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은 없다'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추진된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그러나 시민들이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멸종위기종 동물을 발견하고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늘푸른평가기술단이 수행한 ‘비자림로 도로 건설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늘푸른평가기술단은 ‘계획 노선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주요 철새 도래지, 각종 보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됨’이라고 평가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3월 19일 비자림로에 오두막과 텐트를 설치한 후 무려 72일간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공사 과정을 모니터링 해온 시민들이 멸종위기종인 동물들을 발견했다.

"문헌 조사를 통해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 멸종 위기 생물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책과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멸종위기 생물에 대해 학습했다.” 시민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찾기 위한 캠페인도 전개했다. 그 결과 단 며칠 만에 허탈하게(?) 멸종위기 동물 두 종이 발견됐다.

김키미씨의 페이스북. "애기뿔쇠똥구리를 찾아주세요"

시민들은 먼저 5월 25일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의 울음소리를 비자림로 공사 3구간 현장에서 확인했다. 28일 시민들의 요청을 받은 제주도 환경정책과 담당자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 직원, 조류 전문가들의 현장방문을 통해 비자림로 3구간에 팔색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다음날에는 역시 멸종위기종 곤충 애기뿔쇠똥구리가 비자림로 공사 2구간과 3구간 사이 구역에서 발견됐다. 역시 영산강 유역 환경청 제주사무소 직원과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했고 애기뿔쇠똥구리가 비자림로 공사구간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시민들은 “시민들이 문헌을 바탕으로 며칠 만에 찾아낸 내용을 위 평가를 담당한 ㈜늘푸른평가기술단은 왜 발견하지 못했는가?”라며 기술단이 역량을 갖추지 못했거나 허위적으로 내용을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허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개발 사업의 사업자가 작성하여 승인기관의 장에게 제출하는 환경영향평가는 원래 취지인 ‘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이나 난개발이 우려되어 계획적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할 때 입지의 타당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예측·평가하여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한다’에서 벗어나 환경 훼손 우려를 적절히 서류적으로 무마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고 있다. 시민모임과 제주녹색당은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이번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이와 같은 활약에 애기뿔쇠똥구리를 현장에서 확인한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제주도에 공식적으로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팔색조와 관련하여 문화재청에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시민들은 공식적으로 서식지 현상보존요청을 통해 공사 중지를 재차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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