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2017년 필리핀에 밀반입된 한국의 1,700여톤의 쓰레기가 제주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숨겨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쓰레기처리의 전반적인 업무를 맡았던 위탁업체는 이 사건을 일으킨 업체에게 재위탁을 계속 해왔던 것도 확인됐다.

필리핀 시민들이 한국의 쓰레기 밀수에 반발하는 모습이 보도되고 있다. 제주의 쓰레기 밀수 문제가 세계적인 비판거리가 되고 있다.(사진출처=필리핀 언론 필스타 캡쳐)

제주도의회 370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 이하 환도위)는 이날 '압축폐기물 처리 상황과 향후대책, 미세먼지 관리 실태 및 대책' 등의 특별업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는 제주도 환경보전국과 보건환경연구원, 제주시 및 서귀포시 청정환경국을 비롯해 폐기물처리의 전반적인 업무를 제주시로부터 위탁받은 한불에너지 관계자도 참석했다.

◎재활용도 못하는 제주 폐기물...필리핀과 군산항에만 무려 1만1,044톤

지난 12일 MBC 피디수첩의 보도로 지난 2017년 필리핀 세부에 2,712톤을, 2018년에는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1,782톤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쓰레기의 출처가 제주도로 드러났다.

이날 제주시가 업무보고로 밝힌 그간 쓰레기처리상황을 보면 이렇다.

제주시는 환경시설관리소 북부소각장의 소각용량 부족으로 폐합성수지류(압축포장폐기물)를 만들어서 환경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형연료(SRF)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사실상 불가한 상태였다. 폐기물을 고형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함수율(연료 내에 물이 포함된 비율)이 25% 미만이어야 하는데, 지금 있는 압축기계로는 이를 맞출 수 없었던 것.

결국, 제주시로부터 폐기물 처리 전반의 업무를 맡아왔던 한불에너지관리(주)가 민간 폐기물종합처리업체인 (주)네오그린바이오에게 압축폐기물 처리를 위탁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특별업무보고의 모습(사진제공=제주도의회)

이에 네오그린바이오는 지난 2017년 1월 20일 압축포장폐기물을 제주항에 있는 선박에 실어서 필리핀 세부항으로 보냈지만, 필리핀에서는 고형연료가 아닌 쓰레기가 반입됐다면서 같은 해 3월 15일 평택항으로 반송했다. 

이어서 평택항에서도 이 폐기물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선박은 공해상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9백여톤만 국내 처리되고 나머지 분량은 지난해 7월 다시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재밀수됐다.

결국 이마저 필리핀 세관에게 적발돼 현재 필리핀 창고에 압류돼있는 상태다.

또한, 별도의 9,262톤의 압축포장폐기물 역시 지난 2017년 1월 군산항의 물류창고에 무려 2년 가까이 묶여있는 상태로 드러났다.

제주의 압축포장폐기물 문제를 보도하고 있는 MBC 피디수첩 보도의 모습(사진=MBC 피디수첩 캡쳐)

◎필리핀 쓰레기 문제 2년 전에 알고도 '쉬쉬'

이에 의원들은 "설마 제주일까 했는데"라며 한탄과 추궁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특히 제주시가 2017년 세부에 밀반입된 쓰레기가 반송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겨왔던 사실도 확인됐다. 

필리핀 세부로 밀수됐다가 문제가 된 것을 제주시가 인지한 시점이 언제였냐는 강연호 의원의 질문에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2017년 5월 입항거부가 된 시점부터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강 의원은 "오랜기간 행정이 도민을 속여온 것 아니냐"며 "이는 국장이 아니라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직접 사과를 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철 환도위 위원장도 "필리핀 현지를 방문한 적 있느냐"고 묻자 윤 국장은 "해외에 나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도지사와 시장, 의회가 현지에 가서 정중히 사과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4월까지 완벽한 처리대책을 내오지 않으면 시장과 도지사를 이자리에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원철 환도위 위원장(사진=제주도의회)

◎"위탁업체 건방져져...제주도 우습게 본 것"

이번 사태를 불러온 한불에너지관리의 책임도 추궁했다. 

안창남 의원은 "한불이 네오그린바이오에게 재위탁을 주었고 그 비용이 10억원이 넘는데 의회가 전혀 몰랐다"며 "전국적으로 재위탁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제주시가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성의 의원도 "2015년 쓰레기처리량이 4,500톤이었는데 2016년 쓰레기 처리량이 갑자기 3만여톤으로 7배나 증가했다"며 "한불이 제출한 통계자료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한불이 제주에서 유일하게 쓰레기처리를 위탁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보니 건방져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2016년에 네오그린의 처리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2차 계약을 했다. 한불이 정신이 있는 것이냐. 제주도가 우습게 보이느냐"며 "한불이 위탁비용으로 일하지 재정사업할 수 없는 곳임에도 의회를 농락했다.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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