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영철/ 한솔제지 퇴직. 트레킹작가. 세계 10대 트레일 완주/ 저서 4권/ 안나푸르나에서 산티아고까지/ 동해안 해파랑길/ 영국을 걷다/ 투르 드 몽블랑

국 제주인 250여 명으로 구성된 제주국제협의회(회장 양길현)가 지난 22일 ‘4차 산업혁명과 제주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11년 동안 38회째 ‘제주미래포럼’을 이어온 제주연구원과 공동주최한 자리였다. 국제협 회원 8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전반 2시간은 전문가 4인의 주제발표로 채워졌고, 후반 2시간은 4차 산업혁명 연관 분야에 종사하는 인사들 9인의 집중토론이 이어졌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금년에 2~3차례 더 이어갈 토론회의 첫 번째 자리였던 만큼. 이번엔 디테일과 미시보다는 거시와 방향성에 포커스를 맞춘 내용들이 주류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현대원 서강대 교수의 발표 내용이 이번 토론회 전체 분위기를 대표한다고 생각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은 있으나 아직까지 개괄 파악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필자 수준의 독자들에겐 이 글이 도움 되리라 믿는다. 전달의 편의를 위하여 필자가 현대원 교수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하겠다. (이하 내용)

지난 22일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제주의 미래’ 토론회를 끝내고 기념촬영(사진출처 : 이영철)

■ 2018년 글로벌 10대 기업들 순위를 들여다보자.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등. 5년 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보인다. 전통 방식의 제조와 판매 유통 기업들이 대거 밀려난 것이다. 액슨모빌 하나 겨우 10위에 남아 있고, 월마트, GE, IBM 같은 한 시대 최강 기업들은 아예 순위에서 사라졌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경우는 5년 전 순위엔 있지도 않았다. 바로  ‘플랫폼 기업’들이 상위 5위를 석권해버린 특징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플랫폼(platform)‘이란  뭔가?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지칭하는 이 단어가 요즘은 뭔가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모이는 광범위한 공간으로 확장 시용된다. 제주시 5일장이나 마찬가지 개념이다. 매장이 온라인 공간에 있다는 점이 다르고, 매매 대상이 유형적 상품만이 아니라 정보나 소프트 같은 무형의 가치를 포함한다는 차이가 있다.

요즘은 이 대형 온라인 장터에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정보와 data가 집중된다. 5일 만이 아니라 매일 매일 하루 24시간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몰린다. 모여든 사람들은 사고파는 일 외에도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또한 소통도 한다. 사고팔려는 사람들만 들락거리는 게 아니다. 모여든 사람들을 구경하려고, 또는 재미 삼아서, 또는 그저 소통과 소일을 하려고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온라인 장터가 곧  ’플랫폼‘이다.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들이 대거 등장하고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방 하나 건물 한 동 없는 에어비앤비가 세계 최대의 숙박업소가 되었다. 차 한 대 없는 우버가 세계 최대의 택시회사가 되었다. 15명의 젊은 친구들이 모인 인스타그램이 수십만 코닥 종업원들을 실업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들 기업은 어떤 제품도 생산하지 않는다. 매장도 없다. 온라인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세계는 플랫폼 혁명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제조와 판매에 매달려 있다. 세상의 패러다임 변화와 우리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크다.

