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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이야기] 김종철의 '오름나그네' 재출간
제주투데이 | 승인 2019.04.04 04:54

누군가가 꼭 해야할 일이 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을 위해서이다. 그것은 시대의 요청이기도 하다.

그 시대의 누군가는 이 요청을 사명과 숙명처럼 받아들여서 해야 한다. 그것이 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길잡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 일이 자신의 삶과 인생관에 궁합처럼 맞아 떨이지면 그 이상의 쾌거는 없을 것이다.

1990년 <제민일보> 창간과 함께 연재되었던 김종철의 '오름나그네'가 1995년 1월 말에 출판되었었다. 회복불능의 늑골암을 이겨내면서 저자 스스로가 최종 교정 속에 출판에 이르렀고, 그 출판기념회가 끝난 20일 후에 나그네 인생을 마쳤다. 68세의 젊은 나이였다.

절판된 지 오래된 '오름나그네'가 독자들의 재출간 요청에 의해 24년이 지나서, 금년 3월에 서울에 있는 출판사  '다빈치'(박성식 사장)에서 1,2,3권의 '전3권세트'로 발간되었다. 시대의 요청을 사명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묵묵히 일궈낸  '오름나그네' 김종철의 부활이었다.

어떤 책을 처음 대했을 때, 읽기도 전에 제목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책이 있다. '오름나그네'가 바로 그렇다. 1990년 <제민일보>에 연재하기 전에 당시 청탁을 의뢰했던 송상일 편집위원에게 김종철 본인이 요구한 첫째 부탁이 있었다. 연재 이름은 꼭 '오름나그네'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오름나그네 3'에 '김종철을 말한다'를 쓴 월간지 '사람과 산' 오희삼 전 기자는 밝히고 있다. '오름나그네'는 '오름에 해 가듯이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였고 '오름에 구름 가듯 바람 가듯 가는 나그네' 같은 주옥 같은 책 이름이다.

"김종철의 '오름나그네'를 읽고서야 비로서 오름을 알 수 있었다. '오름을 모르면 제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할 정도까지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앞다퉈 오름 순례에 나서고 있고, 입을 모아 '오름 보호'를 외치게 되었다." 김종민 전 제민일보 기자가 '오름나그네 2'의 '김종철을 말한다.'에서 쓴 글이다.

'오름을 모르면 제주를 안다고 할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이 말은 필자의 가슴에 화살처럼 날아왔다. 제주 삼양에서 태어나서 20년을 제주에 산 필자가 아는 오름이라곤 초,중,고등학교 때, 소풍을 다녔던 삼양 원당오름(봉)과 봉개에 있는 봉개오름, 사라오름 정도였다. 2006년 '제주작가회의' 초청으로 제주 출신 재일동포 문인들이 제주 갔을 때 용눈이오름을 갔으며, 그후 몇개의 오름을 오른 것이 전부였다. 오름을 모르는 제주인이었다.

"오름이란 독립된 산 또는 봉우리를 이르는 제주어이며 그것은 곧 화산도(火山島) 제주도의 한라산 자락에 산재해 있는 기생화산이다. 그 수 330여, 한 섬이 갖는 기생화산의 수로서 이는 세계 최다이다. 지중해 시칠리아 섬 에트나산의 기생화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수는 제주도의 그것에 훨씬 못 미치는 약 260개다."

"에트나산과 한라산이 활화산과 휴화산이라는 상이점이 문제가 된다면 몰라도 사실상 숫자가 월등한 한라산의 기생화산이 세계 제일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밀도를 계산해 보면 대략 5.5제곱킬로미터에 하나 꼴이며 특히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부에 매우 조밀하게 분포돼 있다. 가히 '기생화산의 왕국'이라 하겠다."  

