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이하 예래단지)의 토지주가 원희룡 도지사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지난 3일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의 토지수용 및 관련 행정처분이 당연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관광단지 무효가 고시되지 않은채 행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는 것이 이유다.

예래단지 토지수용으로 행정처분을 해왔던 토지주 진경표 씨는 7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녹색당 제주도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실을 밝혔다.

예래단지 토지주 진경표 씨와 제주녹색당이 7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원희룡 지사 고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진 씨와 녹색당 도당은 "지난 2월 대법원의 판결로 예래단지의 법적 효력이 완전히 상실된 이후, 원 지사가 공식 사과를 했다"며 "2015년 사업 인허가 무효결정 이후 4년만에야 사업의 문제를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지사는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니라 잘못된 행정절차를 철회하는 것이 책무지만 지금까지 무효고시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진 씨는 "2015년 이후 4년을 기다렸지만 도정은 법적인 절차상 관보에 무효고시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원 지사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는 말레이시아 버자야사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가 서귀포시 상예동의 74만1,193㎡ 부지에 2조5천억원을 들여서 휴양콘도와 호텔, 위락시설 및 의료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2005년과 2006년에 걸쳐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을 인가하고 관광단지로 고시를 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초창기부터 법적 논란이 컸다. 

예래주거형주거단지 조감도

JDC가 토지주들과의 협의가 원만하지 않자 토지수용을 신청했던 것. 결국 토지수용위원회가 수용재결처분을 내리자, 토지주들은 법원에 항소하고 나섰다.

이에 2015년 대법원이 유원지 개발을 목적으로 토지수용을 하고서는 분양형 숙박시설을 개발하는 것은 위법이라면서 토지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올해 2월에는 토지주들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 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 처분 취소' 소송마저도 대법원은 토지주들의 소송을 인용했다. 

결국 토지수용과 더불어 제주도의 도시계획실시계획 인가 등 대부분의 처분이 모두 위법했다는 최종판결을 받게 된 것.

따라서 제주도지사가 법적 절차에 따라서 예래단지 부지의 관광단지 지정을 무효고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 따라서 송악사 뉴오션타운 개발처럼 2002년에 개발사업시행승인이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관광단지사업을 추진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진 씨와 녹색당 도당은 예래단지 추진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된 제주특별법 406조 2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래단지 토지주 진경표 씨와 제주녹색당이 7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원희룡 지사 고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도당은 "현재 법률에는 도시·군계획시설 중 유원지시설의 결정, 구조, 설치 기준을 도조례로 정하게 하고 있다"며 "예래단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진 씨는 7일부터 매일 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도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진 씨는 "4년 이상을 기다려왔지만 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그동안 토지주들은 수천만원의 소송비용까지 써가면서 큰 재산권의 침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도의원과 국회의원까지 일조했던 이번 사업에 대해 제주 도정과 정치계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경표 씨가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김관모 기자)

반면,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이런 진 씨의 주장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당시 도의 모든 행정처분이 원천 무효가 된 상태"라며 "무효고시를 따로 해야 할 것도 없이 관광단지도 모두 취소된 상태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21일 369회 임시회에서 양기철 관광국장도 "대법 판결로서 무효라는 부분이 확정돼버려 저희가 파악키로는 대법 판결로 15개의 행정 처분이 원천 무효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양 국장은 "새로운 사업계획 수립해 협의해 나가겠다. JDC가 중심에 있지만, 도는 인허가 기관으로서 아이디어 모아나가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예래단지를 두고 토지주와 제주도 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소통 부족이 큰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씨는 무효고시와 관련해 도에 여러차례 문의를 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는 것.

결국 무효고시가 아니더라도 토지주들과의 소통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예래단지 소송 후유증은 당분가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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