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서울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급히 와야 한다는 전화를 받는다. 서울로 가기 위해 항공권을 검색하지만 이미 모두 예약돼 있다. 대기표라도 구하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나간다. 모든 항공사 카운터를 돌았지만 대기표 신청조차 마감되었다. 여름철 관광 성수기이니 당연한 일이다 싶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갈 수 없게 되었다, 미안하다고 말한다.

많은 도민들이 겪어봤음직한 일이다. 실제로는 대기표를 구하지 못할 상황이 뻔히 짐작 되니 아예 처음부터 일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올해도 급하게 항공권을 필요로 하는 도민들은 별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도민의 항공기 이용불편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제주도 당국이 내놓는 답은 오로지 공항 인프라 확충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강구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다. 제주도민 대기표 우선제, 좌석 할당제 등이다. 사정이 급한 도민들의 항공권 이용 불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기표우선제, 도민좌석 할당제 등에 대해 제주도 당국은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공항확충지원과는 단지 인프라를 확충해 항공편을 더 늘리면 해결될 문제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도민들의 항공기 이용 불편 해소를 위한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 확충으로 항공편이 는다해도 항공편 증가가 반드시 빈 좌석 수의 증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권 예약률이 저조할 경우 항공사는 저가 항공권 프로모션을 통해 자리를 채운다. 특히 현 제주공항의 단기 인프라 확충을 통해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가 시간당 두어 대 증가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거꾸로 제2공항에만 열중하느라 도민들의 항공기 이용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도민들이 항공기 이용을 하는 데 불편이 따르지 않는다면 제2공항 건설 논리의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도민들의 항공기 이용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주도 당국은 제2공항만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제주도 당국이 도민들의 항공기를 편하게 이용하기 바란다면 먼저 제주도민 대기표 우선제를 고려할 만하다. 대기표 우선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아시아나 항공 등은 회원 등급이 높은 고객에게 대기표 구매 시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기표 후순위에 밀려 긴 줄을 서다가 발길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 전 항공사에 제주도민들에 대한 특혜를 요청하기 어렵다면 우선 제주항공만이라도 제주도민 대기표 우선제를 시행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제주'항공 아닌가.

제주도는 현재 제주항공 주식 204만2362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지분의 7.75%로 제주도는 AK홀딩스에 이어 2대 주주다. 제주항공은 제주도가 초기 50억을 출자하며 설립됐다. 그러나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쩔쩔 매는 도민들의 사정은 애써 못 본 척 하고 있다. 회사명에 왜 아직 제주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갖는 도민들이 많다. ‘제주'항공이라는 회사명의 프리미엄을 생각한다면 제주항공은 바로 그 제주에서 살고 있는 도민들을 위한 대기표 우선제를 적극 시행해 급한 일정이 생겨도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도민들의 날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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