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 이하 ‘진상조사위’)가 제주 강정 해군기지(민군복합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 해군이 주민 및 평화활동가들에게 과도한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2007년 9월 강정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경찰간의 몸싸움 장면(사진=제주투데이DB)

따라서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과잉진압과 관련해, 인권침해 진상조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7개월간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 과정에서는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왔다. 그 결과 지난 27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와 제주도 및 여러 국가기관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부당행위를 했다"며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경찰청에는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와 인권 증진을 위해 제도·정책의 개선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마을회 향약 위반하고 사전모의까지...깨져버린 민주주의

 

진상조사위가 조사한 제주해군기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2007년 4월 26일 임시총회에서 소수의 강정 주민이 향약을 위반하면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며 "이후 2007년 6월 19일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찬반 투표를 하려고 했지만 해군과 기지 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전모의해 투표를 무산시켰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환경영향평가와 절대보전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과정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진상조사위는 말했다.

한편, 진상조사위는 기지 건설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발생했고, 체포·연행된 사람만 697명에 이르렀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공무원들과 강정해군기지 반대주민간의 몸싸움 장면(사진=제주투데이DB)

결국 "극심한 찬반 양론으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2018년 대한민국해군 국제관함식 개최를 전후해서 찬반 주민들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조사 과정에서의 전제였다. 

조사내용 과정을 추리는 과정 자체가 이미 경찰과 해군의 과잉진압과 과도한 개입을 포착했고, 이를 중점으로 다뤘다는 의미기도 하다. 

따라서 진상조사위는 경찰청의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팀(이하 진상조사팀)의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①제주 해군기지 유치와 결정과정에서 경찰 및 유관기관 등의 개입과 활동에 절차적·민주적 공정성이 지켜졌는지, ②해군기지 건설 결정 이후 제주도·해군·서귀포시·국가정보원·제주특별자치도지방경찰청 등 경찰 및 유관기관들의 ‘유치반대위’의 활동을 약화하기 위한 활동이 적정하였는지, ③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에 대한 경찰 및 유관기관 등의 대응이 적정했는지, ④2018년 국제관함식 개최 시기 경찰 및 유관기관 등의 대응이 적정했는지 등을 검토· 심사했다.

그 결과 정부와 경찰, 해군 등 모든 공권력이 전방위적으로 반대주민들을 과잉진압하고, 불법행위도 자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공공정책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무너졌던 것으로 조사위는 결론 지었다.

2009년 제주해군기지 당시 도청에서 강정주민들을 막기 위해 배치된 경찰 병력의 모습(사진=제주투데이DB)

◎"주민의 의사 무시하고 기본권 침해...사과와 진상규명 이뤄져야"

이에 진상조사위는 먼저 정부에게는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점을 사과하고, 부당행위의 진상규명과 행정대집행의 비용청구 철회 등 다각적인 치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제주도에게는 "해군기지를 강정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개입하고 강정마을 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모으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 사실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진상조사위는 경찰에게는 "경찰청장이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해군기지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에 대한 폭행, 폭언, 종교행사 방해 등의 인권침해행위를 행한 것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집회현장에서 채증을 위한 촬용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에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채증활동규칙을 제한하도록 개정해야 하며, 경찰력 투입요건과 절차 등의 제도적 보완방안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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