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청보리 익어가는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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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청보리 익어가는 오월
  • 고은희 기자
  • 승인 2019.05.26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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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바람 타고 일렁이는 가슴

밭담 안으로 청보리밭의 풍경은 보리밭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보리 밟아주던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은

향긋한 보리 내음으로

오월의 태양은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부시다.

보리밭을 지나 넓다란 태역밭 

꼼짝꼼짝 고사리는 보자기를 내 놓고 봄햇살에 마실 나왔다.

코 끝에 와 닿는 싱그런 봄바람

오름 기슭 연초록 삼나무숲은 진초록으로 짙어가고

끝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푸른숲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자연을 머금은 꿈꾸는 삼나무숲

숲 속을 들어서자 삼나무 잎은 바닥에 수북이 쌓이고

쓰러진 삼나무와 묵은 가지는

한 걸음 내딛기가 버거울 정도로 널브저려 있다.

오르막이 계속되는 어두운 숲 속

시선을 사로잡는 자태를 드러낸 '한라새우난초'

생명을 품은 새우난초가 사는 삼나무숲

어두컴컴한 숲 속에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 은은한 향기로 유혹하는

봄의 여신 '새우난초'의 향연이 펼쳐진다.

물결치듯 긴 타원형의 깊은 주름이 있는 넓은 잎과  

잎 사이에서 나온 꽃줄기에서 입술모양의 꽃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양란의 화려함과 동양란의 향기를 가진 '새우난초'

세월이 흔들고, 사람이 흔들지만

청초하고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삼나무 숲에 숨어

자람터를 넓혀가는 모습이 기특하다.

통바람이 부는 삼나무숲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초록 햇살

삼나무의 뾰족한 잎 사이로 군락을 이룬 여러 색깔의 새우난초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새우난초의 움직임은 더욱 커져간다.

통바람이 부는 삼나무숲을 담아내지 못했지만

따뜻한 미소, 오랜 시선으로 머물다간다.

바람이 머무는 숲길

시간이 멈춘 듯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동안

삼나무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햇살

뱀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것 같아 '사두초' 라 불리는 '천남성'이

넓은 잎을 시원스레 펄쳐들었다.

삼나무 따라 등성이를 빠져 나오니

시야가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에는

하얀꽃으로 군락을 이룬 꽃보다 꽃대가 정감어린 '옥녀꽃대'

흰 종모양의 아름다운 구황식물 '둥굴레'

하얀꽃이 순진한 '큰점나도나물'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무쳐먹는 '씀바귀'

반짝반짝 노란별 천진난만한 '미나리아재비'

부끄러운 새색시 '각시붓꽃'

하루만에 시들어버리는 청자색 고운 모습의 별사탕 '등심붓꽃'

찢어진 하얀 부채에 수를 놓은 듯 꽃잎이 아름다운 '일본붓꽃(술붓꽃)'

따스한 햇살 아래 오름의 봄을 노래한다.

하늘빛 미소가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한 걸음 한 발짝 그냥 스치기엔 아쉬움이 남았던 오름 등성이

삼나무숲에서 그렇게 찾아 헤매던 '금새우난초'를 만났다.

등성이마다 보이는 고사리길은 걷는 내내 불편하게 한다.

눈에 띄지 않고 숲 속 지킴이가 되어주길...

삼나무 숲길에는 손바닥모양의 잎과 갈퀴모양의 가시,

하얀꽃이 아름다운 산딸기가 곁눈질한다.

자기도 봐 달라고...

눈부신 계절, 희망을 담은 계절 오월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자연을 담은 은은한 향기

바람은 꽃잎을 흔들고 숲은 마음을 흔든다.

가는 봄을 잡을 수는 없지만 봄이 더디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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