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봄의 왈츠가 시작된 2월의 숲 속

도로 따라 걷는 힐링 숲길에는

봄비와 함께 일찍 찾아 온 봄의 전령사들  

나의 애지중지 보물창고에는 벌써 봄의 왈츠가 시작되었다.

숲 속 낙엽수림대 아래에는

언땅을 뚫고 노란 얼굴을 내민 황금접시 '세복수초'가 첫인사를 한다.

차오른 달만큼이나 추위를 견뎌야 봄이 온다는 걸 눈치챈 듯

힘차게 움츠렸던 꽃망울을 활짝 열었다.

꽃과 잎이 동시에 나오는 '세복수초(細福壽草)'

세복수초 잎은 새의 깃처럼 가늘고 길게 갈라진다.

노란색꽃이 부와 영광, 행복을 상징하는 황금색이라 '복수초'라 불리고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난다고 해서 '눈색이꽃'

언땅을 뚫고 얼음 사이로 핀다고 해서 '얼음새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옥받침에 금잔을 올려 놓은 듯

낙엽 위로 황금접시를 연상하는 세복수초의 환상적인 모습

차가운 바닥은 황금빛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봄을 노래한다.

하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는 '변산아씨'

숨바꼭질하는 듯 황금접시에 숨어 있어도 금방 눈에 띈다.

숲 속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앙상한 나무 아래

오후의 햇살은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며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에 은하수가 땅 위로 내려온 듯

차가운 바닥을 하얗게 수놓는 또 하나의 봄의 전령사 '변산바람꽃'

바람도 멈춘 따뜻하고 포근한 햇살에 문을 활짝 열어준다.

잠시 피었다가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지만

자그마한 몸집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게 한다.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봄꽃들은 서둘러 꽃가루받이를 끝내려고

심부름꾼들을 열심히 불러 모은다.

하얀 꽃받침은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인 셈이다.

일찍 서둘러 나오는 봄꽃들은 잎이 나오기 전에 먼저 꽃을 피우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햇빛과의 치열한 전쟁을 치루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아직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우아한 뒤태로 유혹하는 아름다운 변산아씨다.

하얀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는 변산아씨 너머로 살짝 드러난 노란별

앙상한 나무 그늘 낙엽 위로, 차가운 돌 틈 사이로

아름다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강렬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오는 '중의무릇'

덤으로 얻은 노란별은 감동과 희망을 불어 넣어준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줄기와 날렵하게 생긴 멋 없는 모양새의 잎 하나

작지만 품위 있는 모습이 별을 닮은 노란꽃 '중의무릇'도 

차가운 바닥 낙엽 위에서 봄을 노래한다.

 

비탈진 언덕, 숲 속 호랑이도 물리치며

꽃샘추위와 차가운 봄비를 길동무 삼았던 봄의 여왕 '새끼노루귀'

앙상한 나무 사이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보송보송 하얀솜털을 달고 봄나들이 나온 봄의 전령사

앙증맞은 모습의 '새끼노루귀'다.

전체 모습이 보송보송한 긴 털로 덮힌 잎이

새끼노루귀의 귀를 닮아서 붙여졌다.

제주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가냘프고 아름다운 모습은 묘한 매력으로

차가운 땅 위에는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또 하나의 봄의 전령사이다.

노란 꽃잎이 열리고 방긋 웃어주는 '세복수초'

잠시 피었다가 봄바람 타고 흔적없이 사라져버리는 '변산바람꽃'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며 서서히 봄을 준비하는 '중의무릇'

하얀 털옷 입고 일찍 봄나들이 나온 '새끼노루귀'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어야만이 보이는 작은 들꽃들은

이제 곧 앞을 다투며 봄소식을 전해주고

잡초의 강인함으로 누군가 기억해 주길 바라며 작은 바람에 흔들리면

봄은 어느 틈에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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