련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 먼저 최근 제주영리병원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현재 녹지그룹이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건 이유를 두고 장기전으로 가려는 작전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도 영리병원이 아닌 공공병원으로 가야 한다. 공공형 의료기관이 들어와야 한다. 다만 47병동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제주지역에 없으면서 주변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병원이 들어와야 할 것이다.
한 예로 서귀포의료원은 산모를 안 받지 않고 있으니 녹지병원에 산부인과병동을 운영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요즘에는 존엄한 죽음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제주에는 한림이시돌병원이 유일한 호스피스 병원이다. 녹지병원이 이 역할을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원희룡 지사는 최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안을 사실상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나?

제2공항은 절차적인 타당성 보장되기 전까지 중단해야만 한다. 영리병원처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실 기본계획 수립 중단 결의문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정민구 의원이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정 의원에게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한다면 더 좋지 않나. 도의회에서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정부를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원래 도에서도 함께 나서야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도의회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나.

-최근 영리병원과 제2공항 문제를 두고 제주도의 갈등관리와 갈등해결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에서 너무 도민의 이야기를 안 듣는다. 도민들이 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목숨을 걸고 항거하고 있는데 무시하고 있지 않나.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현재 엄문희 씨가 단식 중인데 30일 넘으면 위험하다고 한다. 도민의 의견을 듣는 것은 정성이다. 지난 1월에 원 지사와 김경배 씨가 도청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동석해서 지켜봤었다. 그 태도를 보면 주민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김경배씨 때 있었지만 진심으로 걱정을 하는 건 아니었다. 안중에도 없고 마음도 없지 않나. 

고은실 의원이 의원실 창문 너머로 제주도청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도청의 소통 부족이 무엇보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사진=김관모 기자)

-앞으로의 계획은?

지역내에서 발달장애인이 살아가기 편안한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 지역사회 내에서 직업과 여가를 병행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비례대표이기는 하지만 지역구에 다시금 나서겠다는 약속을 당원에게 하기도 했다. 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해서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계속 정의당이 의회에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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