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주제를 담은 4·3 71주년 추념식이 4월 3일 오전 10시부터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됐다.

4월 3일 10시 71주년 4·3 71주년 추념식이 열리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이번 추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정당 대표와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각계 정치인사와 사회인사,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1만여 명 이상의 유족과 도민들이 함께 했다.

◎"4·3은 비극의 횃불이며, 모든 상징적 의미 담은 것"

이날 추념식의 시작은 퍼포먼스 '벽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연기자들이 희생자의 망령을 표현하면서 단상에 준비된 벽을 무너뜨렸다. 그 벽 너머로 지난달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수형인 18명이 나와 망령들의 옷을 닦아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어서 도올 김용옥이 나와 제주 평화선언문을 낭송했다. 김용옥은 "제주4·3은 1948년 4월 3일에 일어난 특정한 사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며 "47년 3·1절을 기념하기 위해 북국민학교에 운집한 제주도민 3만 명의 열망에서 점화된 비극의 횃불, 그 횃불을 물들인 모든 상징적 의미체계를 총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올 김용옥이 제주평화선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또한, "그것은 도민마의 열망이 아닌 조선대륙 전체의 갈망이었으며, 강대국에 의해 압박받던 지구상 모든 민중의 대망이었다"며 "4·3은 세계현대사의 주축으로서 오늘날까지 그 핵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훼여, 예수의 하나님이여, 알라여, 브라만이여!
이 땅을 지배하려 하지 말고 자기 초월의 예지를 배우소서!
제주도의 대장연에 가득찬 신들의 겸손을 배우소서!
이 땅에, 이 인간세에 자기를 버리고 평화를 내리소서.
1947년 3월 1일 제주도민이 외친 호소를 실현하여 주소서!
3·1혁명정신을 계승해 외세를 물리치고, 조국의 자주통일을 이루자! 민주국가를 세우자!"

◎"제대로 몰랐던 4·3...앞으로 공부하면서 세대를 초월할 것"

이어진 무대에서는 배우 유아인을 비롯해 각 지역의 대표단들이 단상에 올라 4·3 71년의 다짐을 밝혔다.

학생과 선생, 거제양민학살사건 유족 등으로 구성된 지역대표단들은 돌아가면서 4·3을 배우고 그 소감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4·3의 정신을 기억하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6개 지역대표단들이 나서서 4·3 71주년을 배우고 기억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유아인도 "도올 선생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4.3을 알았다. 저는 부끄럽게도 제주 4.3 사건을 알지도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몰랐다"라며 "절대 잊으면 안 되고 소환하고 현재로 만들어야 하는 역사라는 사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청년 세대들 중에 4.3 사건에 대해 공부하고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 희망적"이라며 "앞으로 남은 날들이 3세대 유족이 1세대 유족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날들이 되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이 71년 다짐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이낙연 총리, "도민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4·3 해결 멈추지 않을 것" 

이날 추념사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섰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는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였다"며 "며칠 전에 4.3희생자 130명과 유족 4,951명을 추가해 희생자는 1만 4,363명, 유족은 6만 4,37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제주도민 여러분이 '이제 됐다'고 하실 때까지 4.3의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하고,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실종자를 확인하겠다"며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국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배·보상 등 입법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와 협의하며 정부의 생각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4.3평화재단출연금 증액도 약속했다.

이번 추념식과 아울러 국방부에서는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입장문이 발표됐다. 아주 짧은 한 줄의 글에 불과했지만, 72년만에 처음으로 국방부의 입장이 나온 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4·3 71주년 추념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문재인 정부 4·3해결 뒷심 부족하다"

한편, 이날 4·3희생자유족회는 4·3특별법 개정안을 하루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정당 대표와 정부에게 촉구했다.

송승문 4·3유족회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했지만 유족들에게 봄은 멀게 느껴지고 아직도 춥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해결을 약속했지만 뒷심이 부족하다. 4·3과 관련한 도민과의 약속을 다시 한번 점검해 달라"고 말했다.

송승문 4·3희생자유족회장이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이날 송 회장은 4·3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또한, 송 회장은 각 정당 대표들을 향해서 "4·3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정당 대표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할머니의 사연을 어린 손녀가 담담하게 읽어가면서 많은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기도 했다. 

추념식 직후 유족들과 참석자들은 제단에 분향과 헌화를 하면서 71년 전 희생된 영령을 위로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1만여명의 유족들과 도민들이 참석했다.(사진=김관모 기자)
유족들이 유족사연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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