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는 길은 늘 설렌다.

삼양의 경계 원당봉으로 시작되는 열녀의 고장 신촌리

오래 전 왕벚나무가 터널을 만들었던 진드르(넓은 들판)

자동차들은 새로 닦은 신작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마을로 들어서면 예전의 정감어린 집들은 고층건물로 탈바꿈하고

대섬(죽도)을 품고 있는 작고 한적한 아름다운 바닷가가 있는 농·어촌 마을이지만

도시의 일부분에 서 있는 듯 너무 많이 변해버린 모습이 낯설다.

철새도래지로 잘 알려진 '대섬'

신촌마을과 조천마을의 경계에 있는 섬으로

마을을 지나면 올레18코스를 알리는 간세다리가 보인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이곳

대섬 습지는 밀물 때면 바닷물이 대섬 안쪽까지 들어와 먹이가 풍부해서

철새들의 보금자리, 새들의 천국이면서 바다의 정원이다.

울퉁불퉁한 길을 들어서면 코 끝에 닿는 바닷가 짠내음

차 한대가 지나갈 정도의 바닷물과 민물을 이어주는 작고 앙증맞은 길은

파헤쳐지고 불법 훼손 환경파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돌 틈에 보이던 나문재, 땅채송화, 갯까치수영 등 모습을 감춰버린 염생식물들...

걸어서 가다보면 갯가식물들의 움직임이 느껴지던 곳에는

귀화식물 '양장구채'가 자람터를 넓혀간다.

'야자수 올레길'이라는 이름으로 

대섬 불법 훼손 환경파괴 흔적을 따라가 본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언덕에는

무더기로 피어난 갯완두와 갯무가 바닷바람에 살랑거리며 반겨준다.

짠 맛 나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 갯상추 '번행초'

바닷가에서 장구 치는 '갯장구채'

바닷가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큰개미자리'

등잔모양을 닮은 '등대풀'은 무더기로 피어나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어준다.

무우말랭이를 말렸던 빈터에는 들꽃세상이 펼쳐진다.

제주 절대보전지역 '대섬'

용암류 등 바다풍광이 아름다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대섬'

현무암과 조화를 이루던 갯가 꽃동산

돌담이 어우러진 바닷길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하늘을 찌르는 와싱턴야자길을 만들며 환경파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돌담으로 만들어진 경계담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린시절을 바닷가에서 보낸 탓에 바다가 그리워지면

한달음에 달려갔던 나의 애지중지 보물섬...

소풍 장소였던 소꼽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은

대섬의 사계절 옛 모습을 기억한다.

염생식물들의 천국 '대섬'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구불구불한 길에는

갯까치수영, 나문재, 땅채송화 등 염생식물들이 검은 현무암과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동안 철새들의 천국 대섬 습지를 마주하고 이어서

겨울 바닷바람에 무우말랭이를 말리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에 멈춰 선다.

검고 평평한 용암대지를 '빌레'라 부르는데

대섬은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점성이 낮아 넓은 지역으로 퍼지면서 흘러내린 용암류가

표면만 살짝 굳어져 평평하게 만들어진 지형으로

제주도 내에서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잡힐 듯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 너머로 아버지의 꿈을 담은 출렁이는 푸른 바다

부드러운 능선으로 어머니의 포근함을 간직한 한라산

어릴적 소꼽친구들과 소풍 장소였던 원당봉이 보이는 바닷가에는

봄과 여름,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염생식물들은

거친 바닷바람에도 잘 견디며 대섬과의 인연을 이어간다.

수크령과 내 키보다 훌쩍 자란 은빛물결이 춤추던 억새길

대섬으로 가는 길을 터주고 덤으로 은빛 억새 사이로 펼쳐지는 

환상적이고 눈부신 해넘이를 선사했던 길은

하늘을 찌를 듯한 와싱턴야자가 그 길을 대신한다.

 

사계절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갯가정원 '대섬'

'염생식물들의 천국'으로 만들었던 갯가식물들을 기억한다.

순비기나무, 돌가시나무

가는갯는쟁이, 갯강아지풀, 갯개미취, 갯기름나물(방풍), 갯까치수영,

갯메꽃, 갯명아주, 갯사상자, 갯쑥부쟁이, 갯완두, 갯잔디, 갯장구채, 갯질경, 나문재,

땅채송화, 모래지치, 번행초, 사철쑥, 참나리, 천문동, 큰개미자리 등...

어린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내 고향 신촌 바닷가

이미 훼손된 천혜의 자연경관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지만 아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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