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확장공사 구간이 법정보호종과 희귀식물의 서식처로 나타난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허술하게 환경영향평가를 꾸려온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결국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려던 원희룡 도정은 다시금 비자림로 공사를 중단하게 됐다.

현 비자림로 확장공사 구간에 천연기념물 등 희귀동식물이 서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다시금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도는 이번 공사와 관련해 지난 29일 영산강유역환경청장으로부터 환경보전대책을 수립하라는 요청이 있음에 따라서, 이를 수용해 오는 6월 28일까지 공사를 중단한다고 31일 밝혔다. 

도는 법정보호종과 희귀식물 등 서식 여부에 대해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밀조사를 오는 6월 4일까지 실시한다.

제주도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비자림로 도로건설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바 있었다. 당시 조사팀이었던 '늘푸른평가기술단'은 계획 노선과 주변지역에 팔색조와 황조롱이 등 법정보호종이나 붓순나무 등 희귀식물이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은 바 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구간의 모습(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하지만 비자림로 모니터링단이 지난 5월 28일 공사장 주변에서 멸종위기 야생조류 팔색조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로 보이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녹음해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았던 것이 밝혀졌다. 또한, 붓순나무 등 희귀식물들이 공사장 주변에서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 모니터링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주도정은 환경영향평가를 허술하게 처리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그간 '청정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외쳐왔던 제주도가 사실상 도내 보호종조차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벌써 나오고 있다.

현재 비자림로의 삼나무는 벌써 70%가 베어진 상황. 이미 보호종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많이 파괴된 상태다.

비자림로로 삼나무가 베어진 모습. 이번 벌채로 인해 희귀종들이 삶의 터를 잃는다면 제주도는 청정과 공존이라는 가치를 위배하는 셈이다.(사진=제주투데이DB)

이에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공사구간 및 주변지역에 법정보호종 등의 서식여부에 대해 관련 전문가를 통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적정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방안을 강구토록 제주도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도는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법정보호종 등이 발견됐을 경우에는 전문가 등의 자문을 수렴해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이동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안전지역으로 이동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이번 보호종 문제와 관련해 "실제로 시민들이 팔색조나 황조롱이를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봐야 하며, 철새라는 특징을 감안하면 다른 곳에 둥지를 틀 가능성도 있다"며 "전문가에 따르면 삼나무에는 둥지를 틀기 어려운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희귀식물과 관련해서도 이양문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지난 5월에 재차 조사를 통해서 확인했고, 이런 식물들은 다른 곳에 이전하는 방안을 이미 마련한 상태"라며 "저감대책이 마련되는대로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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