"올림포스가 그리스 신화의 신의 거처라면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들은 제주신화의 신들의 고향이다. 때로는 항쟁의 거점이 되었고, 외침 때의 통신망 구실도 했다. 그 기승(奇勝)으로 하여 시객(詩客)들의 영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주요 생활 수단의 하나인 목축의 근거지임은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다. 섬 사람들의 삶의 숨결이 오름마다 진하게 베어 있는 것이다." 한라산을 1천회 이상을 오른 김종철의 '책머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4.3이라는 극한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눈 덮힌 한라산에 숨어 살며, 방황했던 초등학교 어린이었던 현임종 수필가는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김종철 담임 선생과 극적인 재회로 가족들이 모두 살아날 수 있었다. '오름나그네 1'의 '김종철을 말한다.'에 쓴 현임종 수필가의 짧은 글 속에는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의 따뜻함과 인간적 배려의 교류가 인간 승리의 드라마로서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게 하였다.

"그는 오름에 반해서 쫓아다녔고 오름도 그를 사로잡고 날마다 불러냈습니다. 이렇게 오름 답사를 다니면서 경비가 빠듯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나에게 많이 미안해 했습니다 그는 눈이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던 장면이 문둑 생각납니다."

"1993년 1월 6일, 그의 생일이자 우리의 결혼기념일에 나는 국립지리원에서 나온 5천분의 1 제주도 지도 한 세트를 선물했습니다. 모두 354장으로 이루어진 그 지도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지도 중 가장 정밀한 지도였습니다. 지도 더미를 받아 안고 그는 너무 좋아서 울었습니다."

"고마워, 이 지도가 있으니까, 이제 오름들의 비고(比高)를 모두 계산해 낼 수 있어!"

'재출간에 부쳐' '이토록 아름다우니, 이토록 소중하니' -선작지왓에 부치는 그리움-에서 김종철 부인 김순이 시인이 쓴 글이다. 그 남편에 그 부인이다. 19살의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혼을 양가에서는 결사 반대했지만 그들의 굳은 신념을 걲지 못했다. 결혼 한다는 청첩 광고가 아니고 전대미문인 '결혼했다'는 광고를 내면서까지 맺어진 부부의 '오름나그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김종철을 말한다'의 글을 쓴 집필자들과 김종철 저자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아내인 제가 쓴다는 김순이 시인의 글과 고길홍 사진가가 찍은 실체 모습들은 김종철상(像)을 입체적으로 부각 시키면서 '오름나그네'를 읽는 독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서게 했다.

시, 읍, 면별로 구분하고 오름마다의 특색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각 권마다 부록과 오름, 야생화 사진이 수록되 었다. '오름나그네'는 '오름대백과사전'으로서만이 아니라 표현의 문학적인 요소도 깃들어 있어서 '오름에세이'로도 빛을 내게 될 것이고, '오름나그네'로 인한 '오름순례'가 시작된 연장선상에 '올레걷기'가 있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제주신보> <제주신문> <재남신문> 제주KBS와 제주MBC에서 편성부장, 편집국장 등을 두루 거치고 '제주산악회'를창립하고, 한국 최초로 민간 산악구조대인 '제주적십자산악안전대' 대장으로서 많은 인명을 구했다.

김종철의 유해는 유언대로 화장을 하고 한라산 선작지왓에 뿌려졌다.

김순이 시인이 재출간에 부쳐의 끝에 쓴 "그에게 한 통의 편지처럼 나의 시 <선작지왓>을 허공바람에 부칩니다."라는 시를 소개한다.

선작지왓

가장 쓸쓸한 바람이 살고 있는
이 고원高原에
한 가지 소원을 묻어두었다
산 넘어 가는 구름
걸터앉아 쉬는 바위틈마다
봄눈 속에 피어난 산진달래
꿈에도 보인다
그 팍팍한 슬픔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이름 없는 것들이
열심히 피고 지는 까닭에
세상은 아직도 아름답다는데
가장 소중한 것
가슴에 묻어도
슬며시 빠져나와 깊은 잠 흔드는
더 이상 쓸쓸할 수도 없는
이곳에서
또 한 세상 살리라
그리움의 발길 헤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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