플랫폼의 특징은 중간에 있는 통제모델들을 제거해 버린다는 점이다. 백과사전 브리타니카를 보자. 학식 있는 전문 인사들만 모여서 사전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위키피디아를 보자. 누구나 참여한다. 집단지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동의 1위인 애플의 경우는 어떤가. 아이폰 판매로 인한 수익 기여는 10%에 불과하다. 애플의 가치는 아이폰을 팔아서가 아니라 앱 스토어 거간꾼 역할을 하는 데에 있다. 매장 하나 없이 거간꾼 역할만으로 앱 개발자들 수익의 30%를 따박따박 챙겨간다. 전형적인 플랫폼 기업인 것이다. 플랫폼 효과는 네트웤 효과다. 플랫폼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그 숫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그 가치도 더 높아지는 것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세대에 바로 우리 눈앞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 본질은  ’인간의 노동과 지능에 대한 도전‘이다. 1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했다. 앞으로의 도전은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는 것이다. 인간의 노동력과 기계는 1차 산업혁명 이래 오랜 세월 공존해왔다. 그 시대는 이제 곧 끝난다. 멀지 않은 미래는 기계 스스로 판단하고 기계 스스로가 존재하는 시대로 바뀐다. ’슈퍼인텔리전스‘ 즉 초지능이 우리 인간을 통제하는 ’위험한 전환(Treacherous Turn)’이 이뤄지는 것이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 이래, 전기의 발명으로 인한 대량생산 체제의 2차, 그리고 정보기술(IT) 혁신으로 인한 인터넷 시대인 3차에 이어 이제 인공지능으로 대변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도 이런 얘기는 안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포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였다. 지금은 아니다. 유튜브가 최대 포털이다. 변화와 발전 속도는 급가속화 되고 있고, 승자독식의 원칙도 강화되고 있다. 원가는 중요치 않다. 가치가 본질을 결정한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단절 없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무르익으면 우리들 집집마다 또는 개인마다 인공지능 집사 하나씩 거느리고 그들과 일상적 대화를 하는 시대가 된다. 멀지 않은 미래의 우리들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발원지는 독일이다. 독일 정부가 중장기 경제전략 마스터플랜을  ’Industry 4.0’이란 제목으로 다보스포럼에 내놨는데, 이후 우리나라에선 4차 산업혁명으로 번역이 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엄밀히 보면 ‘산업’이 아니다. ‘정보 또는 데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혁명이다. 증기와 전기의 1,2차 산업혁명에 이어 3차인 정보혁명을 거치고 지금은 4차 혁명인 초지능의 물결로 이어지는 것이다.

■ 우리 제주는 제조업이나 산업이란 단어와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러기에 희망이 있다. ‘정보 또는 데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혁명이라면, 우리가 타지역에 뒤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유연성이라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육지와 떨어져 있어 기름기도 없는 탄탄하고 자그마한 몸집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로 작용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앞엔 풀어야 할 세 가지 난제가 놓여 있다. 첫째, 개인정보 보호로 묶여있는 빅데이터들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잘라내야 한다. 둘째, 열심히 외우고 열심히 풀어야 하는 우리의 톱다운 교육방식을 바깥세상의 조류에 맞춰 변화시켜나가야 한다. 셋째, 신사업 신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규제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들 빅데이터와 교육체제와 규제혁신에 관한 한 지금의 대한민국은 낙제점으로 보인다. 우리 제주가 나서서 뭔가라도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그럴 여건 면에서 타지역보다 우리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다음 네 가지 측면에 제주인의 힘을 모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코리아 스탠다드보다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자. 둘, 대한민국보다 1년만이라도 앞서 나가자. 교육이 바뀌고 규제가 풀리면 외지로부터 기업과 사람이 몰린다. 1년 아니라 2년도 앞서 나갈 수 있다. 셋, 데이터 이코노미를 주도하는 제주가 되자. 빅데이터의 매듭을 풀고 ‘데이터 관련된 비즈를 하고 싶은 이들은 다 제주로 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데이터에 관한 한 제주가 천국‘임을 천명하는 것도 좋겠다. 어느 영화에서처럼 소위 ‘한 놈만 패는’ 전략인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팔로워십(Followership)’이다. 리더십만으론 안 되는 시대이다. 급변하는 세계의 한켠에서 우리 제주인들은 특히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팔로워십’을 견지하자. 다가오는 미래의 신산업 육성에 우리 제주가 충분히 대한민국을 견인할 수 있는 여건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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