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임새가 흥미로웠다. 자리배치도 아귀 맞춘 듯 했다.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누가 일부러 그러한 구도를 짰든, 우연의 일치든, 상관없다. 세 남자가 자리를 같이한 것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세 남자는 정치공학 적으로 볼 때 잠재적 경쟁자다.

3년 후인 2022년 6월 1일로 예정된 전국 지방 동시선거에서 ‘제주도지사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잘나가는(?) 제주의 지도자급 인사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 남자가 한 자리에 앉아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한 것은 ‘3년 후 도지사 선거’ 전초전으로 보는 성급한 시각도 없지 않다.

물론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한 시각이다.

송재호(59) 대통령직속 국가 균형발전위원장(장관급), 원희룡(55)제주특별자치도지사, 문대림(54)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JDC) 이사장이 그들이다.

세 남자는 29일 중문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2019 제주포럼’ 특별세션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미래 지향적 발전 방향’에 대해 나란히 앉아 토론했다.

벤자민 야우 홍콩무역발전국 한국지부장이 함께 패널로 나서기는 했다.

그러나 구도 상으로 본 흥미유발 원인은 ‘송․원․문 조합’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들은 차기 도지사 선거 후보군으로서 치열한 잠재적 경쟁자다.

현재 제주발전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역이기도 하다.

자리 배치도 오른쪽을 기준으로 ‘송-원-문’의 나이 순서대로 앉았다.

특히 토론주제는 ‘제주국제자유도시 발전’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기에 ‘송․원․문 토론’은 마치 도지사 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의 ‘정책 토론’으로 읽혀 질 수도 있었다.

마침 ‘원 지사’와 ‘문 이사장’은 지난 도시자 선거에서 경쟁했었다.

‘송 위원장’ 역시 선거 때 마다 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됐었다.

‘송․원문’ 토론이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토론에서의 현실 진단과 제주발전 미래 비전이 향후 그들의 정치적 행보와 연동 될 수밖에 없는 주제여서 그렇다.

국제자유도시는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곳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2조의 정의가 그러하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러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실천 전략 본산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한 몸이나 다름없다.

고도의 자치권이 인정되는 획기적 분권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완화와 핵심 산업 육성이 얼개다.

2006년 7월 1일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로서의 새로운 법적 지위와 명칭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로 새롭게 출범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 개발 계획은 이러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선도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02년부터 시작하여 제주특별자치도와 연동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성과와 문제점, 향후 과제 설정과 추진은 제주특별자치도와 JDC가 함께 공유하고, 함께 풀어가고,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토론회에서 세 남자의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삼인삼색(三人三色)이었다.

원지사는 기존 국제자유도시 방향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보였다.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방향성에서 “뭔가 빠뜨린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추진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6대 선도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자가 열심히 하면 성공하고 투자자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도 했다.

헬스케어타운과 예례 휴양단지를 애물단지로 여겼다, 이 애물단지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정리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책임을 공유해야 할 도지사가 ‘사돈 남 말 하듯’했다.

문 이사장은 JDC가 역할을 충분히 해 왔다고 했다.

현안 문제는 도와 정부가 함께 수습하고 제주의 가치를 반영한 프로젝트를 해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예례 휴양형 주거단지의 손해배상 소송이나 헬스케어타운 문제가 최대 현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낙관했다.

뚜렷한 해결방안이나 비전은 내보이지 않으면서 그랬다.

송위원장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기본 방향은 옳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진행이 매우 미진했다“고 평가했다.

자유무역항인지, 지적소유권인지, 관광인지, 농식품인지 지향점이 없었다는 비판이었다.

JDC 순기능 확대를 위해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지만 이제는 중소벤처 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영역을 넓히는 노력도 JDC 리더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역시 제주국제자유도시 성격규명이 애매하고 문제해결의 근본적 접근은 간과했다. 피상적이었다.

따라서 토론은 실망스러웠다. 핵심적 현실 진단과 인식은 알맹이가 없었다. 미래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비유하자면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슬그머니 얼버무려 버리는 말장난 수준이었다.

29일자 ‘제주투데이’의 관련기사를 근거로 한다면 그렇다.

각각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이거나 같은 침대에서 딴 생각을 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떠올랐다.

여기서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보는 세 남자의 시각교정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국제자유도시는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기준이 적용되는 곳이다.

그러나 이를 견인해야 할 제주특별자치 도정은 이와 거리가 멀다.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강화‘로 일관하고 있다. 외자 유치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 중심에 도지사가 있다.

5조2천 억 원이라는 역대 제주 최대 외자유치 사업인 오라관광 단지 조성사업의 경우도 그러하다.

법적 근거도 없고 유례도 없는 이른바 ‘자본검증 위원회’라는 관변 단체를 구성해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외자유치 사업의 국제적 신인도가 하락하고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하는 악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원지사는 “JDC를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으로 당연시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JDC가 제주도산하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기존 방향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 대규모 외자 유치 사업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제자유도시 사업을 욕심내 JDC를 제주도 산하기관으로 가져오려 한 속내라면 ‘양심불량’이거나 ‘양두구육(羊頭狗肉)’ 심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 이사장도 그렇다. JDC의 미래 비전과 관련해, “여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물류산업과 4.3 정신과 가치인 인권과 평화사업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또 무슨 수작인가?. 마치 차기 선거를 의식해 특정단체의 표밭을 겨냥한 ‘공약 사업’이란 오해의 소지가 있다.

JDC 이사장 자리를 차기 선거를 위한 발판으로 요량하고 있다면, 이 역시, ‘양심불량’이자 ‘양두구육’일 수밖에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완성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한 제주도와 JDC의 상생협력은 ‘제주특별법’이 내리는 준엄한 명령이나 다름없다.

함부로 개인적 욕심을 위한 수단으로 기관을 이용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9 제주포럼’ 특별 세션에서 제주의 지도자급 세 남자의 토론은 포장만 그럴듯한 ‘빛 좋은 개살구’와 다름이 없었다. 핵심은 비껴가고 변죽만 울린 ‘속빈 강정’이었다.

그나마 제주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해 ‘외자유치 노력’, ‘바이오 산업 육성’, ‘테마형 관광’ ‘국제합작회사 활성화’로 “제주도가 중국과 홍콩을 잇는 요충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벤자민 야우 홍콩 무역발전국 한국지부장의 조언 정도가 토론회의 체면치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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