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다시금 진행된다. 

7개월간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활동해왔던 사람들이 다시금 비자림로 삼나무숲을 찾았다. 날씨는 그 어느때보다 맑았고, 활동하기에도 딱 맞은 기온이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활동가들이 19일 오전 비자림로에서 퍼포먼스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사실 이들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여러차례 제주도지사와 도청에게 시민토론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성산지역 주민과의 마찰도 있었다.

주민의 숙원사업을 왜 가로막느냐는 볼멘 소리도 들어야 했고, '외지인일 뿐'이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대중의 관심도도 떨어지면서 삼나무숲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찬성하는 도민들도 많다. 그래서 비자림로를 지키겠다는 시민모임으로서는 더욱 어려운 싸움이다. 도민과 싸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자료사진=제주투데이DB)

항상 모이는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데, 이들 앞에 놓은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다. 

제2공항, 영리병원, 강정마을 등등... 제주의 산과 바다 어디 하나 상처나지 않은 곳이 없으며, 어디 하나 허투루 봐야 하는 데가 없다.

"왜 진작에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나서지 않았냐"는 날선 비판이 들어와도 이들은 차마 입을 떼지 못한다. 그저 미안한 마음이다. 마음은 모두 챙기고 싶지만 몸은 하나이고 시간도 장소도 제약이 많았다.

비자림로 시민모임 사람들이 비자림로의 삼나무를 안고 있는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비자림로 시민모임 사람들이 비자림로의 삼나무를 안고 있는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그래서 이들은 오늘 비자림로의 상쾌한 공기와 맑은 새소리에 더욱 죄책감을 가진다. 모니터링단을 꾸리기로 하고 24시간 비자림로를 지키겠다는 그린 씨(필명)의 목소리에 모두들 눈물을 훔쳤다.

조만간 베어질 삼나무들을 끌어안고 그저 눈물만 흘린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 말 밖에 이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지켜보고 기록을 남기는게 전부다.

이 자리에서 그린 씨는 말했다.

"이 실수 안에 성찰은 없고 7대 자연경관이라는 말만 남았습니다. 아끼는 제주, 이 숲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멈춰지길 바랍니다. 마지막 물과 물고기마저 사라지고 잃어버리면 너무 늦을 겁니다."

24시간 비자림로를 감시하기 기록하게 될 그린씨의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앞으로 그린 씨가 묶게되는 삼나무숲의 삼나무집(사진=김관모 기자)

그린 씨가 거처할 나무집이 숲 안으로 들어왔다. 삼나무로 만들어진 집이다. 여기서 그린 씨가 지내고 옆에서 모니터링단이 돌아가면서 그를 도울 예정이다.

이들은 집에 '그린 비자림로-1'이라는 주소도 적어주었다. 비자림로 1번지인 셈이다. 마음은 무겁지만 다들 웃으면서 비자림로에 생긴 첫 집을 반겼다.

싸움과 갈등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몸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기록을 남기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상에 알리는 방법을 택했다.

비자림로 시민모임 사람들이 비자림로의 삼나무를 안고 있는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비자림로 시민모임 사람들이 비자림로의 삼나무를 안고 있는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제주도는 오는 2022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수백 그루의 삼나무가 더 베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옆으로는 차들이 아슬아슬한 속도로 삼나무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트럭이나 자가용이 쉴새없이 오가는 이곳. 어찌보면 도나 주민들의 말처럼 도로를 넓히는 필요성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몇 분 빨리 이 곳을 지나기 위해서 이 숲을 지워버려야 하는 것일까. 좀더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토론을 할 필요는 없었을까. 시민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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