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영리병원의 사례라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던 녹지국제병원이 결국 허가 취소의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 소송전과 병원 건물의 활용 문제 등 산적한 후유증도 만만하지 않은 상태다.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 취소했다. 제주영리병원 사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할 숙제는 산적한 상태다.(편집=제주투데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7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외국인한정진료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 처분'이라는 제목으로, 녹지병원의 개설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원 지사가 지난 12월 5일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한 뒤,  4개월여 만에 영리병원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다. 원 지사의 허가 발표 이후, 제주도 사회는 찬반 여론이 거세지면서 내홍을 겪어왔다. 특히 반대단체들은 원 지사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오는 6월 주민소환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비협조와 근거 부족이 허가 취소의 결정타

하지만 이후 녹지병원의 문제는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다. 병원측이 내국인 진료 금지가 위법이라면서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병원 영업을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 결국 병원은 의료법에서 정한 개원 기한에 따라 3월 4일까지 영업을 시작해야 했지만 끝내 이를 따르지 않았다.

또한, 제주도가 지난 2월 27일 개원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고자 했지만, 병원측은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3월 4일 제주도는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고 3월 26일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열었다. 여기서 병원측은 ①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지연할 정당한 사유 존재, ②지난 2월 27일 제주도의 현지점검을 응대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 존재, ③녹지그룹의 투자에 대한 기대 보호원칙 위반 등을 내세웠다.

지난 3월 26일 도청에서 열린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 전 청문회의 모습(사진=제주투데이DB)

하지만 청문주재자는 녹지의 해명에 대해서 "15개월의 허가 지역과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유가 3개월 내 개원 준비를 하지 못할 정도의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며 병원 개원을 미룰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료인의 이탈 사유에 대해서도 "병원측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으며, 당초 병원측은 의료진 이탈 후 신규채용 공고와 계획 등 의료진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등을 증빙할 자료조차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주도도 "도는 개원 허가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함께 협의하자고 했지만 녹지측이 이를 거부해왔다"며 "지금 와서야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연장을 요청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판단했다.

◎소송전 거셀듯...내국인 진료 제한 문제도 여전히 논란

문제는 취소 이후의 병원의 실질적 사업자인 녹지그룹과 제주도와의 소송전 문제다.

이미 녹지그룹은 내국인 진료 제한이 의료법 위반이라면서 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번 개설허가 취소에 따라서 현재 소송은 실익이 없어진 상태다.

녹지가 이 소송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오늘 도가 발표한 '개설허가 취소'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법원은 도의 취소처분이 정당한지와 아울러, 지난 12월 도가 발표한 내국인 진료 제한도 병합해서 심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와 관련해서 법원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위의 사진은 제주지방법원의 모습(사진=제주투데이DB)

일단 녹지가 취소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도는 다시금 녹지의 허가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로 되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도는 병원의 신청서를 다시 심사해서 허가 또는 불허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

이럴 경우 향방은 법원이 내국인 진료 제한을 다룰 때와 다루지 않을 때 등 크게 두가지로 흐른다. 

먼저 법원이 내국인 진료 제한을 다루지 않은 상태로, 녹지가 승소하게 되면 제주도는 다시금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진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이번 논란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것은 병원측이 원하는 시나리오도 아니다.

두번째는 법원이 내국인 진료 제한도 함께 다루어졌을 때의 문제다. 만약 법원 내국인 진료 제한과 이번 개설 허가 취소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하게 되면, 도는 외국인과 내국인 진료를 모두 허용하는 형태로 개설 허가를 내주어야 한다. 따라서 병원측은 이런 방식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17일 개설허가 취소와 관련해 원 지사와 담당 공직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관모 기자)

◎녹지병원 건물 활용도 어떻게 될까?

또 하나의 난제는 녹지병원의 활용 방안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서귀포지역의 공공의료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돈과 실효성이다. 그동안 녹지에서 이 병원을 투입한 비용만 7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비용을 포함해 인프라 구축 등을 하려면 1천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의료시설이 마련됐다고 해도 시설을 유지하고 활성화하는데 적지 않은 예산이 든다. 게다가 서귀포의료원의 제주대병원 위탁 논란에서 봤듯 서귀포지역에서 의료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제주녹지병원 전경

이에 제주도의회와 일부 시민단체는 제주도와 정부, JDC, 녹지그룹 등 4자가 함께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도는 이 부분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문대림 JDC 이사장과 연락을 취한 결과 녹지에서는 내국인 진료도 허용해달라는 입장을 이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이사장은 JDC는 인허가권이 없어서 이런 부분은 녹지의 양해를 구한다고 답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헬스케어타운 활성화에 함께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 지사도 "여러가지 요구나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비될 수 있는지는 관계자들이 종합적으로 협의하고, 역할 및 자원 분담이 원만히 이뤄져야 성사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의료관광이라는 영리병원과 공공의료 강화의 갈래에서 녹지국제병원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