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에는 봄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지난 겨울 유난히 눈이 적었던 탓에 봄 가뭄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하든 참에 비가 내리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더구나 요 며칠 온 국민들을 우울하고 불안에 떨게 한 미세먼지를 씻어 주니 더더욱 반갑다. 어제만 해도 뿌옇게 보이지 않던 제주 시내가 부슬비 사이로 아름답게 보인다. 육지에도 비가 내려 미세먼지를 씻어 주고 있을까 궁금하다. 청정 자연환경을 자랑하던 우리 고장에서도 미세먼지로 주의보가 발령되고 자동차 운행을 홀짝수제로 제한하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 같이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까를 논의해야 하겠다.

우리나라 전체를 보면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와 석탄과 석유를 땔감으로 쓰는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 발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점차 자동차에 의한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오래된 디젤 엔진 차량이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급발진과 급제동에 의해 많은 초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 모두 주의하여야 하겠다.

우리 고장에는 중국 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적고, 석탄을 이용한 발전소가 없는데다 바람이 자주 불어 먼지를 씻어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구 비례로 따질 때 전국에서 가장 차가 많고, 아직도 나무로 보일러를 때는 곳들이 많아 안심하기는 이르다. 필자가 사는 빌라만 하더라도 뒤편에 세워진 창고 건물에서 시도 때도 없이 화목보일러를 때느라 연통에서 시커먼 연기가 쏟아져 나오고, 그 연기가 북서풍을 타고 곧바로 우리 집으로 들어오니 뒷문을 열 수가 없을 때가 많다. 주택지에서 화목보일러를 때는 것은 삼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다행히도 제주도에서는 2030년까지 제주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전기자동차의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덕택에 전국에서 전기자동차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되었고, 세계전기차엑스포도 올해로 6회째 열리고 있어 안심이 된다. 올해부터 전기로 움직이는 시내버스까지 등장했으니 10년 후에는 정말 탄소 없는 섬이 되겠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하지만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가 석탄이나 석유를 원료로 쓴다고 하면 진정한 ‘탄소 없는 섬’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귀포시에 탄소로 움직이는 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라고 하니, 차제에 발전을 하는데도 탄소를 쓰지 않는 방도를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고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일조량이 모자라므로 태양광발전이 불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태양광발전의 효율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전기 저장 시설인 전지산업도 점차 발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행히도 풍력이라는 좋은 대체제가 있고, 조력이라는 덤까지 있으니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진정한 ‘탄소 없는 섬’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앞으로 세워지는 모든 건축물은 지붕을 아예 태양광패널로 만들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하면 초기에 건축비가 늘어나겠지만 얼마 안 가서 전기세를 줄이는 것으로 충당하고도 남을 것이고,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느라 쓸모 있는 땅을 허비하는 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자동차의 급발진이나 급제동, 과속과 같은 폐습도 고쳐나가야 하겠다.

국가적으로도 에너지 정책을 다시 다듬을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없애고 석유나 가스로 발전소를 돌리겠다는 정책은 아무리 보아도 무리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발전소를 전부 석유로 충당하겠다는 생각은 수입농산물 가격이 더 저렴하니 농업을 팽개치자는 발상과 다름없이 위험한 정책이다. 자기 나라에서는 쓰지 않는 것을 다른 나라에다 팔아먹겠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위험도를 따져도 석유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원자력발전소로 말미암은 피해를 능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는 거의 모든 사회적 문제가 경제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이란 책을 지으신 캐나다의 철학자 겸 경제학자인 조지프 히스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칼 막스는 치열하게 경제학을 연구했는데 요즈음 좌파 운동가들은 경제학을 너무 모른다고 비판하였다. 급진 좌익 잡지의 편집을 맡았던 학자의 비평이니 좌파운동가들도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필자가 보기에 좌파운동가들의 단점 중 하나는 선택의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오해하는 것이다. 선택의 문제로 생각하면 논의와 협상이 가능하나, 옳고 그름의 문제로 여기면 협상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옳고 그름의 문제로 생각했던 많은 문제들이 세월이 흐르고 나면 선택의 문제였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를 우리들은 흔히 본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옳고 그름의 문제 보다는 선택의 문제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해결책들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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