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2016년 기지가 완성될 때까지 제주 강정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2007년 당시 경찰이 한 기지 반대 집회자를 연행하는 모습(사진=제주투데이DB)

이 과정에서 강정주민은 물론 제주도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서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특히 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의 과잉진압과 방해 공작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국제관함식의 강행은 다시금 주민들에게 갈등을 일으키게 했다.

이번 경찰청의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는 지난 12년간을 다시금 복귀하고, 공권력의 정당성과 민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하고 있다.

◎"해군측이 주민투표함 탈취 모의까지...민주적 공정성 무너졌다"

먼저 제주해군기지 유치과정에서 절차적·민주적 공정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결론이었다.

지난 2007년 4월 26일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 임시총회가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고, 총회 의제가 공식적인 절차 없이 변경되어 상정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제주도에서 실시한 해군기지 후보지 선정 여론조사는 해당 마을의 여론 반영이 사실상 배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6월 19일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에서는 주민투표 당일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의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해, 투표를 무산시켰던 정황도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 병력 340여명이 이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탈취행위를 방관했던 점도 확인됐다.

2007년 당시 강정주민회에서 진행했던 주민투표 당시 투표함을 탈취하는 해녀들의 모습(사진=제주투데이DB)

2007년 8월 20일에는 강정마을 임시총회・주민투표 역시 해군과 해군기지 찬성 측이 방해공작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위는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킨 후 투표가 끝난 시간에 귀가시켰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제주해군기지 후보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과정 등을 진행하면서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강행했다는 점도 인정됐다.

◎"제주도정과 정부, 해군, 경찰 등이 기지반대 운동 억눌러"

해군기지 건설 결정 이후 도정과 정부, 해군, 경찰 등이 기지 유치를 반대하는 단체를 억압했던 정황도 진상조사위는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2008년 9월 17일 제주시 소재 식당에서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모여 해군기지 건설 관련 유관기관회의를 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공권력으로 강경진압하는 대책이 논의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 측에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반대 측을 인신 구속해야 한다는 것,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2008년 당시 사업설명회에서 결사반대를 하고 있는 강정주민들의 모습(사진=제주투데이DB)

◎"경찰과 해군, 시위대를 향해 욕설과 폭행, 과잉 진압 자행"

특히 진상조사위는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경찰과 해군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과도한 폭행과 과잉진압을 자행했던 사실도 인정했다.

먼저 경찰의 경우, 시위대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폭행, 욕설, 신고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특정 지역 봉쇄 등 이동권 제한, 장기간에 걸친 차량 압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등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행위를 확인됐다.

해군의 경우에는, 해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보수단체 집회를 지원하고, 해군기지 찬성 측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경도 해상에서 해군기지 반대 측 사람을 폭행하거나 고의적으로 카약을 전복시키거나, 해상의 불법공사 신고를 외면하고 신고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또한, 청와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에서 인터넷 댓글 활동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강정해군기지 반대 집회의 버스를 부수고 있는 용역직원의 모습(사진제공=경찰청)

◎"국제관함식 개최 대응도 부적절"

2018년 국제관함식 개최 관련 경찰 및 유관기관 등의 대응 역시 부적절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10월 3일부터 4일까지 국제관함식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신고된 집회를 해군이 방해했지만, 경찰이 방관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10월 11일 신고된 집회를 경찰이 차단하고 봉쇄했던 사실도 경찰측으로부터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진상조사위는 "제주해군기지 유치와 결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와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해당지역의 의견도 배제된 비민주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과 해경, 해군이 평화활동가들을 진압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폭행과 폭언, 종교행사 방해 등 인권침해행위를 했다"고 결론 지었다.

이로인해 강정주민들은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심각하고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는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공권력을 행사했던 모든 기관들에게 사과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부와 각 관련 기관들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따라서 향후 제주해군기지 논의가 다시금 제주사회에 큰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