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미식축구)보다 백배 중요한 행사"이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가겠다."

4월 26일 미국을 방문한 아베 수상이 천황 즉위를 겸한 트럼프 대통령 방일 초청 자리에서 주고 받은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초청을 받았을 때 "갈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지만 굳이 묻겠느데 (미국의) 슈퍼볼과 비교했을 때, 일본인에게 있어서(천황 즉위는) 어느 정도 중요한 행사인가?"는 질문에 아베 수상의 백배 중요한 행사라는 발언에 즉석에서 간다고 약속했다.

이심전심이랄까. 아베 수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찰떡 궁합과 같은 호흡의 일치는 천황 즉위에 따른 초청 자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8, 29일에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데도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일본을 방문해서 외국 수뇌로서는 처음으로 나루히도 신 천황과 만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신년을 앞두고 <가는 해, 오는 해>를 텔레비에서 방영하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제야의 종'을 치면서 새해 안녕을 기원한다. 4월 30일과 5월 1일 일본에서는 또 한번 <가는 해, 오는 해>가 열렸다. 

아키히도 천황의 30일 퇴위와 1일 나루히도의 천황 즉위는 사요나라 '헤이세이(平成)'와 함께 '레이와(令和)'시대의 시작이어서 그야말로 <가는 해, 오는 해였다>.

신 천황, 신 원호 '일세 일원'의 원칙은 메이지:明治시대에 제정이 되었는데, 세계 29개국의 군주제 가운데 원호 제도를 택하는 곳은 일본뿐이라는 독특한 황실 전통문화를 자부하는 일본인들도 많다.  

기원 전, 6백년부터 시작된 일본 천황의 즉위는 126대를 맞이했다. 202년만에 생전에 천황 퇴위와 즉위가 이뤄졌는데 그 동안의 즉위는 전 천황의 복상 중이었다. 신 천황의 즉위 축하보다는 일반적인 모든 행사까지가 전 천황의 상을 당하므로 인하여 반대로 자숙 분위기인데 황실은 더욱 그렇다.

4월 1일 신원호(신겡고오:新元號) '레이와'를 발표한 스가 관방대신은 일약 다음 수상 후보로 급부상했다. 관방대신이라는 직책상 안방 살림을 도맡고 위기관리 담당대신이기 때문에 좀처럼 외국 방문을 하지 않는 스가 관방대신이 4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5월 12일 귀국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담당 대신으로서의 방미였으나, 미국 방문 중에는 펜스 부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회담도 갖는 등 그에 대한 미국의 후대에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레이와' 선정에 대해 일본 정부는, 4월 1일 신 원호에 관해서 특별담화를 발표한 아베 수상은 일본 최고(最古)의 고유 가집(歌集) '만요오슈(萬葉集)'에 서 발췌한 일본 독자적인 단어임을 누누이 강조하여 중국의 한서나 고서에서의 인용이 아니었음을 설명하였다.

중국의 영향을 배제한 신 원호 탄생 배경과 비화에 대해서 필자도 독자적이라는 일본의 국민적 정서는 일본인 이상 인정하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그점을 강조하기 때문에 새로운 신조어(新造語) 단어 '레이와' 사용 운운 이전에 약간 식상해서, 한자의 종주국은 중국이 아니냐는 역설 속에서 연민의 정도 다른 한편에서는 갖고 있다. 

천황을 계승할 황태자, 즉 아들이 없이 즉위한 천황은 86년만이었다. 그래서 천황 동생이 계승하게 되었는데, 59세인 천황과 6살 밖에 차이가 없는 53세 동생의 계승 시기도 백세시대라는 지금 새로운 문제를 떠안고 있다. 그 밑의 계승자는 아직 중학교 1학년이어서 천황 계승은 난문제 중의 난문제이다.    

천황의 퇴위, 즉위 행사에 관한 외국의 보도와 수뇌들의 반응도 매스컴은 동시에 전했는데 그때마다 한국의 반응도 같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서한과 축전 속에 한.일관계에 이바지한 전 천황에 대한 감사와 미래 지향적인 평화 유대를 강조한 신 천황에게 보낸 축전의 의미는, 냉각 상태에있는 한.일관계를 호전 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코멘트가 꼬리표처럼 어느 매스컴에서도 붙어다녔다.

202년만의 퇴위와 즉위는 일본행정 초유의 10일 연휴를 제정케 했고 일본열도를 열병의 축하 분위기로 가속화 시켰다.

5월 4일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6회에 걸쳐 황거에서 실시한 천황 즉위 첫 참가행사에는 14만 이상이 참가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축하 이벤트가 넘쳐났다. 10일 연휴가 끝나서 10일이 지난 지금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레이와 첫 무엇 무엇'이라는 수식어는 진행중이다.

기원 전 6백년부터 천황제가 계승되어 제126대를 맞이한 입헌군주제 국가, 일본 국민이 갖고 있는 자국 황실에 대한 경외심은 외국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보다도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임을 자부하고, 언론의 자유는 헤이트 스피치까지 비상한다.

그러나 일본 황실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금기 중의 금기'로서 침묵 속의 터부이다. 황족 일가에 대한 텔레비에서의 존칭어는 미성년의 왕자, 공주에게도 적용되어 가끔은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황족에 대한 불경죄라는 것이 없어도 불경을 저지를 일본인의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의 아니다. 그 만큼 상징적인 일본 황실의 권위는 절대적에 가깝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은 작년 위안부 문제에서 천황의 사과 요구 발언을 해서 한.일간에 물의를 이르켰다. 피해 당사국인 한국에서 보면 당연한 논리라고 주장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황실에 대해 상징적인 절대 권위를 인정하고 외경심을 갖고 있는 일본인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발언으로 인식되었다. 한국은 스스로 자초하는 외교적 손실을 우리 자신이 인식해야 한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